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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다."

이쪽은 언짢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휴.... 아침부터 두 번이나 연달아서 화나게 만들어 버렸네. 내일은 조심해야지.

"언니, 다뇨와~!"

손을 붕붕 휘젓는 히나를 돌아보며 손을 드는 소라의 얼굴은 상냥했다.

어째서 소라는 나한테만 사납게 구는 걸까. 내가 미덥지 않아서?

이렇게 자학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한테는 할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으니. 히나를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

"자...우리도 갈까?"

"응!"

히나의 팔을 끌고 걷기 시작한 그때___.

"음...?"

그것은 무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물리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분면히 느꼈다, 누군가의 시선을.

"삼춘, 왜 그래~?"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 갈까?"

틀림없이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나 자신을 납득시키며 걷기 시작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의 그런 느긋함이 모든 말썽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대학생이자 세 자매의 아빠라는 생활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릴 여유 따윈 없었다.

커튼 틈새로 바깥 모습을 엿보고 있던 소녀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초여름 떄까지는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 했던 그 집은 어느 날을 경계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덧물을 닫은 채 웃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됐다.

들은 바에 의하면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웃끼리 교류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복해 보이던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부터 그 집에서 다시 떠들썩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불행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었고, 긴 여행이라도 다녀온 건가.

그런 생각에 은근히 안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랑스러운 세 자매와 함께 있는 것은 자상해 보이던 아빠도 아니었고, 밝고 발랄하던 젊은 엄마도 아니었던 것이다.

남자였다. 언뜻 보기에도 경박하고 미덥지 않은 젊은 남자였다.

"이상해....너무 이상해...."

소녀는 커튼을 닫아서 어두컴컴해진 방 안에서 중얼거렸다.

그 수상한 남자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세 자매는 속고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매일 아침 들려오는 비명.

"오늘은 두 번이었어. 두 번이나 비명을 지르다니...보통 일이 아니야."

그것도 온 동네에 울려 퍼질 듯한 비명이었다.

어떤 참혹한 상황이 세 자매에게 닥치고 있는 걸까.

아동학대? 아니야, 좀 더 심각한... 그래,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남자는 모두 늑대라고 가르쳐 주셨던, 그런 종류의 무섭고...불결한.... 소녀는 망상을 뿌리쳤다.

"아직 결정 난 건 아니야.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