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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꽤나 살벌하군. 정말로 그런 짓을 한 거야?"

"글쎄, 거기까지는 몰라. 당신이 말하는 '알고 싶어하는 병'에 걸린 학자들은 옛날부터 인류 이외의 지적 생명체를 찾고 있었지. 하지만 정치가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았어. 필요 없으니까. 미지의 이웃과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조건을 붙이고 있었지. 발견될 생물은 인류보다 열등한 종족임에 틀림없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지능은 이를테면 고래나 돌고래 정도, 문명은 인류보다 훨씬 뒤쳐져 있어야만 한다."

켈리도 조금 웃었다.

"나도 그 의견에는 찬성이야. 그 정도라면 인류에 아무런 위협도 안 되니까 안심이다, 그런 거겠지."

"그런 거야. 인류는 그 '원주민'을 보호하고 공존의 길을 찾아가면 된다 등등, 그 원주민 쪽의 의사는 완벽하게 무시하면서 건설적인 발전 방향까지 짜고 있었나봐. 하지만 그런 일방적인 착각은 그들의 출현으로 완전히 깨져버렸지. 말 그대로 조각조각."

어깨를 으쓱한 재스민은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당신도 우주에서 오래 지냈으니, 유령성(幽靈星)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겠지?"

"그..., 좌표가 불확실하다는 행성 말야? 눈에는 보이는데도 탐지기에는 걸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그런 건 그냥 소문 아냐?"

"유령성은 정말로 있어. 우리 기술로 포착할 수 없는 것뿐이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 그 행성이 그들이 사는 곳이야."

맥스 쿠어의 얘기에 따르면, 그들의 모습은 인간과 완벽하게 똑같다고 한다. 키도 비슷하고 말도 통하며, 행동은 온화하고 용모는 아름답다.

우주선도, 다른 어떠한 장치도 사용하지 않고 연방에 갑자기 나타난 그들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유령성 근처에 있는 게이트의 존재를 밝히지 말 것.

그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인간이 이렇게 자유롭게 우주를 오갈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거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은 눈에 거슬리고 방해가 된다. 유령성 근처에는 몇 개 정도 게이트가 존재하지만, 연방은 그 게이트에 대해 모르는 걸로 해주길 바란다. 신고가 들어와도 뭔가 적당한 이유를 붙여서 일반에는 공개하지 말아달라.

켈리는 기가 막혀서 물었다.

"뭐 하자는 짓거리야, 그 자식들?"

"당시 연방위원회도 똑같은 생각을 했지. 그런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승산이 없었던 거야. 아버지 말로는 우선 구속하려고 했지만 접근할 수 없었다던가. 어떻게 그랬는지는 묻지 마. 화가 난 경비원인지 군인인지가 총을 발포했지만 총알도 안 맞는 거야. 그리고는 갖가지 살상무기를 시험했다나봐. 총기, 폭약은 물론이고 열선포, 레이저 빔, 초음파포, 플라즈마 포, 방사능, 끝내는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했지. 그대로 혈액이 끓어올라 죽어버리는 맹독가스 속에서도 태연하게 서 있었대."

"그거 정말로 생명체 맞아? 입체영상이라든가 그런 쪽일 가능성은?"

재스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무리 당황했다고 하더라도 진짜하고 영상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겠지. 당시 연방은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서, 최후의 수단으로 원자병기까지 있는 대로 꺼내들었다더군. 행성 일 이백 개 정도는 충분히 오염시킬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대. 그 요란한 불꽃을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사용해서, 유령성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좌표 주변에 융단폭격을 퍼부었어.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지."

듣기만 해도 오싹한 얘기다.

그 정체에 대해서는 연방 내에서도 의견이 둘로 갈라졌었다고 한다.

하나는, 그들은 '잊혀진 별'의 주민으로 수백 년 사이에 어떤 초능력을 몸에 익히게 된 일종의 새로운 인류라는 의견.

먼 옛날, 아직 게이트가 발견되지 않았을 시절에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이민을 시도하며 여행을 떠나 그대로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이 있었다.

우스운 얘기지만 대개의 경우 그들의 여행 목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근처에 게이트가 없다. 게이트가 없으면 그들이 했던 것처럼 통상 항행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우주선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도착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더욱 지독한 경우는 일방통행의 게이트로 출발한 사람들이었다.

게이트는 반드시 왕복이 가능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올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게이트가 발견되었을 때부터 그것이 왕복형인지 편도형인지는 중대한 문제였다.

왕복형은 통상우주공간을 연결하고 있지만 편도형은 그것조차 보증할 수 없다. 물론 도약하는 곳에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의 기적을 믿으며, 혹은 죽음을 각오하고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게이트로 도약할 것을 결심하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인구폭발이 심각한 문제였던 시대에는 이런 무모한 행동도 결코 보기 드문 것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영원히 우주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ㅡ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이지만ㅡ거주가 가능한 행성을 발견해 거기에 사회를 세우는 데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별ㅡ공화우주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간이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별, 혹은 그럴 것으로 추정되는 별을 '잊혀진 별'이라 부른다.

"또 다른 주장은, 그들은ㅡ우주의 창조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생태의 생명체라는 의견이야."

"대체 정체가 뭐야, 그놈들?"

도저히 믿지 못하는 것도 어쩔 도리 없다.

"그걸 모르니까 위원회에서도 곤란해하는 거지. 알고 있는 건, 그쪽에는 이쪽의 과학기술이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그쪽에서 자신들한테 붙인 종족명뿐이야."

"뭐라고 부르는데?"

"라의 일족. 그렇게 부른다더군. 이번 회의에 그쪽에서 5년만에 '강림' 하신다나봐."

"기분 더럽네. 나까지 그런 짓에 어울려야 해?"

"꼭 동행해줬으면 좋겠어. 부회장으로서."

얘기의 내용은 어쨌거나, 재스민이 뭘 노리는지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대단한 회의에 켈리를 데리고 간다면, 연방위원회의 높으신 분들은 당연히 켈리를 부회장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재벌의 중역들이 얼마나 당황할지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애드미럴로 돌아가면 재미있는 소동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장과 부회장이 힘을 합하면 중역들이 가잔 주식으로는 그에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제일 먼저 할 일, 해야만 할 일은 켈리를 자기들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왠지 우스워져서 어깨를 으쓱한다.

정말 이 여왕님, 사람 다루는 게 거칠잖아. 어쩌면 능숙한 건지도 모르지만.

낚시를 하기 전에 미끼를 왕창 키워놓으려는 속셈이다. 그러기 위한 시티행이었다.

"입국심사는 어떻게 통과시킬 건데?"

"서두르지 마. 비장의 카드는 제일 마지막에 내야지. 어쨌거나 센트럴에 가자구. 얘기는 그 뒤에 할 테니까."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당신, 샤워는?"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켈리는 조금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아까 했는데."

"좀 빌릴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바로 근처에 자기 방이 있으니 굳이 여기서 샤워를 할 필요도 없을 텐데.

재스민은 정말로 샤워실에 들어가버렸다. 게다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는 속옷 한 장밖에 안 걸치고 있었다.

그런 차림으로 걸어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물기를 머금은 몸을 조각상처럼 빛내며, 어깨에 아무렇게나 걸친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다.

"자, 할까?"

재스민이 그렇게 말하며 켈리 옆에 앉았다. 체중이 실린 소파가 살짝 삐걱거렸다. 묘하게도 생생히 울리는 소리였다.

누가 뭐래도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체격이다. 그 몸이 소파 위를 이동하며 가까이 다가온다.

기가 막혀서 굳어 있던 켈리는 그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잠깐, 타임. 여왕, 무슨 짓을 할 셈이야?"

"그런 식으로 대놓고 물어봐도 곤란한 걸. 모르겠어?"

푸른색을 띠는 회색 눈망울이 기묘하게 반짝인다.

켈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