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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지속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중개 역이 있거든."

"누구야?"

"그걸 모르겠어. 일곱 명 모두, 내가 명실공히 회장이 되려고 하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아. 자기들 이익을 빼앗기는 게 싫은 거지. 겉보기에는 그것뿐으로 보여. 실제로 저 사람들 중 몇 명은 그런 인간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최소한 한 명은 달라. 누군지 한 명은 절대로 아냐. 속으로 흑심을 품으면서 겉으로는 멍청한 척하고 있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동료들을 단결시키고 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그런데 다이애나는 실존하는 인간 흉내도 낼 수 있어?"

"어?"

"정비가 끝나는 대로 연방으로 갈 테니까. 우리 승무원 몇 명을 기억해줬으면 하는데."

"연방이라니, 센트럴 말야?"

"그래. 공화우주의 핵심 인물들이 모이는 회의가 있어. 물론 나하고 당신도 참석하지. 다이애나를 그 호위함으로 동행시키고 싶은데, 승무원이 없는 호위함이라는 것도 좀 곤란해서. 그렇다고 이쪽 사람을 저 배에 태울 생각은 없고. 다이애나가 혼자서 몇 사람 역을 해주면 일이 쉬워질 것 같아서 말야."

켈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대단한 회의라면 시티에서 열리는 것 아냐?"

"물론이지."

"쿠어 재벌의 특권으로 신원조회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니. 조회용으로 개체정보를 등록하게 돼. 뭔가 문제라도 있어?"

"실은 한 번, 체포된 적이 있거든."

"연방경찰에?"

"아니. 이름을 말해도 모를 정도로 작은 나라지만, 그래도 공공기관인 것만은 틀림없지."

감옥에 갇히기 전에 탈주하기는 했지만, 지문이나 기타 개체 정보를 채취 당하는 것만은 피할 수 없었다.

그 데이터는 연방경찰로 전송되어 당연히 연방에도 등록되어 있을 터였다.

게다가 시티라니.

연방 내에서 그 이름은 '본부'를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도시인 것은 분명하지만, 센트럴에서도 독립된 존재로서 움직이고 있다. 그 엄격한 입국심사(국가가 아니라 도시지만)는 공화우주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트럴만이라면 몰라도 시티는 곤란해. 쿠어 재벌 회장의 남편이 해적 켈리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들통 날 거야. 자칫하면 나도 그 자리에서 구속이라구."

"그럼 당신 범죄기록을 지워버리면 돼."

"어떻게? 상대는 시골의 구형 인공두뇌하고는 얘기가 달라."

시티 전체를 총괄하는 인공두뇌 '세리스'는 공화우주연방이 자랑하는 최고의 두뇌이다.

"다이앤까지도 저건 꼬실 자신이 없다고 단언했을 정도야. 멍청하게 접촉했다간 그것만으로도 도망칠 수 없게 돼. 그런 물건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물론 여기에서는 힘들고, 가까이 가서."

재스민은 조선관계의 기록을 조작하고 있었다.

5만 톤급 선박 한 척이 새로 의장을 마치고 호우함으로 취항했다는 가공의 기록을 끼워 넣은 것이다.

켈리의 배가 이 행성의 조선소에서 정비를 받고 잇는 것은 사실이었다. '눈에 띄지 않는 위협'이 신조인 해적선이 내놓고 무장을 하게 된 것이다.

뭐라 말하기도 힘든 얘기지만, 다이애나는 이 사태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켈리의 배에 붙은 새 이름은 '팔라스 아테나'.

승무원도 결정되었다. 단, 실제로 승선하지는 않는다.

재스민은 그 승무원들(이라고는 해도 선장, 부선장, 통신사, 기관사 네 명뿐이지만)에게 이것은 굉장히 특수하고 중대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왜 '팔라스 아테나'에 실제로 승선하지 않는지, 왜 승선한 척 해야 하는지, 제군의 의문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말로 미안하지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단,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어. 저 배에 살아 있는 사람을 태울 수는 없어."

승무원들은 더욱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성문(聲紋)과 망막반응을 기록하고, 통신화면의 금발미녀와 한동안 잡담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더욱 그랬다.

그래도 말없이 지시에 복종한 것은 재스민에 대한 신뢰 때문일까, 아니면 회장이 직접 내리는 명령이기 때문일까. 그 점까지는 알 수 없었다.

켈리를 부회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중역회의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중역 전원이 결석할 것도 예측하던 일이다. 그래도 재스민은 회장 권한으로 켈리 쿠어를 재벌의 새 중역으로 만들었다.

도약을 위해 스테이션으로 향하던 도중, '쿠어 킹덤'의 골드맨 선장은 스테이션의 우편 담당자에게서 전갈을 받았다.

연방경찰의 하이타워 경부가 미즈 쿠어에게 보낸 전자우편이 도착했다고 한다. 게이트 아웃 후에 꼭 재스민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어쩌실 건가요?"

"거절할 이유도 없지. 경찰에 협조하는 게 시민의 의무니까."

재스민은 전혀 진지하지 않게 대답했다.

유명인은 이런 점이 곤란하다. 면담을 거절하면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통신사는 그 대답을 우편 담당에게 전했고, 우편 담당관은 한발 먼저 스테이션을 이용해 통신을 전달했다.

애드미럴 성계에는 '애드미럴 태양광장 스테이션'과 '제5행성 앞 스테이션'이 있다.

'쿠어 킹덤'과 두 척의 호위함은 연방으로 직행할 수 있는 '제5행성 앞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플랫폼을 설치했다고는 해도 진입할 곳을 착각하면 완전 다른 우주로 도약해버린다.

게이트는 생물이나 다른없다. 자기폭풍이나 태양풍의 영향으로 사용할 수 없을 대도 있다.

어떤 배도 그런 때만은 신중하게 관제관의 지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보통이다. 도약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타이밍을 계산해서 중력파 엔진을 가동하는 것이다.

애드미럴에서 연방까지는 120광년. 그 거리를 '쿠어 킹덤'은 단숨에 도약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는 이미 연방태양계.

스테이션에서 도약 종료를 확인하는 통신이 들어왔다.

"연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항로를 지시하겠습니다."

센트럴 성계에 세 개 존재하는 스테이션 중에서도 이 스테이션은 행성 센트럴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어, 이제부터 통상 항행으로 열 시간 정도를 날아가야 한다.

아무리 쿠어 재벌에 힘이 있어도 이것만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스테이션은 인간이 확장하고 싶다고 해서 가느한 것이 아니며, 바란다고 해서 지름길을 만들 수도 없다.

켈리는 '쿠어 킹덤'에 할당된 방의 스크린을 통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별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센트럴도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자신 같은 인간에게는 기피대상 1호, 평생 발들일 일도 없는 행성이다.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켈리 자신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켈리의 당면과제는 센트럴의 경비체제를 머릿속에 넣는 일이었다.

우주공항의 위치, 함대의 배치, 지상의 지리 등에 대한 상세한 지면이 연방본부에서 직접 전달되었다. 해적 신분으로는 평생 가도 볼 수 없는 물건인 셈이다.

쓴웃음을 흘리면서 호위함 '팔라스 아테나'를 호출하자, 본 적도 없는 중년 남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켈리를 알아보고 조금 긴장한 표정이 되어 딱딱하게 입을 연다.

"호위함 '팔라스 아테나'의 함장 리부크 더모트입니다. 무슨 용무이신지요, 미스터 쿠어?"

"장난치지 마, 다이앤."

켈리가 말하자 더모트 함장의 딱딱한 얼굴이 금방 사라지고, 다이애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화면상의 영상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