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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불빛이 나를 비추었다.
흔히 말하는 스포트라이트라는 건데, 발밑에서 비춰지는 강렬한 불빛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그러났다.
그리고는 갑자기 화려한 음악이 울려 퍼지나 싶더니 다른 스포트 라이트가 방 안을 종횡무진하며 돌아다니다가 한 솟에서 모였다. 거기에 있던 건.......
"야옹."
라이카 선배였다. 게다가 대학 축제 때처럼 버니 걸 의상을 입고 사랑스러우너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굉장한 미모였지만 여전히 무표정했다.
타마 문학대학에 다니는 남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에서 가장 예븐 사람은 누군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십중팔구가 '2학년
오다 라이카’ 라고 대답할 것이다. 동시에 학교에서 제일 가슴이 큰 여자는 누군가? 라고 물으면 모두가 그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미녀에 가슴이 풍만한 라이카 선배가 맨살이 거의 다 드러난 버니 걸 의상을 입고 밀실에서 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원래 같으면 흥분해서 쓰러지기 직전이겠지만, 애처롭게도 인간에게는 학습 능력이라는 게 갖춰져 있다.
“저어，오늘은 도대체 무슨 실험이죠… ?"
나는 다소 낙심하며 질문했다. 물론，아름다운 모습에서는 눈을 떼지 않도록 최대한 침착하게.
덧붙여 두자면, ‘오다 라이카와 사귈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 가? 라는 질문을 받은 남학생의 태반이 잠시 고민은 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무리' 라고 대답할 게 틀림 없다.
즉 노연에서 유일한 여자 회원이자 내가 동경하는 여성，오다 라이카는 그런 인물이었다.
“…야옹?"
“아니요，그건 됐으니까요....”
라이카 선배가 여전히 포즈를 취한 채 고개를 살짝 갸웃거 렸다. 자세히 보니 머리에 쓰고 있던 건 토끼 귀가 아니라 고양이 귀였다. 그래서 ‘야옹’이라고하는구나.
혼자서 그렇게 납득하고 있는데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미끄러지 둣 이동하더니 다른 장소를 비추었다. 그곳에는 사코 선배가 있었 다.
“웨에엘커어어어어어엄!”
새끼손가락을 세우고 마이크를 움켜쥔 사코 선배가 절규했다.
"도대체 오늘은 왜 저러는 거야?"
“헤이! 컴 온! 미스터，세가와!”
사코 선배가 수상쩍은 영어를 구사하며 스포트라이트에 새로 미춰진 의자를 향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솔직히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지만, 이대로 꼼짝 않고 서 있어 봤자 사태는 아무런 핀전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도대체 이디서 이런 의자를 가져왔는지，매우 푹신폭신하고 높은 등받이 싸지 있었다.
내가 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어듬 속에서 컵 하나가 나왔 다, 그것을 받아 들자 이번에는 라이카 선배가 재빨리 마실 것을따랐다..
"야옹.’’
친절하게도 다 따르고 나서 포즈까지 취했다.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걸까.
맨살이 거의 다 드러난 의상과 익살맞은 포즈에 완벽한 무표정.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았다.
"저어… 이쯤에서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가르쳐 주시죠."
슬슬불안해진 내가 선배에게 물었다.
그러자 선배는 다소 연극조의 몸짓으로 검지를 흔들며 "쯧쯧풋"하고 혀를 찼다.
그런 촌스러운 질문은 그만두게나, 세가와.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말고，자，원샷. 자네가 좋아하는 거잖나?’
“원샷이라니요…"
그렇게 시킨다고 해서 점심도 먹기 전에 학교 자판기에서 사
온，그저 달디 단 커피 우유를 원샷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내가 자주 마시는 거긴 하지만.
“먹을 것도 있어.... 야옹."
라이카 선배가 그렇게 말하며 본인이 직접 만든 도시락으로 판단되는 물건을 내밀었다.
유리구슬처럼 투명한눈이 나를 가만히 웅시하고 있었다.
찍소리도 낼 수 없는 그 강한 눈빛에 진 나는 도시락 상자에서 주먹밥을 집어 들었다. 안에 연어가들었다.
달디 단 커피 우유와 연어 주먹밥이라는 암담한 콤비네이션.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아직 많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