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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한다네.”

사코 선배는 유감스럽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언뜻 보면 그저 살찐 오타쿠 청년으로 보이는 사람이지만, 역시 내용물은 오타쿠 그 자체였다. 참고로 연령도 알 수 없고 학년도 불분명하며 교우 관계에 이르러서는 수수께끼를 넘어서서 기이하고 괴상한 경지에 달해 있었다.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사실은 내가 소속된 노상 관찰 연구회ㅡ통칭 ‘노연’ 이라는 동아리의 초대 회 장이라는 것뿐이다.

가끔 “자네의 oo는 노현됐다！”라며 노연과 노현의 비슷 한 발음을 이용해 어느 탐정처럼 결정적인 대사를 날리지만，대체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무시당하곤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대부분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 동아리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아는 사람들은 ‘로리콘 연구회’ 의 약칭 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그런 사코 선배가 매일 아침 이렇게 일찍 학교에 온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애당초 수업을 들으러 가는 건 본 적도 없었고，자칭 3학년이라지만 도대체 몇 년 전부터 3학년이었는지도 불분명한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이제 와서 이 사람의 행동에 의미를 찾아봤자 헛수고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마침 잘 만났군. 자네한테 볼일이 있었거든.”

"저한테...요?"

'"음, 세가와, 오늘 자네는 몇 시까지 학교에 있을 건가?’

"3교시가휴강됐으니까 점심때 집에 갈 생각인데요....”

집에 가면 히나를 데리고 기모노를 입혀 보러 갈 예정이었다. 물론 소라도 미우도 함꼐.

사코 선배가 "그럼 곤란한데." 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을 했다.

"좋았어! 그렇다면 집에 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주게."

"그건 괘찮은데요, 도데체 볼일이라는게 뭐죠?"

"그럼 나중에 동아리방으로 오게! 아듀~!"

다른 사람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코 선배는 토실토실하게 살찐 몸치고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그자리를 떠났다.

길고 지루했던 수업이 끝나고 이 역시 길고 힘든 언덕길을 타박타박 올라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동아리 건물이다.

내가 소속해 있는 노상 관찰 연구회는 명칭을 들어도 활동 내용을 전혀 추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장이 사코 선배였디 떄문에 주위로부터 동호회 같은 비공식 그룹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래봬도 학교에 인정받은 동아리였다. 무시무시하게도.

도데체 사코 선배가 어떤 마법을 써서 신청이 승인된 건지는 몰겠지만, 여하튼 정식 동아리에게는 동아리 건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었다.

노연에도 동아리방이라는 게 존재했고 나는 지금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사코 선배가 불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없잖아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 축제 이후로 수업과 아르바이트와 집안일에 부지런 히 힘쓴다고 발길이 뜯해진 동아리에 얼굴을 내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리콘이라서가 아니라.

명백한 목적이 있었다. 그 생각에 내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졌다.

완만하지만 길고 긴 언덕을 올라가자 잠시 후 절벽 같은 계단이 등장했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 넓게 트인 평평한 땅，즉 타마 문학 대학 소유의 운동장이 나온다.

그 운동장의 가장자리에 있는게 목적지인 동아리 건물이다. 말 하자면 모든 동아리방들이 집합된 단지였다. 점심시간 때라도 되 면 평소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썩한데 웬일인지 전과 달리 한산했다. 그 대신 축제의 흔적이랄까 잔해랄까，좀처럼 말로 표현 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그 근처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어서 그 난리 를 치른 지 아직 2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일전에 개최된 대학 축제에서 우리 노연은 간이 코스프레 카페를 열었다. 우리 집의 자랑인 세 자매가 협력해 주기도 해서 대성황이긴 했지만… 끝나고 나서가 큰일이었지.

지나치게 분발한 소라가 쓰러지질 않나, 남자 중학생한테 매도 당하질 않나.

뭐，그런 식으로 보호자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었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래간만에 노영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산더미 같은 쓰레기 떄문에 반밖에 열리지 않는 동아리방 문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어라?"

동아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오는 도중에 엇갈린 사람도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누군가가 문도 안 잠그고 집에 갔다는 말인가? 도둑 맏으면 안 될 물건은 없으니까 상관없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내가 뭐 하러 왔지? 그런 생각을 하면 왼손으로 전등 스위치를 더듬도 있는데 느닷없이 누군가가 그 손을 잡았다.

"으악!"

소리 지름과 동시에 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