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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 듯이 뺨을 붉히며 생긋 웃었다.

그 뒤부터 갑자기 바빠졌다.

켈리는 헬렌을 필두로 하는 여성들의 손에 머리를 다듬고 가봉이다 뭐다 하며 계속 시달렸지만, 그 사이 내내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재스민 자랑을 들어야만 했다.

"저 사람 몸매 멋지죠? 저렇게 키가 큰데. 참 신기하단 말이에요."

"모델 같은 경우에는 손발이 이상하게 기니까. 물론 그러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키가 크다는 게 금방 티가 나버리니까."

"그렇지. 보통 저렇게까지 키가 크면 아무래도 어색하고 둔한 느낌이 들고 마는데 그게 아니거든. 주변에 비교할 대상이 없으면 175센티미터 정도로밖에 안 보이니까."

켈리의 등 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잎사귀 머리가 앞으로 돌아오며 생긋 웃었다.

"게다가 그 남편도 힘낼 보람이 있는 사람이라 정말 기뻐요, 미스터 쿠어."

켈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여자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그건 알겠지만 왠지 차가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상한 것은 프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명랑하고 발랄한 성격이라는 사실은 곧 알 수 있었다. 여자들과 대화하고 있을 때는 가벼운 말투로 명랑하게 웃는다. 그런데 켈리 앞에서만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무적인 일에 대해서는 얘기도 잘 하고, 디스크의 내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하지만 말투가 굉장히 딱딱해지고 무엇보다도 태도가 어색했다.

이유도 모르는 채 젊은 미녀들에게 냉대 받는 것이 즐거울 리가 없다.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프리스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아무래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는 건 알겠는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어. 가르쳐주지 않겠어?"

프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여운 눈썹을 찌푸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느끼고 계셨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대답이 안 되는데. 당신도 그렇고 저 패션쇼 관계자들도 그렇고,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지?"

"당신 개인이 어떻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혼자서 결론 내리지 말아줘. 더 이해가 안 가잖아."

프리스는 당황한 듯했지만 켈리가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려는 것을 깨닫고서야 입을 열었다.

승무원들에게 결혼에 대해 발표했을 때, 재스민은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절대로 탐색하려 들지 말 것, 또한 남편 본인한테도(물어봤자 소용없으니까) 질문하지 말라고 못박아뒀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 스탭들에게는 그 남편과 불장난을 하는 것도 전혀 상관없으며 자신은 묵인하겠다는, 바람을 피워도 좋다는 의미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폭탄 선언마저 했다.

단, '이혼'이나 '위자료' 라는 단어만은 절대로 꺼내지 말 것. 그런 소리를 꺼내도 자신은 절대로 응하지 않을 테니, 돈이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시작도 말라고 진지하게 주의를 준 모양이었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켈리는 말했다.

"어쩔 생각일까, 저 여왕님은?"

"저도 그 소리를 하고 싶어요. 그야 무모함과 비상식이 저 사람의 대명사이기는 하지요. 선친의 유언도 있고 하니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도 알겠지만, 이런 방식은 저 사람답지 않아요."

"저 여자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네."

"나도 그래."

프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켈리를 바라보았다.

"그걸 알아보고 싶어서 따라와볼 마음이 들었던 셈이니까, 나도 당신들하고 마찬가지 아냐?"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리스는 도발적으로 웃었다.

요약하자면 그 아가씨들은 재스민이 갑작스럽게 결혼을 결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원망을 품고 있었다는 말이다.

알 수 없는 것은, 그 원망의 화살이 왜 이쪽으로 날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내가 당신들의 소중한 여왕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로 보인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판단하기에는 아는 게 너무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재스민이 선택한 사람이니까 틀림없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상당히 희망이 섞인 말투였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고용주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도 있는 걸까.

상당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