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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의를 준 뒤 켈리의 얼굴에 감긴 붕대를 풀고, 손가락이 세 개인 팔로 정중하게 거울을 건네주었다.

침대에 앉은 채 거울을 들여다보자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눈 꼬리가 상당히 부드러워졌고 날카롭던 턱도 둥글어졌다. 예전의 켈리는 항상 비웃음과 냉정함이 뒤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차가움이 거의 사라진 대신 훨씬 애교 있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엄청난 미남이던 것이 약간 깎여나간 셈이다.

하지만 나쁜 인상은 전혀 없었다. 상당히 잘생긴 편이고, 오히려 예전보다 평범한 인상의 미남인 만큼 호감을 품는 사람도 더 많을 터였다.

켈리는 속으로 현장감독에게 감탄했다.

미용성형이란 아무리 잘해도 그 흔적이 눈에 띄는 법이지만 이 경우에는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거의 없다.

"멋진 실력인 걸, 그 선생."

"물론. 이 배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진짜 프로들이니까."

마지막 단계로 켈리의 오른쪽 눈에만 컬러 콘택트렌즈를 입혔다. 자연광과 인공광 양쪽에 반응하는 고성능 렌즈이다.

보는 대상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바뀌는 켈리의 오른쪽 눈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고, 이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특징이 된다.

"남은 건 이것뿐일까."

재스민이 넘겨준 물건을 받아든 켈리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직경 2센티미터 정도에 둔한 은색으로 빛나는 반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건 말이지, 결혼반지라는 물건이야."

켈리는 반사적으로 던져버리려다 간신히 참았다. 이것도 계약의 일부냐고 물으려던 켈리를 제지하며 재스민이 말을 이었다.

"신분조회도 겸하고 있어. 그 반지를 끼고 있으면 선내 어디든 거의 대부분 돌아다닐 수 있거든."

그래서는 버릴 수도 없지 않은가.

켈리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에 반지를 꼈다.

"따라와. 당신이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게 해주지."

승무원이 미아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통로 구석구석에 선내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이다.

재스민이 운전하는 차는 녹음이 가득한 공원을 지나, 거주구역으로 보이는 지역으로 들어갔다.

거주구역이라고는 해도 낮은 복도에 개인 방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공간은 아니다. 정말로 이것이 우주선 안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넓은 복도 양쪽에 자물쇠도 없는 문이 늘어서 있었다. 회의실, 혹은 크고 작은 파티장 같은 분위기였다.

재스민은 그런 문 중 하나로 들어가더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켈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다렸지. 이 사람이 켈리 쿠어다. 잘 부탁해."

이 얼마나 간결한 소개인가.

방에 있던 사람은 모두 일곱 명, 전원이 여성이었다.

총 열 네 개의 눈이 일제히 켈리에게 쏟아지는 가운데, 키가 크고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앞으로 나섰다.

나이는 26, 7세 정도일까. 복장도 화장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머리 모양도 얼핏 보기에는 소박했지만 얼굴 생김새만은 화려한 편이다.

벌써 몸차림에서부터 일하는 동안에는 과도한 꾸밈을 피하겠다는 신념이 엿보인다. 다가오는 걸음걸이도 절도가 있어 보기 좋았다. 게다가 그 여자의 웃음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터 쿠어. 여기에 있는 것은 당신의 외견을 담당할 스탭으로, 저는 대표인 헬렌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슨 담당이라고?"

"외견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ㅡ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신과 재스민을 비교해볼 때 어떻게 보일까, 그것을 조정하는 것이 저희들의 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복장, 소품, 구두나 머리 모양 등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따지게 됩니다. 우선 헤어 스타일입니다만, 지금 머리는 쿠어 재벌의 부회장으로는 조금 답답해 보입니다. 페퍼, 부탁해."

"네."

고개를 끄덕인 것은 지극히 화려한 차림의 여성이었다.

분홍과 하양이 섞인 머리를 하나로 높이 묶어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있다. 작은 몸집에 딱 맞는 타이츠도 흰색에 가까운 옅은 핑크. 허리 주위에 붉은 체크 무늬의 큰 천을 스커트처럼 두른 모습은 마치 빨간 리본이 달린 사탕처럼 보였다.

"이쪽은 페퍼민트. 우수한 헤어 디자이너입니다. 그밖에 메이크업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녀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신체 치수를 재도 괜찮을까요? 기자회견까지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요."

이 헬렌이라는 여자는 말도 태도도 지극히 절도 있고 무서울 정도로 유능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설명이 전혀 없다.

어떻게 디는 사태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곳은 회의실도 파티장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