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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선장, 내가 퀸 비로 따라잡는 데에 열 시간 걸렸어."

선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두 팔을 벌렸다.

정비장 역시 완전히 포기한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 역시 지겹도록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위축되어 있던 정보관리장이 뜻을 굳힌 듯이 얼굴을 들었다. 다시 신중하게 말을 꺼낸다.

"재스민, 들어주십시오. 저는 절대 저 혼자만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연구자로서 저 인공두뇌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당신이 걱정됩니다. 단말을 조종하는 남자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 말도 취소하겠습니다. 다이애나의 태도를 봐도 그 점은 명확합니다. 다이애나는 조종자인 그 사람의 지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이 배를 공격하라는 지시에라도 따를 겁니다. 당신은 그 사람하고 결혼했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정말로 신용할 수 있는 사람입니까?"

궁지에 몰린 정보관리장을 달래려는 듯이 재스민은 미소를 지었다.

"멜빈, 저 남자가 누구인지 고민해봤자 소용없어.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고른 거야."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너무 신경 써도 몸에 안 좋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최근 20시간 동안 계속 저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지?"

"아뇨, 저 같은 것보다......"

"조금 쉬도록 해. 귀여운 얼굴이 상하잖아."

"재스민!"

회의는 그 시점에서 끝났다.

재스민은 전원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이 일은 선내의 다른 부서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다. 정비장도 의무장도, 선장까지도 켈리의 정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정보관리장의 말대로 재스민은 그런 여자였다. 약간 사정이 있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고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그 얘기만으로도 승무원 전원을 납득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재스민은 이 회의에 대해서 켈리에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켈리가 있는 병실에는 통신기가 있어서 다이애나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켈리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귀엽게 생긴 정보관리장은 어떻게 됐어? 얌전히 물러난 거야?"

"지금은 다이애나하고 대화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더군. 본체 해체는 포기하고 심리 분석을 통해서 논리 개념을 찾아보려나 봐."

"그야 상관없지만, 정말로 포기한 건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지. 세상에는 '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잔뜩 비웃음이 담긴 말투였다.

생물학자가 신종을 발견해 이름을 붙이는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물리학자나 수학자가 새 이론을 발견하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어떤 종류의 인간들에게 있어서 다이애나는 이성을 완전히 날려버리는 폭탄이었다. 혹은 그들의 지저분한 명예욕과 지식욕을 충분히 채워줄 만한 훌륭한 만찬이었다.

켈리는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병'이라고 부른다.

이 병에 걸린 인간은 저마다 입을 모아 어떻게 이런 두뇌가 존재할 수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철저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한다.

재스민은 의자를 끌어와 침대 곁에 앉았다.

"알고 싶어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야. 특히 과학자라는 인종은 지식 탐구욕이 동력원이니까. 하지만 남의 물건을 훔쳐서까지 분해하고 싶어하는 건 얘기가 다르지. 특히 다이애나는 더 그래. 그런 짓을 해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켈리는 파트너를 잃게 된다.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감응두뇌가 상품이 될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도 그저 자신들이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런 미친 감응두뇌가 만들어졌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알고 싶어하는 병의 중증 환자들ㅡ흔히 말하는 고명한 과학자들은 다이애나를 분해하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증상이 심한 부류는, 어떤 연줄이 있는지는 몰라도 군대까지 동원해댔다.

"나로서는 당신이 어떻게 자동기계를 조종했는지 그쪽이 훨씬 더 궁금해. 오른쪽 눈은 다이애나와 의료두뇌를 통해서 자동기계에 접속했다 치고, 왼쪽은 정상이잖아?"

"그렇지."

"그럼 왼쪽 눈으로 수술실 천장을 보면서 오른쪽 눈은 자동기계의 전자안구와 동조해서 그 시야로 수술 중인 자기 몸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굳이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

"용케 멀쩡하군. 그러다 난시 되는 거 아냐?"

재스민은 그 한마디로 감상을 맺었다. 그 점이 가장 신경 쓰였던 듯하다.

잠시 뒤 간호형 자동기계가 들어왔다.

한동안은 강한 충격을 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