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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의안이 낡아서 불편하다고 하기에."

"혹시 싶어서 물어보는 건데, 수술한 것도 당신인가?"

"네. 의료두뇌를 한 개 빌려서. 의안의 접속 같은 건 성형수술하고는 달라서, 술식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수술이잖아요. 자동기계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됐어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켈리의 배짱에 감탄이나 경악보다도, 공포조차도 초월해 힘이 빠졌다.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미친 인공두뇌가 설계한 단말기를, 그 인공두뇌의 손으로 체내에 박아 넣고서 태연하게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탈진한 일동과는 반대로 재스민만은 즐거워 보였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면서 말한다.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이 배는 애드미럴로 가고 있어."

"쿠어 재벌의 본부가 있는 행성이군요."

"그래. 귀찮은 수속이 좀 있어서. 그 뒤에는 아마도 연방에 출두하게 될 거야. 물론 그 남자도 같이. 그동안 특별실급의 도크에서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 네 의견은?"

"나? 나한테 의견 같은 건 없어요. 켈리가 날라고 하면 날 거고, 날지 말라고 하면 안 날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아, 그렇지. 희망을 말해도 된다면, 조종사하고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두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네요."

"지상하고 인공위성궤도 정도면 어때?"

"그 정도면 문제없어요."

"알았어. 자세한 건 나중에 상의하도록 하고. 다행히 난 VIP니까 호위함 한두 척쯤은 동반해도 이상할 것 없어."

"그것, 내가 호위함이 된다는 말?"

"그것말고는 적당한 이유가 없잖아? 네 덩치로 일행이라고 할 수도 없고."

재스민이 장난스럽게 웃자 다이애나도 즐겁게 미소지으면서 대답했다.

"재스민, 나 당신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그거 우연인 걸. 나도 그래. 넌 정말 귀여워."

"하지만 날 갖고 싶다고는 하지 말아요. 지금 난 켈리의 파트너니까."

"물론이지. 우선 너 같은 말괄량이를 제대로 조종할 자신도 없어. 그런 위험한 즐거움은 저 남자한테 맡겨두기로 하지."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스크린이 꺼지자마자 정보관리장은 안색을 바꾸며 재스민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의무장이 한숨을 토하며 말을 꺼냈다.

"저 아가씨, 정말로 기계 맞을까."

"무슨 뜻입니까, 의무장."

공격의 화살이 의무장 쪽으로 돌아가버렸다.

"난 인공두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인간이라면 전문이지. 저 아가씨는 비행이 좋다고, 우주모함은 무거워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까 싫다고 확실하게 말했어. 최우선명령이 어떤 것이든 간에 도저히 기계가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일을 선택하고 즐기는 건 인간의 영역이잖아. 게다가 목적을 방해받기를 싫어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희생이 나오더라도ㅡ죄책감까지는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알겠어?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냐.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면서 납득하려고 하는 거라고. 이건 완벽한 모순이지. 물어보겠네만, 인공두뇌라는 건 모순을 느낄 수 있나?"

"설마. 그런 걸 인식했다가는 업무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기계일까 싶은 거야."

"나도 그 의견에 찬성이야, 어니."

재스민이 말했다.

"50년 전이라면 각국에서ㅡ특히 강국들에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인공두뇌'를 만들려던 도전이 대유행하던 시대지. 게다가 에스토리아라며. 마스에 대한 적의는 거의 병적인 집착에 가깝고, 덤으로 인권에는 상당히 무관심한 나라이기도 하지."

정비장의 안색이 변했다.

"그럼 설마, 무슨 소리입니까? 다이애나는 인간의 뇌를 이용했다는 겁니까?"

의무장이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기계로 보조한다고 해도, 에스테로이 과학이 인간의 뇌의 잠재능력을 전부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해도 인간의 뇌는 그럴 필요가 있으니까 평상시에는 70퍼센트 이상 잠들어 있는 거야. 그렇게 억지로 사용했다가는 50년은커녕 1년도 못 버틸 걸."

정보관리장이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뇨, 그건 모릅니다. 부분적으로 생체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특히 중추ㅡ신경세포는 인간처럼 유기체인 쪽이 훨씬 기능이 뛰어나지요. 그 부분을 감응두뇌에 이식해서 응용했다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굉장한 사건입니다. 반드시 저 감응두뇌를 자세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호기심에 가득 차 흥분한 정보관리장에게 재스민은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멜빈, 그 필요라는 건 대체 누구를 위해서, 뭘 위해서 필요한 거지? 나도 알아들을 수 있게 자세히 설명해보지 않겠어?"

정보관리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점점 움츠러들었다. 주저하며 재스민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지금까지 펼쳐지던 토론을 듣고 있던 선장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배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저런 위험한 화물은 가급적 빨리 폐기해버리고 싶습니다만, 허가는 떨어지지 않겠지요."

"미안해, 선장. 확실히 위험한 것만은 사실이지만, 저건 내 남편의 소중한 파트너거든."

"이 배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상관은 없습니다만, 하나만 여쭤보고 싶군요. 당신은 다이애나를 어디까지 믿고 있습니까?"

"처음부터 안 믿어. 그렇다고 정보를 도둑맞을까봐 걱정하지도 않아. 의무장이 말한 대로 다이애나의 소망은 자유롭게 우주를 비행하는 것뿐이야. 그렇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악의는 없어. 사람을 지키려는 의무감은 없지만 공격하려는 의지도 없어. 저 아가씨도 상당히 괴팍한 성격이지."

"아가씨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런 식으로 표현해도 될까요?"

정비장은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재스민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저건 아마도 계속 이상적인 상대를 찾고 잇는 중일 거야. 그것뿐이라면 남자 취향이 약간 복잡한 꿈꾸는 소녀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이애나가 바라는 조건은 조종기술이 뛰어날 것, 단 하나뿐이야."

"실제로 태워서 실력을 알아보고, 기대에 못 미치면 필요 없다고 쫓아낸다는 겁니까. 이런, 이런. 다이애나가 바라는 조건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남편은 상당히 우수한 조종사인가보군요."

회색 눈이 금빛으로 반짝 빛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