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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서 있었다.

"으윽…."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뭐랄까, 지금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언제나 표정이 엄한 고모가 한층 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대로 뒤로 돌아 남쪽 어느 섬나라에라도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보아하니, 집을 비운 데는 사정이 있었겠구나."

고모가 내 등 뒤에 있는 소라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는 것도 인정하마.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어질러 놓은 거니!"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엉망진창이 된 거실이었다. 소라가 쓰러지고 며칠 만에 온 집 안은 지저분해질 대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간병이니 뭐니 하며 바빴던 탓도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 가사 전반을 죄다 소라에게 맡겨 뒀던 것에 대한 벌이 돌아온 셈이었다.

"고모. 들어주세요. 이건요, 그게…."

"알았으니까 지금 당장 청소해!"

내 변명은 고모의 고함에 종이조각처럼 날아가 버렸다.

"후우…. 뭐 하고 있는 건지…."

바닥을 닦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끼리 저녁 먹고 모처럼 기분 좋게 집에 왔는데…."

"오빠, 고모할머니한테 들리면 큰일 나."

"뭐 어때."

게다가 지금쯤이면 욕실에서 미우의 청소하는 모습을 체크하고 있을 텐데.

뒤에서 꼼짝 않고 지켜보는 가운데 욕조 청소를 하고 있을 미우를 생각하니 어찌나 가여운지.

"있잖아, 오빠한테 쭉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음~, 뭔데~?"

나는 방금 발견한 바닥의 얼룩을 부모의 원수를 대하듯 문지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고마워.그리고-있잖아."

"응?지금, 뭐라고…?"

끝부분만 못 듣고 흘려버려서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내 눈에 비친 것은 틀림없이 지금까지 본 것중에 최고의 미소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자, 청소 안 하고 농땡이 부리면 또 야단맞는다?"

눈앞에서 최고로 근사한 미소를 짓는 소라의 모습에 나는 두근 거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청소에 몰두하는 척했다. 나한테도 한 가지 비밀이 생겼다

"오빠, 바보."

소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직 들키지 않은 가장 소중한 비밀을 한 번 더 가슴 속에 집어넣고 열쇠를 채웠다. 그렇다, 소라는 유타를-.

누구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하기란 의외로 어렵다.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