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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아난대.

라는 말은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잘 알 수 없었다.

충격이었다.

가슴 언저리가 부서져버릴까봐 무서워졌다.

토요일의 시내 한복판, 넘쳐나는 인파이건만 지금 당장 주저 앉아버리고 싶었다.

그럴 때였다.

철썩!

등을 잇는 힘껏 얻어맞았다.

“아얏?!”

“안녕? 왜 그렇게 구부정하게 걷고 있니!”

통통 튀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다음 순간에는,

“앗! 뭐, 뭐야? 맙소사! 웬 울상이래?! 어?! 혹시 나, 나 때문이니?!”

당황한 음성으로 변했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학원을 땡땡이친 날 만났던 그 ‘여자애’였다.

뒤돌아본 코헤이가 너무나 처량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무슨 표정이 그래?”

그렇게 말하며 여자애는 코헤이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알 게 뭐야. 내 얼굴은 안 보인다고.”

“거울 갖고 있는데 빌려줄까? 네 표정 엄청나다?”

“......됐어...”

코헤이가 힘없이 대답하자 여자애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잠깐 여기에서 기다려봐.”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애는 조금 떨어져 서 있는 두 친구한테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두세 마디 주고받더니 다시 코헤이에게 돌아왔다.

친구들은 여자애에게 손을 흔들고 나서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좋았어! 같이 걷자.”

여자애는 말했다.

“어? 하지만.”

코헤이는 여자애가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사고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 상태였다.

여자애는 전에 만났을 때 입고 있었던 사립 여학교 교복 차림이 아니었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인지 가슴에 레이스가 들여다보이는 짧은 니트에 청반바지, 그리고 부츠라는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새삼스럽게 찬찬히 살펴보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보기뿐이고 느낌은 똑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뇌의 활동이 둔해진 지금 그녀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 요전에 괜찮은 카페 발견했는데 거기나 가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한 여자애는 여전히 얼빠진 듯 멍하니 있는 코헤이의 등을 툭 밀고는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이랑 놀고 있다가 왜 나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주인을 쫓아가는 강아지처럼 코헤이는 여자애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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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사람이 걱정을 해줄 만큼 자신이 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음을 카페의 화장실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거울 앞에 서서.

아아,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나.

아, 그런가. 나 때문인가.

아아, 어떤 표정을 지으면 되는 거였더라?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으면 되는 거지?

모르겠네.

도무지 모르겠다.

이젠 상관없다.

별로.

코헤이는 그냥 울상을 지은 채 화장실에서 나갔다.

자리에 돌아가니 테이블에는 미리 주문해놓은 커피와 여자애가 주문한 홍차가 있었다.

홍차 포트 옆에 모래시계가 있는 것을 보고 ‘웬 모래시계?’ 하고 생각하면서도 입 밖에는 내지 않았지만,

“차 우리는 시간을 재는 거야.”

여자애가 대답했다.

완전히 머릿속을 읽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만났을 때도 여자애의 감은 몹시 날카로웠다. 작은 혼잣말만 듣고도 코헤이의 마음속을 알아챘을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것은 이 여자애와 만났기 때문이다.

이 여자애와 만나서 알게 되지 않았다면 어느샌가 사라져버릴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바보 같은 나는 나중에야 깨닫고 더 아파했겠지만.

이 아픔의 의미를 모르는 채 그저 괴로워하며 마구 몸부림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꼴사납게.

“후유......”

커다란 한숨은 아직 우유를 넣지 않은 커피의 검은 호수에 파문을 일으켰다.

“나까지 우울해질 만큼 엄청난 한숨을 쉬네.”

여자애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괴면서 다른 한 손으로 모래시켸를 뒤집었다.

하늘색 모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