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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했지? 그 대학살 뒤에 관계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어?"

재스민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다시 창백해진 얼굴로 프리스틴이 고개를 흔들었다.

재스민은 주위를 둘러보고서 통로 끝에 있는 전망석으로 프리스틴을 데려갔다.

그곳은 바깥을 내다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벤치도 설치되어 있는 작은 휴게소였다. 마실 것을 제공하는 음료수 기기들도 갖춰져 있다.

커피를 뽑아들고 벤치에 앉은 재스민은 이마를 누르면서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정말. 머리카락 하나라니. 펠릭스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

선내에 있는 다양한 인공두뇌는 모두 펠릭스와 연결되어 있다. 상하로 연결되어 지배를 받는 것도 있고 상호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연구용 인공두뇌는 정보용 인공두뇌의 관리를 받으며 그 정보용 인공두뇌의 펠릭스는 어느 정도까지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연구용 인공두뇌가 개시한 작업을, 펠릭스는 즉시 이상 사태로 판단했다. 명백하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지능이 뛰어난 펠릭스는 이런 작업을 최우선 순위의 재스민이 용인할 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스민이 언제나 손목에 차고 있는 통신기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그리하여 재스민은 '드라이가 아직 덜 끝났어요' 라고 울부짖는 페퍼민트를 놔두고 미용실을 박차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프리스틴 역시 커피를 손에 들고 재스민 곁에 앉았지만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저기, 전 아직,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겠지."

재스민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위노아 특수군인가. 어디까지 조사했지?"

"연방도서관의 자료를 읽었습니다."

"그럼 의미가 없어. 거기에는 일반적인 표면상의 스토리밖에 쓰여 있지 않으니까."

"숨겨진 얘기가 있나요?"

"그럼. 애초에 위노아의 연방 가입은 연방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었어. 목적은 위노아의 유전공학과 유전자 조작 기술이었지."

일종의 쇄국 상태라고는 해도 사람의 출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노아 특수군 병사의 우수함은 주변에 소문이 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 병사들이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났다는 사실 역시.

그렇다면 그런 기술을 변경국가가 독점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충 그런 얘기였다고 한다.

"넌 유전자 이상이라고 했지? 당시 연방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지. 특수군 병사의 경이로운 우수한 전투 성적과 동서 위노아 수뇌부가 특수군 병사에 대해 보이는 경멸적인 태도를 볼 때 위노아는 뛰어난 병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유전자 차원에서 인간을 개조한 것이라고. 따라서 특수군 병사라는 것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없는 능력이 인공적으로 추가된 개량형 인간으로 일종의 '초인'들이라고. 애초에 그게 착각이었던 거야."

"아닌가요?"

"아니야. 그리고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너무 늦었지. 당시 연방은 위노아에 기술을 독점시키지 않으려고 연방 가입을 제안했어. 동서 위노아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긴 내전에 완전히 질려 있었지. 양쪽의 이해가 일치한 셈이야. 거기서 연방도, 동서 위노아도 10만 명이나 되는 특수군 병사를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거지."

"연방도, 라고요? 어째서? 동서 위노아는 알겠습니다만......"

"10만 명이나 되는 '초인'들이 군역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풀려나면 어떻게 딜 것이라고 생각해?"

"......"

"자유롭게 된 이들이 위노아 정부를 차지할지도 몰라. 위노아 안에서만 있어주면 상관없지만 그 뒤에 우주로 진출할지도 몰랐지. 연방 입장에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이상으로 현존하는 초인들이 시민권을 획득해 사회로 풀려나는 걸 저지하고 싶었던 거야. 어떻게 할 수 없겠느냐고 말을 꺼낸 건 연방 쪽이었나봐. 하지만 구체적으로 학살을 지시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일단 그렇게 되어 있지."

"......"

"대학살이 일어나기 전, 동서 위노아가 통합에 합의하고 연방 가입이 내정되었을 때라고 생각해. 연방은 연구 목적이라는 명분 하에 위노아의 시설에서 갓 태어난 아기ㅡ미래의 특수군 병사가 될 아기를 몇 명 데리고 갔지. 어떤 유전자 조작이 행해졌는지 자세하게 조사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아무리 검사해봐도 그 아이들은 보통 아기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어."

"에?"

프리스틴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어째서냐고 눈을 묻자 재스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계속했다.

"연방의 과학자들은 경악했지. 연방은 특수군 병사라는 걸, 거창하게 말하자면 평범한 인간과는 교배조차 불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애들 프로에 있잖아. 피부를 경화시켜서 수백 도의 열에 견딘다든가, 몸에서 전기가 방전된다든가, 100미터를 3초에 달리고 1톤의 철괴를 들어올리며 한 시간 동안 숨을 쉬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그런 초인들ㅡ. 연방은 특수군 병사도 그 정도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었어. 이 검사 결과에 경악한 연방측은 위노아의 과학자들에게 물었지. 그러자 이번에는 그쪽도 경악하면서 자기들의 유전자 조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반론했어. 그들이 하던 건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능력이 높은 인간을 만들어내는 정도의 조작이었지. 게다가 끼워 넣은 인자가 발현할지 어떨지는 태어난 뒤의 교육에 달려 있는 거야. 다른 사람보다 조금 머리가 좋은 사람, 조금 발이 빠른 사람, 조금 계산이 능숙한 사람, 그런 사람은 그리 드물 것도 없지. 어렸을 때부터 받은 훈련의 결과 그렇게 되었다면 더욱 이상할 게 없어. 자연 분만으로 태어나는 보통 인간이라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었

어. 위노아에서는 이미 대학살이 벌어진 뒤였지."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잊고 얘기에 빠져 있던 프리스틴은 큰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런 건 조금만 조사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일이 그렇게 되도록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는 말인가요?!"

"그래. 뒤쪽에서는 꽤 유명한 얘기야. 하나같이 얼간이들만 모여 있었다고. 연방 측은 존재하지도 않는 초인들을 묘하게 경계하면서 일이 정리되기 전에 위노아를 자극하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한편 위노아 측은 연방의 과학 아카데미가 자신들의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착각하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었지. 그래서 서로 자세한 사항에 대해 대화조차 하려들지 앟ㄴ았던 거겠지만, 그 단순한 착각이 부른 바보 같은 비극이라는 거야."

재스민도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위노아 특수군은 당시의 연방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전투 성적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걸까? 난 결국 의식의 차이라고 생각해. 위노아 정부가 어떤 교육을 했는지, 그 결과 그들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싸우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은 연방군의 신병처럼 훈련이 힘들다고 도망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훈련 성적이 좋다고 우쭐해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동서가 통일된 뒤에 그들이 평범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을지 어떨지로 가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만, 어쨌거나 죽을 필요도 없었던 동서 위노아의 특수군 병사들은 전원이 학살당했어. 연방이 데려간 스무 명의 아기를 제외하고는. 그런데 얘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아. 그 뒤 위노아에는 특수군 병사의 저주가 만연했지."

"저주......?"

프리스틴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익숙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