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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지만 내가 그걸 발견한 건 훈련 중이었어. 2주일 동안의 특수훈련으로, 극한상태에서 체력과 근성을 단련하는 게 목적이었지."

재스민은 다시 한 번 몸을 뒤척였고, 뺨에 손을 짚고 있던 켈리는 말없이 얘기를 기다렸다.

"키시에크에는 알려진 대로 사람이 거의 없어. 지반이 튼튼한 육지에 우주항이 하나, 그 주위에 도시가 하나 있을 뿐이지. 다른 대륙이나 섬에는 아무도 안 살아. 있는 건 정체도 알 수 없는 동물이나 곤충류뿐이야. 대략적인 지형이 표시된 지도 한 장만 가지고 그곳을 단독으로 주파해서 정해진 지점에 도착하는 게 목표였어. 물론 어떤 종류의 탐지기도 소지할 수 없고 2주일의 기한을 1분이라도 넘기면 실격처리야."

"엄격하군. 그러다 사망자도 나오는 거 아냐?"

"도중에 그만두는 걸 '항복'이라고 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경우에는 항복을 할 수 있지. 지급된 통신기로 항복을 의미하는 긴급신호를 보내면 소형 비행정이 데리러 가게 되어 있었어. 물론 그럴 경우에는 실격이지만."

"2주 사이에 주파해야 한다는 거리라는 게 얼마나 되는데?"

"약 1,000킬로미터."

켈리는 베개에 머리를 푹 묻었다.

평지에서라도 보통 사람에게는 무리이다. 게다가 그 토지에서라면, 거의 무모한 짓에 가깝지 않은가.

키시에크의 육지는 대부분이 고온다습한 열대형 기후였다.

일교차가 심하고 큰비가 빈번하게 내린다. 도시에서 한 발짝만 밖으로 나가면 맹독이 있는 동물이나 파충류의 소굴이며, 공격적인 곤충들이 들끓는다.

"군대라는 데도 참 엄한 짓까지 시키는군. 거기다 식량까지 현지조달이라는 거야?"

"아무리 군대라도 그렇게까지 비상식적이지는 않아. 원래는 2주일분의 식량을 제대로 지급 받게 되어 있지. 그 식량을 어떻게 분배해서 소비할지도 훈련의 일환이니까. 사실 혹독한 곳이라 하루에 소모되는 노동량이라는 게 상상을 초월해. 충고해주는 상관도 동료도 없지. 그런 상황에서 먹는 식량이야. 책상 앞에서 계산하는 것처럼 잘 굴러갈 리가 없지. 예정 이상으로 많이 먹다보면 마지막 사흘 정도는 굶게 되곤 해."

"당신도 그랬던 거야?"

"아니. 나도 상당히 미움을 사고 있었던지 현지에 도착해서 휴대식량을 꺼내봤더니 알맹이가 전부 총알하고 탄약으로 바꿔쳐져 있더라고."

"......"

"나에게 주어진 선택은 둘. 그 자리에서 '항복' 신호를 보내던가,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하면서 목표 포인트로 이동하던가."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만한 상황이다. 후자를 완수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살행위에 가깝다.

"후자를 선택했다 이거군."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면서 재스민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때 일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누가 부린 심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총알에 탄약이라니 꽤 센스는 좋다 싶었지. 그걸로 마음을 굳힐 수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생물이 나타나면 쏘아 죽이고 잡아먹자, 그렇게 결심했어."

"......"

"동물이든 파충류든 가릴 여유가 없었어.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조금만 걸음을 늦춰도 시간에 맞출 수 없으니까. 게다가 먹을 것이라는 게 내 사정에 맞춰서 나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 오렌지색하고 만났던 게, 7일째에 독사를 잡아먹고 나서 닷새 내내 굶고 있을 때였어."

"그 닷새 동안 계속 걷고 있었어?"

"배고픈 데 장사 없다는 말이 진짜 실감나던데. 하루에 50킬로미터 정도까지 속도가 떨어졌으니까. 이젠 틀렸나 싶을 때에 그 오렌지색이..., 그것도 특대형이 눈앞을 쓱 가로질러 가는 거야. 그렇게 기뻤던 적은 없었지."

그런 걸로 기뻐하지 말라고 쏘아붙여주고 싶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때 재스민의 눈에는 몸길이 1미터에 발 여섯 달린 산초어도 걸어 다니는 스테이크로 보였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왜 튀김이었어?"

"토사우(土沙雨)가 내리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전혀 멈출 기색도 없었어. 그 동네에 오는 비가 어떤지 알지? 제대로 된 건물 안에 있으면 몰라도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해봤자 무의미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익힐 방법을 생각해야 했으니까. 날로 먹는 건 기생충 문제가 있고. 개조한 총을 고주파 발생장치로 이용하고, 근처에 기름나무가 있기에 줄기를 베어서 내열용기에 수액을 담은 뒤에 토막 친 오렌지색을 던져 넣고 그릇째로 구웠어. 손은 엄청 갔지만 진짜 맛있었지."

켈리는ㅡ늘 있는 일이지만ㅡ쓴웃음을 지으면서 재스민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당신, 정말 기가 막히는 인간인 걸. 거기엔 사람에게 덤비는 벌레도 상당히 많을 텐데."

"알고 있어. 조심은 했지만 그래도 몇 번 당했지. 살아 있는 동물의 몸에 파고들어서 근육을 뜯어먹는 놈이었어."

"그건 어떻게 했어?"

"근육째로 파냈어. 다른 방법도 없고, 내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벌레가 날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켈리는 침대 속에서 자리를 옮겨, 담담히 얘기하고 있는 재스민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이, 여왕."

"뭐야, 해적."

"그런 상황에서 그 오렌지색을 맛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당신이 더 신기한데.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대개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게 평범한 인간들의 반응이잖아."

재스민은 쿡쿡 웃다가, 자신의 바로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내가 어딘가 이상한 거겠지. 그때 포인트에 도착해서 신호를 보내고 훈련종료를 확인했을 때는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으니까. 때에 진흙 범벅이었어. 몇 군데나 벌레한테 당해서 살을 파냈으니까, 피부도 너덜너덜했고. 예방 접종도 효과가 없었는지 전염병까지 걸려 있었어. 군의관이 날 보자마자 완전히 뒤집어져서는 제대로 진찰도 않고 그대로 격리병실에 던져 넣더라고. 그래도 말야, 그래도 이런 곳에서 서류에 묻혀 있는 것보다는 그런 순간에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나."

켈리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이 여왕은 거대재벌의 총수 따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었다.

"당신은 그대로 군대에 있었으면 연합함대 총사령관도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을 바꾸자면 중장까지 출세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고의 찬사였지만 재스민은 묘하게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글쎄, 출세를 하려면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경력이나 출신이 중요한 조직이라서 말야. 난 절대로 품행 방정한 인간도 아니고 맥스의 딸이라는 사실도 숨기고 있었으니까. 그냥 대위로 군대생활을 마감했을지도 몰라."

"거기까지 올라갔으면 당신이라면 소령이 되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아니, 군대에 있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던 참이었으니까. 게다가 할 수 있다면 난 중장보다도 해적이 되어보고 싶었어."

켈리는 과장스럽게 고개를 젖히며 심술궂게 말해보았다.

"바보 같은 소리. 당신 같은 인간이 난입하면 이쪽 장사는 다 끝이야."

"장사라고 해도 넌 상선을 덮치는 해적은 아니었잖아? 그런 쪽에도 라이벌이라는 게 있는 거야?"

"기분 문제야. 또다시 쫓겨다닌다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재스민은 웃으며 말을 돌렸다.

"나도 물어보고 싶었어. 넌 수많은 게이트를 발견했고, 그 게이트를 통해서 수많은 보물들을 발견한 거나 다름없어. 그런 이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유가 뭐지?"

"흥미가 없으니까."

"그럼 뭐에 흥미가 있는데? 네가 혼자서 우주를 날아다니는 이유는?"

"혼자는 아냐. 다이애나는 멋진 파트너라고."

재스민은 몸을 일으키며 켈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켈리의 몸 위에 올라탔다.

풍만하고 멋진 몸매였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깔리는 것도 견디기 힘들기에, 켈리는 천천히 자세를 바꿔 재스민의 위로 올라갔다.

재스민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의 큰 몸은 부드럽지도 포근하지도 않았지만 따뜻했다.

"말 돌리지 마, 해적. 난 네 대답이 듣고 싶다고."

"그렇게 진지하게 묻지 마. 쪽팔리잖아."

서로의 체온이나 체취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있어도 켈리는 그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단한 이유 같은 건 없어. 아마도 당신하고 비슷한 이유겠지."

재스민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지. 난 다른 사람은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우주를 날아다녀. 이유 같은 건 더 묻지 말라고. 메트로에 기재된 도표 따위는 이 우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공화우주니 뭐니 하면서 잘난 척하고 있지만, 이 세계에서 인간이 모르는 우주는 아직 셀 수 없이 많아. 난 누구보다도 먼저 거기에 가서 뭐가 있는지를 보고 싶어. 그것뿐이야."

이런 말을 하면 코웃음치거나 바보 취급하는 여자도 많았지만, 재스민은 미소를 지으며 켈리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신혼부부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괜찮은 분위기가 되었을 때 긴급연락이 들어왔다.

우주선 한 척의 소식이 끊겼다는 보고였다.

4장

쿠어 재벌에는 무역운송 분야가 없다.

맥스 쿠어는 유능한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