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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의 심플함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복장이 아니라, 이른바 버니 걸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우주 최강의 거대한 가슴을 가진 버니 걸임에 틀림없었다.

"라, 라이카 선배님…."

그랬구나. 아까 왜 떠들썩했는지 정체를 알았다. 뇌쇄적이랄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차림으로 탈의실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모양이다.

"어때?"

라이카 선배가 여느 때처럼 태연한 말투로 물었다.

"아, 으음… 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간신히 그 말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라이카 선배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반응이 재미없네."

납득이 가지 않았는지, 거대한 가슴을 일부러 들어 올려 보여주었다.

"자, 원하던 큰 가슴이야. 아니면 고양이 귀까지 있어야 해?"

라이카 선배님, 자신이 엄청난 미녀라는 자각을 하세요.

이제는 부수입이라기보다 놀림을 당하는 것 같기만 했다.

"야옹 야옹. 이건 어때?"

"으헉…."

라이카 선배는 버니 걸 의상을 입은 채 손을 귓가에 대고 고양이 포즈를 취했다.

맙소사. 이건 너무 기습적이잖아. 코피가 터질 것 같아.

"어~이, 세가와~. 빨리 오다 선배님한테도 손님 접대를 부탁하라고~."

기다리다 못한 니무라가 불평을 했다.

"좋았어. 상 주는 건 끝."

초절정 미인 버니 걸은 거대한 가슴을 아낌없이 흔들며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나갔다.

음…. 다른 남자들에게 저 모습을 보여 준다는 건 상당히 용납 할 수 없는데.

저 모습은 내가 귀여운 세 조카를 끈질기게 설득한 것에 대한 보수였는데….

"…바보 같긴."

"으악!"

나는 가까이에서 노기를 품은 기운을 느끼고 서둘러 뒤돌아보았다.

라이카 선배의 모습에 넋을 잃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느새 코스프레 의상으로 갈아입은 소라가 뾰로퉁한 얼굴로 옆에 와 있었던 것이다.

원망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소라를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소라…."

"흥. 어차피 나 같은 건 라이카 언니처럼 미인도 아니고 가슴도 크지 않답니다…."

아마 나는 소라의 기분을 완전히 상하게 만들어 버린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 양손을 저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라가 얼마나 예쁜데!"

폭탄 가슴 버니 걸의 인상이 너무 강했던 탓에 잠깐 정신을 잃기는 했지만, 소라의 의상은 누나가 일부러 소라를 위해 만들어 준 만큼 아주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소라를 위한 것이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무슨 코스프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라의 분위기를 살린 캐릭터 선택이라고 생각됐다.

교복 풍의 노출이 적은 디자인은 소극적인 소라도 입기 쉬울 테고, 나와 신고 매형 같은 남자 보호자들도 안심하고 보고 있을 수 있었다.

솔직히 소라가 버니 걸 의상을 입겠다는 말ㅇ르 꺼냈으면 분명히 말렸을 거야, 난.

라이카 선배의 버니 걸 모습은 보고 싶지만 소라의 버니 걸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니, 이건 어찌된 영문이지?

이건 나한테도 보모의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증거인가?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