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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라니요. 당신은 저 사람의 부인이지 않습니까?"

"그런 명칭에는 의미가 없어. 다이애나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남이지. 저 남자도 같은 생각일 거야."

단순한 사실을 설명하는 듯한 말투였다.

입으로는 부인의 권리 운운하면서도 재스민은 그 권리를 행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조종자가 부상을 입었으니 배가 치료한다. 배가 부상을 입으면 조종자가 수리한다. 아마 오랫동안 저 두 사람은ㅡ정확하게는 한 사람과 한 척은ㅡ그렇게 지내왔으리라.

그 사이에 계약 결혼을 한 부인이 권리를 내세우며 끼어들어봤자 월권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재스민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을 화나게 만든다는 재스민이 어째서 저 남자와는 충돌 없이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람에게는 제각각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영역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비상식적인 부부는 그 기준이 굉장히 비슷했다. 가치관이 같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정보관리장이나 통신사는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거냐고, 의문이라기보다 불만에 가까운 표정이었지만 재스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지한 얼굴로 선교의 승무원들을 둘러본다.

"자, 여러분. 말할 필요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남편은 아직 해적에게 납치당한 채이고 현재 몸값에 대해 교섭하는 중이야. 이 선교에서 나간 뒤에는 아무리 친밀한 사람에게라도 그렇게 설명하고 그 이외의 사실은 일체 발설하지 말도록."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재스민은 조용히 말했다.

"혹시 누군가가 말을 흘린다면, 그때에는 정말로 유감이지만 내 책임 하에 입을 막겠어. 완벽하게, 영원히."

전원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아까까지 무섭게 덤벼들던 정보관리장과 통신사도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한번 하겠다면 정말로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 과격한 경고의 이유도 알고 있었다.

우주선 개발에 관여하는 연구자며 기술자들이 혈안이 되어 2VL의 벽을 돌파하려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미 5VL을 실현해낸 배가 있다고는 도저히 공표할 수 없었다. 발표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이번에는 전 우주의 이목이 집중된다. 켈리에게도 재스민에게도 실로 바람직스럽지 못한 사태였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납득할 수 있느냐고 하자면, 또 문제가 달라진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젊고 가장 솔직한 성품의 정보관리장 멜빈 클라크는 특히 그랬다.

과학의 발전이나 기술의 진보는 환영받을 일이며, 그 혜택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어째서 숨기는지, 어째서 숨겨야만 하는 건지 이상하게 여기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재스민에게 그렇게 말할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숨막히는 침묵이 선교를 가득 채웠고,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재스민은 선장아게 물었다.

"통신은 어떻게 되어 있지?"

"'미니욘 연성'에 돌입한 직후부터 통신규제를 펴고 있습니다. 현재 외부와의 연락은 선교를 통해야만 가능합니다."

"좋아. 펠릭스ㅡ."

"예."

"켈리 쿠어가 이 배에 돌아올 때까지 일반 직원의 외부 연락을 금지한다. 혹시 이 통보를 무시하고 외부로 연락하려는 자가 있으면 즉시 보고해."

"알겠, 습니다."

선내의 승무원들을 한동안 외부와 격리시키는 셈이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복리 시설이 충실하게 갖춰진 '쿠어 킹덤'에는 성계 간 통신설비도 있다. 하지만 일반 직원 중 누군가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칫 '지금 미니욘 연성에 있다' 같은 소리라도 썼다가는 끝장이다. 현재 위치를 숨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상사태이므로 외부와의 연락을 금지한다고 설명하면 직원들도 납득하겠지.

'쿠어 킹덤'은 단거리 게이트를 통과해 미니욘 태양계 제3행성으로 이동했다. 반경 3,700킬로미터의 작은 가스상 행성이다.

공전주기는 166일. 스테이션 '미니욘 연성'으로부터는 현 시점에서 약 5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앞으로 점점 멀어지는 궤도를 타게 된다.

'쿠어 킹덤'은 이 별의 위성궤도에 오른 뒤 기관을 정지했다.

여기까지 작업을 마친 뒤 승무원들은 선교에서 물러났다.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초과노동을 한 셈이었다. 인간이라면 이미 한참 전에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이 지났던 것이다.

뒤는 펠릭스가 배를 관리하게 되겠지만 골드맨 선장은 최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재스민과 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