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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문을 연 순간, 여자애와 눈이 맞았다.

나이는 열넷, 열다섯 살 정도였다. 틀림없이 열 명 중 열 명이 예쁘다고 단언할 만한 외모이긴 했지만, 여자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앳된 모습이 조금 남아 있었고, 살집이랄까, 요컨대 가슴 사이즈도 아직 성장 과정 중이었다.

어째서 내가 그런 것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냐면, 그 소녀는 상의를 벗고 지금 막 허리에 있는 치마에 손을 댄 참이었기 때문이다.

“누… 누구?”

떨리는 목소리로 소녀가 내게 물어 왔다.

“아, 그게… 아마 일단은 네 친척…이겠지?”

“그, 그렇군요. 그럼 유리 언니의?”

“응. 그래, 그래, 남동생이에요.”

“아하하하!”

“우하하하!”

서로 얼굴이 경직된 채 웃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오오오!”

황급히 문을 닫긴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으음…. 새로 소개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외삼촌이 되는 세가와 유타입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비스듬한 건너편 소파에는 세 자매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리도 인사해야지, 언니.”

“흥!”

방금 전에 내가 욕실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소녀 장녀인 소라는 얼굴을 돌린 채 한 번도 내 쪽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어휴, 언니도 참…. 사고였으니까 외삼촌한테 화를 내면 안 되지.”

차녀인 미우가 언짢아하는 언니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첫인상이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무뚝뚝한 언니와는 달리 미우는 호의적이고 아주 착한 아이였다. 때때로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열 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어른스러웠다.

확고한 시스터 콤플렉스 내 입으로 말하기도 허무하지만 인내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니 상당한 수준이었다.

“죄송해요. 언니가 약간 무뚝뚝해서요.”

“미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언니에게 야단맞은 미우는 나를 향해 조그마한 혀를 내밀어 보였다. 역시 몸짓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운 아이다.

“외삼촌이랑 마지막으로 만난 건 히나가 한 살 때였죠? 그럼 2년 만이네요?”

“뭐, 뭐… 그렇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