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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었지만, 그 이념은 어디까지나 뭔가를 만드는 데에 있었다.
상품으로서의 우주선이라면 대량 제조하지만, 화물운송을 업무로 삼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사용하는 화물선이라면 셀 수 없이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소식이 끊긴 우주선도 그런 배들 중 하나였다.
행성개발 분야에 소속된 10만 톤급 운송선 '버밀리온'.
행성개발 분야는 말 그대로 거주 가능한 행성을 개발하고 도시를 건설해, 실제로 인간이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이 부서는 최근 어떤 행성의 기초조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도시 건설에 착수하고 있고, 그 목적으로 파견된 것이 '버밀리온'이었다.
16명의 승무원과 300명의 토목건축 기술자들을 태운 '버밀리온'은 센트럴에서 150광년 떨어진 행성 아이아스를 목표로 닷새 전 출발했다가 나흘 전 연락이 끊겼다.
이 보고를 들은 재스민은 싸늘하게 잿빛 눈을 빛냈다.
"316명의 사원이 나흘이나 행방불명이었다고? 그 소식이 왜 지금에야 내 귀에 들어오는 거지?"
보고하러 온 프리스틴 쪽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제퍼슨 씨의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관할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총수께 알릴 필요는 없다고요. 알렉님이 독단적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알렉이?"
재스민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녀석은 지금 호텔 쪽 사람일 텐데. 어재서 우주선 실종 따위에 관여하고 있는 거야?"
프리스틴은 목소리를 낮추며 더욱 사무적으로 말했다.
"'버밀리온'에는 휴고님이 승선하고 잇었다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재스민은 짧게 혀를 찼다.
"판명된 '버밀리온'의 최후 위치는?"
"아이아스 성계로 게이트 아웃한 것까지는 확인됐습니다. 바로 최근에 개설된 '블로 네뷸러'라는 스테이션입니다만, 현재는 항행금지상태입니다."
"이유는?"
"자기폭풍입니다. '버밀리온'이 게이트 아웃한 직후 발생해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렉님도 제퍼슨 씨도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이트는 고정불변의 물체가 아니다. 주위 환경에 의해 항상 변화한다. 혜성이 통과하거나 항성의 중력 이상, 소행성의 접근, 태양풍의 변화나 자기폭풍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주선 같은 큰 물질이 통과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항행금지'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자기폭풍이 지나가고 게이트가 안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재스민은 그런 소극적인 방법으로 만족할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밖에 아이아스 성계로 가는 경로는?"
재스민은 프리스틴에게 묻고 있었다. 프리스틴도 알고는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재스민의 뒤에 있던 켈리를 쳐다보다가 당황하며 시선을 돌리고 대답했다.
"가장 가까운 것은 마스 공화국 내의 '에버랜드주'에서 잔가리아의 '셈 위성'을 경유해 '크리스털 빅토리아'로 나가는 경로입니다만, 그래서는 게이트 아웃부터 아이아스 성계에 도착할 때까지 '쿠어 킹덤'의 최고 속도로 날아가도 반년 정도가 걸립니다."
생각할 것도 없다.
이것이 게이트를 이용하는 항행의 약점이기도 했다.
공화우주에 퍼져 있는 인간이 사는 행성은 이른바 섬인 셈이다.
광속으로 날아가도 백년, 이백 년, 심할 경우에는 더 긴 시간이 걸리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멀리 떨어져 고립된 섬들에 사람들이 분산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섬들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각지를 묶어주는 길이 게이트와 스테이션이었다. 길이 끊어지면 섬은 완전히 고립된다.
재스민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최후로 질문을 던졌다.
"'블루 네뷸러'로 직행할 수 있는 스테이션은?"
"모네이튼 성계의 '메테올라이트 아이' 뿐입니다. 알렉님도 지금 거기에 계십니다."
"그럼 '메테올라이트 아이' 자체는 쓸 수 있다는 거지?"
"네. 그 스테이션에는 네 개의 플랫폼이 있으니까요."
"알았어. '쿠어 킹덤' 쪽에 출항 준비를 서두르라고 지시해. 바로 '메테올라이트 아이'로 간다."
이 저택 근처에는 바로 셔틀 발착장이 있다.
재스민은 즉시 저택에서 뛰어나와 리무진을 타고 발착장으로 달려갔다. 물론 켈리도 함께였다.
비서인 프리스틴도 충실한 집사인 이자드도 함께 왔지만, 어째서인지 진저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저 큰 저택에 혼자 남는 건 싫어."
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셔틀은 대기권 내에서 낼 수 있는 속력을 총동원해 우주공항으로 날아갔다. 참고로 리무진도 셔틀도 재스민이 직접 조종했다.
몰론 평소라면 운전수가 따라오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하늘이 막 부옇게 밝아오는 시간이었다. 총사 직속으로 일하는 부지런한 운전수들도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재스민의 행동이 빨랐다는 얘기도 된다.
저 퀸 비(통칭 '하늘을 나는 진홍색 관')을 자유자재로 운전하는 재스민이니 만치 조종기술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셔틀에 올라타자 켈리 이외의 사람들은 재빨리 안전벨트로 몸을 고정시켰다. 과연, 이 여왕과 같이 지낸 시간이 괜히 짧았던 것이 아니었다.
우선 셔틀의 조종이라는 것은 비행 중에도 이착륙 때도 컵에 담긴 물조차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조종자가 저 재스민이라면 그런 상식은 기대할 수 없었다.
지금 셔틀의 조종석에 앉아 있는 것은 안전제일을 기치로 삼는 운전사가 아니었다. '전투기 조종사'인 것이다.
교통 규칙 따위 처음부터 깡그리 무시하는 속력으로 항로를 취하고, 이 난폭한 운전에 파랗게 질려 경고하러 온 경찰들에게는 '재스민 쿠어야!'라는 한마디로 입을 다물게 만들면서 셔틀은 대기권을 돌파했다.
그때쯤에는 물론 켈리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만한 운전이었던 것이다.
'쿠어 킹덤'은 배에 충돌이라도 하려는 듯이 거칠게 돌아온 주인을 쾌히 맞아들였다. 출항 준비도 이미 마치고 있었는지 셔틀이 들어오자마자 즉각 출항했다.
애드미럴에서 모네이튼 성계까지는 70광년 거리지만 직행은 불가능하고, 도중에 두 군데의 스테이션을 통과해야 한다.
공포스러운 운전에서 겨우 벗어난 켈리는 선교로 이동하면서 프리스틴에게 물어보았다.
"아까 말했던 알렉이라는 게 누구지?"
"저, 마리온 호텔의ㅡ행성개발 분야에 소속된 호텔 체인 중 하나입니다만ㅡ부지배인으로 알렉산더 제퍼슨이라는 분입니다."
"제퍼슨? 그럼......"
"예. 행성개발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리처드 제퍼슨 씨의 아드님입니다."
어째서인지 말하기 곤란한 듯한 눈치였다.
"그럼 휴고라는 건 누구지?"
"알렉님의 형님입니다. 도시개발 전문이며, 개발 팀의 일원으로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버밀리온'에......"
과연. 확실히 큰일이다.
선교의 사령실에 도착한 재스민은 즉각 제퍼슨에게 연락을 취했다.
제퍼슨이 있는 사무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