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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진짜인지 어떤지 판별할 수 있지."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능이란 쉽게 말해 어뮤스피어를 각성 상태에서 사용해, 현실의 시각이나 청각에 디지털 정보를 덧씌우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현행 거치형 PC나 휴대단말은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시야에 가상 데스크톱을 표시해 브라우징하거나 메일을 보낼 수도 있고, 도로를 내비게이션하거나, 사람이며 물건의 정보 태크를 표시하는 등 용도는 무긍무진하다.

현재 렉토를 비롯한 대형 정보기기 메이커가 활발하게 연구중이지만, 몸의 움직임에 따라 전자 펄스의 초점이 달라진다거나 대용량 배터리를 외장할 필요가 있는 등 문제가 많아 실용화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유감이지만 현재의 헤드기어 형으로는 상시 AR은 실현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하지만 언젠가 기술혁신이 일어나,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늘 대용량 오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침대와 전원 어댑터 없이도 언제든 즉시 풀 다이브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카즈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스나는 그 말을 받았다.

"우린 세계의 벽을 넘어서 언제든 유이와 함께 있을 수 있어...... 그런 날이 분명히 올 거야."

"응. 분명히."

두 사람의 말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과거 아인크라드 제 22플로어에 있을 때 헤어졌던 유이를 떠올리며 나눈 대화와 거의 똑같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아스나는 마음에 따뜻한 것이 퍼져 가는 기분을 느끼고, 살짝 곁에 앉은 카즈토의 어께에 머리를 기댔다.

그때 나눈 재회의 맹세는 몇 달 후에 이루어졌다.

그러니 반드시, 지금 나눈 대화도 실현되리라.

동지도 얼마 남지 않은 날의 저녁 햇살은 마치 자유낙하하듯 서쪽 숲을 향해 사라지고 있었다. 둥지로 돌아가는 새들의 무리가 새빨갛게 물든 하늘을 날아갔다.

수백 년 전, 눈앞의 광대한 잔디밭 위에 있었다는 성에서 살던 사람들도 같은 석양을 올려다보았을까.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후, 시간의 흐름에서 격리된 이 이계에서도 똑같이 누군가가 붉은 하늘을 올려다보게 될까......

"..............아아......"

아스나는 갑자기 가슴이 옥죄어 드는 듯한 향수를 느끼고 얕은 숨을 내쉬었다. 곁에서 카즈토가 흘끔 시선을 보낸다. 눈을 맞추고 살짝 웃었다.

"어쩐지 알 것 같아. 네가 날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어......, 그, 그래?"

"응. ──세계가《시간》이라는 축과《공간》이라는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도쿄......, 다시 말해 우리 현실세계의 중심은 틀림없이 이곳이잖아. 그리고 지금《더 시드》덕에 끝없이 넓어지고 있는 가상세계의 중심축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그《성》이지? 그래서 저녁놀의 색이 이렇게 그리운 거야......"

아스나의 말에 카즈토는 두세 차례 눈을 깜빡이다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렇구나......, 맞아. 사실은 나도 그렇게까지 구체적인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지금 아스나의 말을 듣고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어."

"뭔데?"

"아인크라드의 모양 말이야. 그 적층형 원뿔 구조는 어쩌면《시간축과 공간면》을 상징한 걸지도 몰라."

아스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단장님이 만들려 했던 세계는 점점 가늘어지다, 언젠가는 소멸될 예정이었던 셈이네. 그걸 어떤 사람이 도중에 냅다 날려버렸지만."

"죄, 죄송합니다...... 부단장님."

두 사람은 함께 소리 없이 웃었다. 몇 초 후, 카즈토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아스나의 손을 쥔 채 벤치에서 일어났다.

"자, 그만 돌아가자. 여긴 5시면 문을 닫거든."

"응. 다음에 리즈랑 리파도 데리고 오자. 저 잔디에서 도시락 먹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러게. 봄이 되면 와 보자."

손을 빌려 일어난 아스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사방에 펼쳐진 저녁놀을 올려다보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세타가야 구의 미야사카에 있는 현실의 집이 아니라, 옛 아인크라드 제 22플로어에서 아주 잠시동안 존재했던 두 사람만의《숲속 집》으로.

그 조그만 오두막집은 부유성이 붕괴된 것과 함께 소멸되고 말았지만──현재 아스나에게는 가슴에 담아 놓은 한 가지 계획이 있다.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는 알브헤임 세계수 위의《위그드라실 시티》에 빌려 놓은 집이 아스나와 키리토, 그리고 유이의 집이었다.

북쪽 히라카와 문 출구를 향해 걸으며 아스나는 카즈토에게 물었다.

"저기, 오늘 밤에 접속할 수 있을까? 유이에게 오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응, 좋아. 열 시쯤이면 될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카즈토는 갑자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혹시 무슨 볼일이라도 있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오늘 밤엔 괜찮지만...... 저기, 아스나, 나 말이야......"

웬일로 말을 우물거리던 카즈토는 몇 초 동안 끙끙거리다, 갑자기 아스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한 말을 했다.

"......나, 조만간 ALO의《키리토》를 다른 게임으로 컨버트할지도......"

"......뭐, 뭐어어?!"

아스나의 외침에 놀랐는지, 근처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 몇 마리가 푸드득 날아갔다.

【3】

황혼.

기울어지기 시작한 태양이 낮게 드리워진 구름을 엹은 노란 색으로 물들이고 었었다.

바위와 모래뿐인 황야에 점점이 흩어진 구시대외 유물인 고층건물의 폐허가 그려내는 그림자는 서서히 .길어져 간다. 앞으로 한 시간을 더 대기하게 된다면 야간전투장비로 갈아입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시온은 암시(暗視) 고글을 쓰는 전투를 좋아하지 않는다. 죽 느냐 죽이느냐 하는 긴장감을 깍아내기 때문이다. 햇빛이 사 라지기 전에 어서 타깃 파티가 나타나 주었으면, 콘크리트 그 늘에 엎드린 채 탄식했다. 물론 시논과 함께 답답한 메복을 계속하고 있는 다섯 동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 했지만.

그때 전원의 내심을 대변하듯 파티 멤버 중 하나, 소구경 단 기관총을 허리춤에 매단 어태커(Attacker)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 야, 다인. 정말 오기는 오는 거 맞아? 헛소문은 아니겠지?" 다인이라 불린, 우락부락한 채구와 각진 얼굴을 한 이 스쿼드론의 리더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때마다 어깨에걸어 놓은 커다란 어썰트 라이플이 철컥철컥 울렸다.

"놈들은 최근 3주 동안 거의 매일같이 같은 시간, 같은 루트로 사냥을 다녀왔다고, 내가 직접 체크한 거야. 오늘은 어쩌다 좀 늦는 모양이지만, 아마 몹 리젠이 잘 돼서 오래 붙어 있나 보지. 그만큼 우리 수입도 짭짤해지는 거라고, 투덜거리지 마."

"하지만."

어태커는 아직도 불만이 있는지 입을 비죽거렸다.

"오늘 사냥감은 지난주에도 쳤던 놈들이잖아? 경계해서 루트는 바꾸지는 않을까......?"

"전에 매복한 후로 벌써 엿새나 지났는걸. 그때 이후로도 그 자식들은 계속 같은 사냥터를 다녔어. 그놈들은 *PvE 특화 스쿼드론이라......"

다인의 입가에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몇 번을 당하고 수입을 텰려도, 그보다 더 사냥해서 벌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 같은 *PvE 스쿼드론에게는 아주 좋은 돈줄이지. 앞으로 두세 번은 이 방법으로 뜯어먹을 수 있을걸."

"그래도 난 이해가 안 돼. 한 번 당하면 뭔가 대책을 세우게라면 아냐?"

"다음날 정도야 경계할지도 모르지만 금방 잊어버린다고, 필드 몹의 알고리즘은 언제나 똑같잖아. 그런 사냥만 하다 보면 자기들도 몹처럼 되는 거야. 자존심도 없는 것들이지."

듣고 있자니 점점 불쾌해져 시논은 머플러에 한층 깊이 얼굴을 묻었다. 감정의 기복은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을 둔하게 만든다. 그 점은 잘 알지만, 잘난 척 떠들어대는 다인에 대한 짜증이 마음에서 솟아났다.

언제나 다를 바가 없는 몹 사냥에 특화한 파티를 조롱하고, 자신들을 PvP 플레이어라 칭하며 거들먹먹거리는 주제에, 같은 파티를 몇 번씩 매복해 습격하는 짓은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런 중립 필드에서 몇 시간씩 허비하느니, 지하의 유적 던전에 내려가 고레벨 스쿼드론과 한바탕 싸우는 편이 실수익은 훨씬 높다.

물론 처절하게 패하고 장비를 드롭한 후 도시로《죽귀(죽어서 귀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그것이 전투라는 것이다. 그 긴장감이 없으면 영혼을 갈고 닦을 수 없다.

다인이 이끄는 이 스쿼드론에 가입 제안을 받은 것은 2주일 전이었다. 참가하고서 곧장 후회했다. PvP 메인이라고 떠들어대면 것치고는 확실하게 전력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상대만 노리며, 위험이라고 할 만한 위험이 아니어도 즉시 철수하는 안전제일주의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논은 이재까지 스쿼드론의 방침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은 채 묵묵히 다인의 지시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딱히 충성심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다인과 적으로서 전장에서 맞닥뜨렸을 때,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사고와 행동을 읽고 필살의 탄환을 머리에 쏘아주기 위해서였다.

성격은 전혀 맞지 않았지만, 지난번 불릿 오브 블리츠에서 18위에 들어갔던 이 사내의 스텟 수치, 그리고 지금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는 레어 무기《SIG SG550》어썰트 라이플이 뿜어 내는 5,56밀리미터 탄환의 위력은 진짜다. 그래서 지금은 오로지 입을 다문 채 눈을 빛내며, 다인이 조심성도 없이 늘어놓는 정보를 수집할 뿐이었다. 다인의 수다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애초에 몹 사냥을 위해 광학총만 모아 놓은 놈들이 그리 쉽게 대인용 실탄총을 인원수만큼 마련할 수는 없을 거 아냐? 기껏해야 지원화기 한 자루 구하는 게 고작이겠지. 그걸 해치우기 위해 오늘은 시논에게 저격 라이플을 들고 오라고 했던 거야. 작전에는 빈틈이 없다고. 안 그래, 시논?

느닷없이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시논은 머플러에 묻어 놓았던 얼굴울 살짝 움직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입은꾹 다문 채 대화에 끼어들 생각이 없음을 표시했다. 다인은 재미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어태커 쪽은 시논에게 씨익 웃어 보이더니 말했다.

"뭐, 그건 그래. 시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