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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의 속옷도 가차 없었다.

그동안 나는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모아 내다 버린 뒤에 화장실을 반짝반짝하게 청소했다.

이윽고 내 눈 앞에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진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간신히 고모가 테이블 앞에 앉았다.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오싹하게 느껴지는 압박감을 견디며 차를 탔다.

“드세요….”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 차에 곁들일 과자를 적당한 그릇에 담아 차와 함께 내왔다.

고모는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뿐이었고, 그대로 입을 다물고 차를 마셨다.

잠시 후에 고모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왔단다.”

솔직히 우리 집에 청소하러 온 건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분명한 용건이 있는 모양이었다. 말없이 듣고 있자니 고모가 가방에서 뭔가 종잇조각을 꺼냈다.

“뭐예요, 그건?”

“그 아이들의 성적이란다. 소라와 미우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받아 왔지.”

“네…?”

뜻밖의 대답이었다.

가로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과목명 밑에는 시험 점수가 적혀 있었다.

오른쪽 위에는 ‘타카나시 소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쪽에 있는 것이 1학기 성적이고, 이쪽이 얼마 전에 있었던 시험 결과란다.”

고모의 말을 듣고 점수를 비교해 보았다. 성적이 상당히 내려가 있었다. 제법 상위권이었던 성적이 중상위권까지 석차가 떨어져 있었다.

“성적뿐만이 아니다. 지각도 수업 중에 조는 일도 많다고 하더구나.”

“설마….”

몰랐다. 생활의 변화가 이렇게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니….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는 집 근처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니까…. 나도 지금은 수업 빼먹기, 대리 출석, 수업 중 졸기의 삼관왕이다.

“그리고 이건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건데.”

“이건… ‘보호자 참관일 통지’?”

그것은 히나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참관일 안내였다.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보내 주는 연락 사항은 수도 없단다. 그것들을 전부 확인하는 것은 보호자의 의무야.”

그 뒤에도 고모는 내가 모르는 것을 몇 개나 이야기해 주었다.

예를 들면 소라가 들었던 동아리를 그만뒀다는 사실. 미우가 바로 요전 체육 시간에 빈혈을 일으켰다는 사실.

난는 무엇 하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럴 수가…. 어째서 가르쳐 주지 않은 거지?”

“가르쳐 주지 않은 게 아니라 말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네?”

“너한테 말하면 난처하게 만들 뿐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없었겠지.”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 아이들은 내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더 이상 부담을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임에 틀림없다. 제길! 내가 한심스러웠다.

“양육해야 할 상대를 오히려 신경 쓰게 만드는 것은 보호자로서는 실격이란다.”

고모는 사정없었다. 몰랐다,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말은 모두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잇따라 부딪쳐 왔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