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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졌다.

슬펐다.

고통스러웠다.

괴로웠다.

온몸의 혈관 구석구석에 가족과의 추억이 줄달음질쳐 흘렀다.

모쿠에게도 가까스로 가족이 생겼다.

그런데 잃는다.

아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였다.

[-앗!]

[왜 그래, 아폴로?! 뭔가 생각났어?! 모쿠를 구할 수 있어?!]

하네토라가 매달리듯이 물었다.

[응, 구할 수 있을지도...]

단 하나.

단 하나 가능성이 있다면-.

전에 만났던.

나와 가족을 도와주었던,

새하얀 소녀와 검은 고양이.

그들이라면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좋았어! 하네토라 씨, 갑시다!]

[좋아! ...어? 가다니 어디로? 어? 자, 잠깐, 아폴로! 잠깐 기다려! 나 더는 못 뛰...]

달려가는 아폴로.

구르듯이 쫓아가는 하네토라

부드러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속으로.

#

달리고 달렸다.

[사신 님~! 사마 님~!]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사신 님~? 사마 님~? -아이쿠!]

똑같이 달리고 허둥대고, 그리고 굴렀다.

앞다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구부러지며 하네토라가 요란하게 자빠졌다.

[괘, 괜찮아요?!]

하네토라의 앞에서 달리고 있던 아폴로가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듣고 등 뒤를 돌아보니 하네토라가 뒤로 발랑 자빠지다가 내친김에 전신주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목재 창고에서 뛰쳐나온 지 오래.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했는데도 둘은 쉴 새 없이 달렸다.

아폴로는 제일 처음 사신을 발견했던 장소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마음으로 빌면서 달렸다. 넓은 공원에도 가보았다.

커다란 단지에도 가보았다.

어디에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집 고양이라서 원래 운동이 부족한 하네토라의 체력은 이미 한계를 넘은 상태였다.

그래도 하네토라는 달리는 내내,

[괜찮아, 걱정 마! 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하고 허세를 부렸다.

어린 시절의 하네토라는 지금처럼 뚱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강한 용수철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기운찬 새끼고양이였다. 때문에 하네토라(‘하네루’는 팔팔하다는 뜻. ‘토라’는 호랑이 라는 뜻이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지금의 하네토라는 운동을 싫어하는데다 먹고 자는 것이 삶의 보람이라는 ‘식충이 만세’인 고양이.

그래도 어렸을 때와 변함없는 것은 고운 마음.

덜렁이에 겁쟁이였던 아폴로와 처음으로 친해진 것이 바로 하네토라였다.

하네토라도 가족을 사랑하고 동료를 아꼈다.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같이 억지로라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아폴로가 가능성을 발견했으니까.

그 사신이라면 어떻게든 해줄지도 모른다.

그 소망만을 품고 온 거리를 뛰어다녔다.

너무 소리쳐 불러대서 목이 쉬어버려도.

다리가 더는 움직일 수 없게 후들후들 떨려도.

하네토라만이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아폴로도 이미 녹초가 되어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운동은 꽤 좋아하는 편이고 가족도 늘 놀아주고 있었다. 게다가 산책이 일과. 그런 아폴로지만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새하얀 여자아이와 검은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죽도록 찾아봐도,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 불러도.

만날 수가 없었다.

이젠 이 거리에 없는 걸까?

그때도 정말 우연히 만났다.

그 둘을 만난 것은.

무아지경으로 도움을 청한 게 우연히 그 둘...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

도와달라고 빌 뿐.

누군가에게 의지할 뿐.

하지만..., 한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