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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족이 될 수 있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이 사고당했을 때의 상처보다 몇백 배는 더 아팠다.

하지만 결심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 자신의 마음.

감정.

그녀에게는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별로 잊은 것은 아니었다.

얼버무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중히 담아두기로 한 것이다.

이 마음이 ‘소중한 것’ 으로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한동안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아버지와 형과 미쿠에게 관계를 오해받고 에나미가에 초대를 받은 끝에 거절하지 못하고 천연덕스레 찾아온 리코코는 거북해하는 듯하면서도 몰래 코헤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덧붙여,

“그치만 틈이 보이면 노려봐, 그녀.”

뭔 소리래.

바-보.

시끄러워.

그렇게 하든 말든 내가 결정할 거다.

이 마음을 분명하게 해두고 싶으니까.

고마워.

그래서 웃었다.

코헤이도 웃을 수 있었다.

멀리 어디에선가 귀에 익은 피아노 음색이 들려온 것만 같았다.

-따라랑.

피아노를 쳤다.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Strawberry's Note - fin

작은 기도 (We wish upon a Starlet)

#

하나코가네이 아폴로는 동네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고양이였다.

그렇지만 스스로는 머리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폴로는 자신을 주인과 가족들을 항상 웃기는 얼빠진 짓을 잘하는, 조금 미덥지 못한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에 인간들이 생각해낸 ‘우주 공간에서 애완동물과 사는 계획’ 콘테스트에서 온갖 동물들 중 최종 심사까지 남았던 아폴로였지만 그 계획도 결국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인간들의 사정이 바뀌었기 때문이지만 만약에 계속 진행이 되었다 해도 어차피 아폴로는 우주에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있고 싶고.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 아폴로는 여기에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폴로에게는 가족이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그리고 또 하나,

[-어이, 아폴로~~~~~~!]

친구도.

아폴로가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린 동네 산책을 하며 공원 앞을 지날 떄 뒤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방향을 빙그르 돌리자 저편에서 달려오는 토실토실한 갈색 호랑이무늬 고양이가 보였다.

뛰는 리듬에 따라 푸르푸르릉 하고 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아-, 다행이다! 역시 이쪽에 있었구나. 한참을 찾았다고!]

숨을 몰아쉬며 다가온 갈색 호랑이 무늬 고양이는 이웃 쿠가야마 씨네 집의 하네토라라는 고양이였다.

허둥댔지만 아폴로를 발견하고 조금은 안도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하네토라 씨.]

아폴로가 정중히 인사했다.

[응! 아폴로도 안녕?]

하네토라도 인사했다.

그라니 곧바로,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머리를 흔들었다.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엉뚱한 이야기에 수긍하다가 태클을 거는’ 고도의 태클 걸기였지만 고양이에겐 그런 자각이 없었다. 때문에 하네토라는,

[넌 왜 그렇게 늘 태평인 거야!]

아폴로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했다.

[아, 죄송해요.]

아폴로는 하네토라가 왜 화를 내는지 잘 몰랐지만 화내는 모습을 보면 자기가 잘못했나보다 싶어 순순히 사과했다.

[아니, 아냐. 그게 아니라고.]

의젓한 아폴로의 사죄에 오히려 미안해진 듯 하네토라는 리듬이 완전 무너지고 말았다. 까딱했다가는 자기가 뭘 하러 달려왔는지도 잊어버릴 것 같아서 까먹기 전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폴로, 같이 가줘!]

[무슨 일이에요?]

아폴로도 하네토라의 기색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하네토라는 아폴로만큼 똑똑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아폴로가 평범하지 않은 것일 뿐 하네토라는 지극히 보통의 고양이였다. 식탐이 많아서 뚱뚱하지만 동료를 생각해줄 줄 아는 굉장히 마음씨 곱고 소중한 친구였다.

그 하네토라가 말했다.

[이젠 너밖에 의지할 데가 없어!]

머리 바로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