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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슬롯, 사흘 동안 베란다에서 검색해 보고 남은 것」
「짱 슬롯, 사흘 동안 베란다에서 검색해 보고 남은 것」
짱 슬롯이라는 말을 처음 본 건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이었다.
회식 이차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베란다로 나갔다. 냉장고에 있던 맥주 한 캔을 따서 접이식 의자에 앉았는데, 그때 단체방이 울렸다. 누가 링크 하나 붙여 놓고 "이거 뭐임"이라고만 썼다.
답은 세 개 달렸다. 재밌다는 사람, 하지 말라는 사람, 잘 모르겠다는 사람.
셋 다 한 줄이었다. 이유는 아무도 안 썼다. 이유를 안 쓴 답이 더 오래 남는다.
그날 밤에 바로 검색했다. 캔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솔직히 첫인상은 밋밋했다. 위에서부터 네다섯 개 눌렀는데 문장이 거의 같았다. 검증, 안전, 압도적. 단어 순서만 바뀌어서 다시 나왔다. 스크롤 내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나중에는 제목만 보고 넘겼다. 베란다 밖은 조용한데 화면 안은 요란했다. 그 온도차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사흘 동안 본 것」
토요일 낮에도 봤다. 일요일 새벽에도 봤다. 세 번은 지웠다. 검색 기록을 지운 게 아니라, 폰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어 든 게 세 번이었다.
그중에 한 댓글이 걸렸다. 재미로 몇 번 해봤다고 짧게 쓰고는 자기 상황을 대여섯 줄 덧붙여 놓은 글. 굳이 안 써도 될 말이 잔뜩 있었다. 그런 글은 조회수가 낮다. 위로 안 올라온다. 짱 슬롯으로 검색하면 정리된 글만 나온다. 정리된 글은 읽기 편한데, 편한 만큼 아무것도 안 남는다.
아,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그 주말에 아래층에서 개가 새벽 두 시까지 짖었다. 그래서 잠을 설쳤고, 잠을 설쳤으니까 폰을 더 봤다. 인과관계를 정리해 놓고 나니 내가 한심하다.
월요일 점심에 같은 팀 사람에게 물어봤다. 아니다, 정확히는 물어보려다 말았다가 다시 물었다. 그 링크 봤냐고. 돌아온 답은 짧았다. "그걸로 뭐 하게." 끝이었다. 더 안 물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계속 남아서 저녁에 또 폰을 집어 들었다. 무심하게 던진 말이 오래 남는 건 처음 알았다.
표를 하나 만들었다. 만들려고 한 건 아니고, 메모장에 줄이 자꾸 늘어나는 게 싫어서 정리한 거다.
| 유형 | 특징 | 추천하는 사람 |
| --- | --- | --- |
| 오래 써 본 사람이 쓴 글 | 시작한 시기와 그만둔 시점이 같이 적혀 있음, 답이 흐림 | 판단을 마지막까지 미루는 편인 사람 |
| 화면 캡처 위주 글 | 조건이 전부 이미지 안에 있음, 읽는 맛은 없음 | 숫자부터 눈으로 확인하는 사람 |
| 질문글에 달린 답글 | 짧고 거칠고 서로 말이 다름 | 답보다 분위기부터 보는 사람 |
행은 세 개만 넣었다. 네 번째를 넣으려다 지웠다. 넣을 만큼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사흘 동안 본 차이를 그대로 옮긴 거다. 어느 쪽이 낫다고 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세 번째가 제일 피곤했다. 읽고 나면 아는 건 없고 기분만 어수선해져서.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들 말도 틀린 건 아닐 거다. 그쪽은 그런 걸 읽는 게 취미고, 나는 습관적으로 읽는 거라서.
짱 슬롯 후기 글은 두세 개만 넘겨도 패턴이 보인다. 그래서 표를 만들고 나서는 보는 순서를 바꿨다.
짱 슬롯 말고 슬롯 커뮤니티, 슬롯 후기 같은 말로도 넣어 봤다. 돌아오는 건 비슷했다. 말만 바꿔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던데, 내가 본 데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알아보는 단계면 두 번째부터 보는 게 덜 지친다. 재미는 없지만 시간이 적게 든다. 실제로 써 본 사람 쪽이 궁금하면 첫 번째를 봐야 한다. 대신 답이 흐려서 마음이 안 놓인다. 커뮤니티 분위기부터 보는 편이라면 세 번째도 나쁘지 않다. 반은 걸러야 하지만, 걸러지는 걸 보다 보면 사람이 어디로 몰리는지가 보인다.
일요일 밤에 실제로 한 번 열어 봤다. 오래 하지 않았다. 캔 하나를 다 마시면 들어가기로 정해 놓고 시작했는데, 캔은 반쯤 남았는데도 손이 계속 갔다. 재미있어서였냐고 물으면 그건 아닌 것 같고, 재미없었냐고 물으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계속 보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손은 갔다. 이 문장이 마음에 안 든다. 고쳐 쓰려다 그냥 뒀다. 고치면 없었던 것처럼 보일까 봐.
화면을 끄고 나서 유리문에 물때 자국이 보였다. 손으로 한 번 문질렀는데 지워지지 않았다. 그냥 뒀다.
캔을 다 마시고 나서 베란다에 한참 앉아 있었다. 아래쪽 주차장에 차가 두 대 들어오고, 배달 오토바이가 한 번 지나갔다. 그 소리들이 화면보다 나았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서 그 링크를 다시 열어 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 어제 그렇게 오래 들여다본 게 이상할 정도로.
며칠 지나고 알게 된 건, 짱 슬롯을 고르는 기준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거다. 사람마다 보는 곳이 다르고, 같은 사람도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말인데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말이 제일 마음이 놓였다.
월요일 밤에 또 베란다에 나갔다. 이번엔 캔을 안 땄다. 폰은 주머니에 그대로 뒀다. 꺼내면 또 검색할 것 같아서 안 꺼낸 건지, 그냥 안 꺼낸 건지 구분이 안 된다.
화분에 물을 줬다. 잎이 하나 죽어 있었다. 언제 죽은 건지는 모르겠다. 그거랑 짱 슬롯이랑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