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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로가 동시에 손을 뻗었다.

필사적으로 붙잡은 쿠로에의 손을 역시나 가냘파서 지난 여름방학에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죽게 만든 노란 꽃이 생각났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쿠로에의 비명은 비에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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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쿠로에를 마코토와 토이로는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다행히 쿠로에는 다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착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다.

토이로와 마코토에게 부축을 받아 탱크 밑으로 내려온 쿠로에는 옥상에서 학교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웅크려 앉고 말았다.

그녀는 작은 몸을 더 작게 웅크리고 떨었다.

울고 있었다.

무서웠을 것이다.

그리고-.

토이로는 언젠가의 자신과 겹쳐 보여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의 자신...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면서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어서 그저 마음속으로만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뿐인 자신.

구해준 사람은 마코토.

그리고 마코토 역시 쿠로에의 목소리에 과거의 그 자신을 겹쳐 보고 있었다.

슬픔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해서 지금 여기에 있는 토이로와 마코토.

쿠로에는 지금 누군가를 원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서.

손가락 끝에 닿으면.

바로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붙잡으면 된다.

“......-헤드폰을 끼고 있을 때 한 번 할망의 목소리가 들렸어. 음악이 잠깐 끊긴 사이에 들렸어. 정말이야!”

쿠로에는 말을 흘렸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과 빗방울에 섞이듯이 말도 흘러나왔다.

‘할망’이라는 것이 누구인지 일순 의아했지만 토이로도 마코토도 바로 깨달았다.

쿠로에가 못 견디게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

3개월 전에 세상을 떠난 할머니.

‘할망’이란 필시 할머니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할머니.

쿠로에는 죽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젠 안 들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불러봤지만 대답해주지 않아서 하늘이랑 가까운 곳이라면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목소리를 듣고 싶어. 근데 왜 안 들리는 걸까...?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들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데...!“

그녀의 마음에서 쥐어짜듯이 흘러나오는 말이 너무나도 아프고 슬퍼서 토이로도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버릴 것 같았다.

쿠로에에게 할머니의 존재는 그만큼 크고 필요했던 것이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이 나라에 머물기로 결정했을 만큼.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그것은.

천국으로 가버린 할머니를 부르는 의식.

조금이라도 하늘과 가까운 곳, 옥상.

세 사람의 젖은 머리카락과 교복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학교 건물 바닥을 때렸다.

마코토가 쭈그리고 앉더니 고개를 수그린 쿠로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꼭 다시 들을 수 있을 거야.”

그것은 위로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슬픔을, 꿈속에서밖에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쓸쓸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슬픔과 외로움을 웃는 얼굴로 바꿀 수 있었던 사람.

하지만 쿠로에는 아직 그럴 수 없었다. 그 마음이 아픔이 되어 그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소중한 존재’가 이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말한 것이다.

[다시 들을 수 있다]고.

그러면 정말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으니까.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쿠로에는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다.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를 사랑해주고 마음의 빈틈을 완전히 채워주었던 할머니를.

사랑하는 할머니를 잃고도 이 나라에 머문 이유.

할머니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할머니의 체취와 추억이 아직 여기에 소중하게 남아 있으니까.

토이로는 생각했다.

나는 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