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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으면 안 돼. 슬픔밖에 낳지 않는 이 싸움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가지 않으면 안 돼.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참 바보 같지?”

소녀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이번에도 모모는 힘껏 고개를 흔들었다.

웃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눈물이 나왔다. 미칠 듯이 슬프고 쓸쓸했다.

“아주 오랫동안... 광장히 긴 시간을 그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어. 하지만 그때가 머나먼 옛날이었는지 아니면 어제였는지도 알 수 없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조차 모르게 되었던거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가 자신을 봐주기를 바랐다.

때문에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할 자격도, 사랑받을 자격도 없었는데."

소녀의 그 말에 모모가 다시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괜찮아. 난 이렇게 행복한걸. 만족스럽고 굉장히 평온해... 아, 참 늦어졌지만 홍차 다시 끓여놓을게.”

소녀는 수줍게 웃었다. 두 눈 가득히 눈물을 담으면서도 예쁘게 웃었다.

-빛은 가득 차고 이끌리듯이 사라져갔다.

소녀도 투명하게 희미해져갔다. 가슴속의 추억을 끌어안으며.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속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없어졌어...”

다니엘은 거기에 있었던 소녀의 모습을 찾아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아니, 그렇지 않아, 다니엘.”

모모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모는 다니엘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나서 양손으로 안아들더니 훌쩍 허공으로 떠올랐다. 빨강 구두가 가볍게 땅바닥을 찼다. 중력으로부터 멀어지며 모모는 천천히 옆의 나무로 다가갔다.

“분명히 여기에 있어.”

모모는 한 손을 가만히 나무에 얹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하늘을 향해 삐둘어지게 팔을 뻗은 한 그루의 나무.

“앞으로도 그를 기다릴 거지? 미즈키..”

줄곧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을 사랑해버린 나무는 앞으로도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찾아오기를 마라며,

“여기는 상실의 숲, 그러니까 반드시 잊어버린 것을 찾으러 올거야..”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에 둘러싸인 채 풀꽃 융단 위에서 잠든 새하얀 여자아이와 검은 고양이.

평온한 오후의 햇살이 미국산딸나무의 잎 사이를 뚫고 두 사람의 몸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따뜻하고 평온하고 다정함으로 가득 넘치는 광경이었다.

홍차를 마시고 한숨 돌리는 시간.

잠시 다른 곳에 들르는 길.

잠깐의 휴식.

조금만 여기에서 낮잠을 자고 가자.

afternoon repose - fin

홍차의 선잠

intermezzo - I can't fly but I can walk at the latest/

Part 3 : UTATANE IMOTIONAL

언제나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눈을 감기가 무척이나 두려울 때가 있었다.

한번 컴컴하게 갇혀버린 시야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이대로 영영 눈을 뜨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것은 아마도.

텅 비어 있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