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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각성은 무겁게.

조용히 흐르는 음악은 빠른 박자로 연거푸 드럼이 울리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잠에서 깰 때면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이 나른하다.

아마 머릿속도. 사야도 부옇다.

어쩔 수가 없다. 캡슐 형태의 장치 안에서 잠든 상태였으니까.

흔들이는 시야에 비치는 것은 하얀 천장. 캡슐을 덮고 있는 뚜껑 때문에 일그러져 보였다. 손을 뻗자 달칵 하고 손톱이 부딪쳤다.

만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처음 느낀 접촉이다. 필시 유리는 아닐 것이다. 아크릴이나 플라스특, 아니면 모르는 다른 물질이거나.

뭐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아-, 그럼 실드를 열겠습니다.

장치로 온통 감싸인 머리 부분 쪽, 귀 바로 옆의 스피커에서 잘 아는 심드렁한 안내 방송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의 부인이 여기의 책임자라니, 정말 편한 회사다...

곧바로 찰칵 하고 잠금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캡슐을 덮고 있었던 투명한 무엇인가가 발치 쪽부터 스르르 위로 들려 올라가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거의 동시에 하품이 크게 나왔다.

그것은 비단 그 혼자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하얗게 칠해진 방안에 놓은 열 대의 캡슐 안에도 똑같이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 뭐, 알고 있어도 말을 나누는 일은 거의 없지만.

철컥.

무거운 소리가 나며 방을 가두고 있었던 문이 열렸다.

수고하셨습니다아. 그럼 잠깐 휴식-. 그래도 곧바로 움직이지는 말아주세요. 방금 깼으니까. 아 물론 격렬한 운동도 삼가주시고요오. 아, 그리고 오늘은 신임이 몇 있으니까 설명해두겠습니다아

요령부득의 설명이었다.

기름진 김 머리털을 올백으로 넘겨 묶고 면도를 하지 않아서 수염이 나 있는 땅딸막한 아저씨였다. 머리에 두른 수건도 꾀죄죄했다. 너덜너덜. 만약 머리에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걸레인 줄 알았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도 두르고 있었다. 빨지도 않나...?

이 아저씨가 현장을 맡고 있는 책임자였다. 아까나 지금이나 심드렁한 안내 방송을 내보낸 이 사람. 사람들은 이 사람을 ‘감독’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감독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책임자.

어쨌든 그에게는 아저씨가 감독이든 아니든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래봬도 아저씨가 일 하나는 정확히 하고 있으니까.

그 덕분인지 그가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성가신 문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다가 아저씨가 그를 마음에 들어해서,

“어때, 상태는?”

하고 말도 걸어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이기도 했다.

“그냥 그래.”

아저씨의, 아니 책임자의 질문에 잠에서 깬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대답했다.

보이는 풍경은 낯익은 것들뿐. 병원처럼 벽이 하얀 방에 둥근 사이버틱한 캡슐. 싫어도 현실로 불러왔을 때 처음에는 저쪽과 이쪽의 격차에 쓴웃음조차 떠올랐다.

“새 필드에도 가봤어?”

“아니, 늘 가던 곳에서 언제나 그렇듯 똑같이 있다 왔어.”

“어이, 어이-. 모처럼 새 시나리오가 추가됐는데 그러면 쓰나아.”

아쉬운 듯이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아무 성과도 없다는 건가?”

아저씨가 물었다.

물론 그의 대답은 하나.

“그래. 특별히 문제없어.”

“뭐, 그야 그렇지. 특별히 문제는 없겠지.”

“그래.. 앗?”

“왜 그래?”

뭔가 생각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