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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그 이상은 묻지 말아줘. 당신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일이야."

평상시의 프리스틴이라면 이 말에 물러섰을 터였다. 프리스틴 자신도 재스민의 비서라는 입장상 멜빈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상하네. 이거 연방도서관에서 온 답장이죠? 조사할 게 있다면 어째서 선내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은 거죠? 굳이 문의 메일까지 보내지 않아도 그렇게 큰 사건이었다면 관련자료는 전부 갖춰져 있을 텐데."

"조금 사정이 있어서. 어쨌거나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으니 당신도 잊어줘."

"그럴 수는 없겠는데요. 나도 선내도서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볼래요."

"아, 안 돼!"

"어째서?"

프리스틴은 상대의 표정을 살폈다.

"어째서 안 되는 거죠? 도서관 이용은 개인의 자유잖아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건 내 일에 관련되는 사항이야. 부탁이야, 이해해줘."

원래부터 속마음을 숨기는 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다.

땀투성이가 되어 항변했지만 프리스틴은 더욱 날카롭게 추궁했다.

"그건 대답이 안 되는데요. 당신 일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위노아에 대해 조사하는 건 그만두지 않겠어요. 도저히 안 된다면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줘요."

정보관리장은 얼핏 보기에도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줄줄 땀을 흘리면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폭신한 핑크색 머리를 높이 묶은 헤어 디자이너 페퍼민트는 켈리의 머리를 기세 좋게 자르면서 기쁜 듯이 말했다.

"잘됐다.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오게 됐어요. 최근엔 완전히 보모 일만 하고 있었으니까."

"엄마로서는 실격이군. 계속 맡겨만 둔 거야?"

"예, 정말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다니까요."

머리를 다듬는 쪽도 다듬어지는 쪽도 동시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재스민 쪽을 흘깃 쳐다봤다.

애드미럴에 돌아가면 바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기 때문에 부부가 나란히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재스민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두 손으로 아기 크기를 그렸다.

"그런 소리를 해도 말이야. 이렇게 쪼그맣다고. 잘못 만졌다간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무서워."

"자기가 낳아놓고서 무슨 소리야?"

켈리는 기가 막혀서 말했지만, 재스민은 진지하게 반론했다.

"내가 낳았으니까 더 무섭지. 쪼그맣고 흐물거리는데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잖아. 가끔 정말 살아 있는 건지 걱정될 정도야."

"그런 거야?"

이쪽은 물론 자기가 낳은 게 아니므로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기가 막혀서 웃으면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페퍼민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거의 움직이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얼마 지나면 지겨울 정도로 돌아다니게 될 겁니다. 게다가 아기는, 물론 당신에게 비교하면 작을지 모르지만 의외로 튼튼하거든요. 너무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는데. 이번에 같이 목욕이라도 하지 그래?"

켈리가 말하자 재스민은 부르르 떨었다.

"관둘래. 정말로 떨어뜨릴 것 같아."

이런, 이런.

켈리의 머리를 다 다듬은 뒤 페퍼민트는 재스민의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걸리는 붉은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물었다.

"상당히 길었는데, 어쩌시겠어요? 평소처럼 자를까요?"

"아니, 다듬기만 해줘. 좀 길러볼까 싶거든."

"어머나, 웬 심경의 변화예요? 긴 머리는 불편하다고 하셨잖아요?"

"군대에 있을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