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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은 게 있어. 당신, 나편이 굉장히 화를 내고 있다고 했지......?"

"예. 상당히 난폭한 취급을 받았지요."

상당히 원한이 맺혀 있는 듯하다. 총에 맞은 것은 그렇다 쳐도 얼굴을 밟혔다는 사실이 용납할 수 없는 듯했지만, 재스민은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남편은 정말로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야. 억지로 끌려가도, 감금당해도, 몸에 다소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그 정도라면 두목인 길리어스 한 명만 죽이고 끝났을 거야. 그런데 지금 남편은 해적단을 전멸시킬 생각이란 말이지. 좀 이상한 얘기지만 관계도 없는 말단 구성원까지 한 명도 남김없이."

"그야 그러겠지요. 당연합니다."

"어째서지?"

재스민은 실로 명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짚었다.

"길리어스는 대체 무슨 짓을 해서 저 남자가 저렇게까지 화나게 만든 거지?"

하지만 세련된 화술이나 은근한 표현을 즐기는 인간인 클라이스트는 흥이 깨져버린 듯 대부분의 여자들이 홀딱 넘어갈 만한 미소를 지으며 호소했다.

"미즈 쿠어, 전 계속 방에 강금당해 있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자세하게는 알 수 없었지요. 게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만 전 부상자인데요.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았으면 합니다만......"

맞는 말이었지만 재스민은 그 정도로 물러서지 않았다.

비행복 품에서 아무렇게나 레이저 나이프를 꺼내들고 누운 채 움직이지 못하는 클라이스트의 코앞에 들이대며 진지하게 단언했다.

"미스터 클라이스트,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생각하던 거지만 당신 코는 쓸데없이 너무 높아. 마침 좋은 기회인데 조금 깎아주지."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얼굴은 클라이스트의 최고의 자랑거리인 동시에 약점이다. 이걸 놓고 협박하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클라이스트는 허둥지둥하며 브레인 셰이커에 대해 얘기했다.

말없이 얘기를 듣고 있던 의무장이 경악하며 물었다.

"산 사람한테 그걸 썼단 말이야??"

"어설픈 고문보다 효과적이니까."

재스민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저 남자가 알고 있는 게이트를 찾아내려던 것이겠지만 참으로 위험한 방법이었다.

해적이 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크든 작든, 마음속 깊이 가라앉힌 비밀이나 과거를 지니고 있다. 같은 해적이라면 그 정도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다이애나가 말했다. 저 남자는 대부분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특히 체면에 대해서는 더욱. 말 그대로였다. 이쪽에서 억지로 강요한 결혼인데도 잘도 어울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 그 남자 자신에 대해서 깊이 파고드는 것만은 터부라고.

재스민은 그렇게 단언했을 때의 다이애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뭔가 어설프게 손대서는 안 될 위험한 것을 신중하게 다루는 듯한 어조였다.

감응두뇌조차도 그렇게나 조심하던 문제를, 길리어스는 보물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영역임에도 건드려버렸던 것이다.

재스민이 생각에 잠겨 있자 클라이스트가 원망스러운 얼굴로 재스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즈 쿠어, 부상자를 가지고 노는 건 그리 좋은 취미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만."

이것 역시 맞는 말이지만 재스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푸른 색이 살짝 섞인 회색빛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면서 떨고 있는 천재 음ㅁ악가를 내려다보았다.

"미스터 클라이스트.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난 '메르쿠리우스'라는 배를 소유하고 있어. 남편은 그 배에 타고 있다가 해적들에게 납치되었지. 어.째.서.였을까? 우수한 전투함이었는데."

클라이스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상당한 볼거리였다. '아차' 하고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애초에 모든 일의 발단은 그 사건이었지만 아무래도 이 표정을 보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듯했다.

붉은 머리의 여왕은 몸을 수그리며 제 발로 사지에 뛰어든 사냥감의 코앞에서 사납게 웃음을 지었다.

"물론 여러 모로 사정이 있었겠지. 특히 억지로 붙잡아놓고 협박이라도 하면 자기 뜻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어. 그 점은 이해해. 동정한다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내 남편이 어떤 꼴을 당했다고 생각해?"

대체 누구 탓에 켈리가 길리어스 따위의 손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재스민의 눈이 금색으로 빛났다.

"미즈 쿠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