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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들어가고 싶은 눈치였지만 재스민은 그를 제지하며 누워 있는 예술가를 내려다보았다.

"미스터 클라이스트. 아까 한 말로는 이 총상을 내 남편이 입혔다는 것 같던데?"

"그렇습니다. 남편 분이 엄청나게 화가 나서 말입니다. 그만 분풀이거리가 되어버렸죠."

언제나 켈리가 여왕이라고 부르는 재스민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어딘가 즐기고 있는 듯한 구석도 있었다.

"과연. 그러니까 당신은 내 남편이 일곱 발이나 총알을 퍼부어야 할 정도로 극악한 인간이라는 말이군. 어니, 치료할 필요 없어. 이대로 밖에 버려. 이런 위험인물을 배 안에 들일 수는 없지."

"기다리십시오, 부인!"

클라이스트는 과장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몸이 자유로웠다면 재스민 앞에 무릎을 꿇고 다리에 매달리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너무하십니다. 남편 분께서 저를 쏜 데에는 깊은 사정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저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한 발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점을 묻고 싶은데, 당신은 내 남편에 대해 뭘 알고 계시는지?"

재스민은 일부러 어조를 살짝 바꾸었다.

클라이스트는 상당히 특이한 인간이지만 머리 회전만은 뛰어나다. 재스민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곧바로 이해하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간신히 움직이는 목을 저어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다.

"과연, 이거 제가 실례했군요. 저와 나편 분은 얼마 전 시사회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습니다."

"그럼 왜 남편이 당신을 쐈다는 거지?"

"그것도 착각이었습니다. 해적선에서 도망칠 때 해적들한테 발견되어 총을 맞았지요."

정면에서 일곱 발이나 총을 맞고 여기까지 도망쳐올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양쪽 다 그 점은 무시하고 넘어갔다.

재스민은 얘기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애초에 당신이 그 해적선에 있었던 이유는?"

"물론 유괴당했지요. 몸값을 받아낼 목적으로. 전 유복한 유명인이니까요. 뭐, 유복하다고는 해도 쿠어 재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명도라면 남편 분께도 뒤지지 않을 겁니다. 해적들로서는 절호의 사냥감이었겠지요."

단 한 번도 망설임 없이 술술 지껄인다.

재스민은 상대의 판단력을 칭찬하는 의미에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배에 있는 동안에는 그런 걸로 해두도록."

"알겠사옵나이다, 여왕 전하."

노래라도 하는 듯한 어조였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폼 잡는 것만은 잊지 않는 인간이었지만 클라이스트의 녹색 눈에 살짝 조소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굳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충명하신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멍청한 행동을 하셨더군요. 남편 분이 배를 모는 걸 보면 누구라도 눈치챌 겁니다. 저 역시 알 수 있었으니까요. 120만 톤급 우주선으로 폐쇄 중인 스테이션을 통과할 수 있는 인간은 공화우주 전체에 한 명뿐입니다. 끝까지 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당신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나도 하나만은 알고 있어. 분명히 비밀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지. 하지만 제한된 시간 동안이라면 얘기가 달라."

"무슨 뜻이신지......?"

클라이스트의 물음에 대답할 생각이 없던 재스민은 다시금 질문을 계속했다.

"하나 더 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