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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형 제트분사기는?"

"없어."

"그럼 낙하산?"

"아니."

"여왕?"

몸에 지고 있던 짐들을 차례로 내려놓으면서 재스민은 말했다.

"이대로 뛰어내려."

철썩.

켈리는 이마를 쳤다.

"여기가 몇 층인지는 알아? 나도 당신도 맨몸이라구."

"이걸 빌려주지."

재스민이 넘겨준 것은 대구경 권총이었다. 초보자가 서투르게 쏘려다가는 어깨 관절이 빠질 정도로 위력이 있는 물건이다.

"떨어지면서 지면을 향해 쏴. 그럼 훌륭한 휴대형 제트분사기가 되니까."

이 여자 때문에 골치를 썩였던 군 간부들의 마음을 점점 이해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이래서는 간이 몇 개가 있어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프리스는 확실히 무모함과 비상식적인 면이 재스민의 대명사라고 했지만, 그런 정도로는 절대 설명이 부족하다.

한숨을 쉬며 켈리는 말했다.

"무모함과 비상식의 바겐세일이군."

"그거 뜻밖인 걸. 싸구려로 판 적은 없는데."

"당신이야 몇 번이나 이런 무모한 짓을 해봤겠지만, 갑자기 나보고 이러라고?"

"평범한 사람한테는 나도 이런 짓은 안 시켜. 당신한테는 그 눈이 있잖아."

재스민은 켈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낙하속도도, 지표까지의 거리도, 공중에서 자신의 자세로 확인할 수 있어. 지표까지 10미터 지점을 지나면 아래쪽을 향해서 1초 이내에 전부 쏴버려. 절대로 하늘 쪽으로는 쏘지 말고. 그대로 지면에 처박혀 버리니까. 가능하면 호텔 쪽을 향해서 쏴. 어설프게 반대쪽으로 쐈다간 건물 벽에 처박힐 수도 있거든. 걱정하지 마. 펜트하우스는 남쪽으로 떨어뜨렸으니까 아래쪽은 부드러운 흙이야. 다행히 장애물도 없고. 쿠션 위로 뛰어내리는 거나 다를 것 없어."

말은 간단하게 하지만.

기가 막혀 서 있는 켈리를 흘껏 쳐다본 다음 재스민은 정말로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지상까지의 높이는 약 60미터 정도.

아무런 장비도 없이 뛰어내렸다가는 틀림없이 즉사이지만, 그 직전에 총성이 울렸다. 연속해서 쐈는데도 마치 한발처럼 들리는 총성이었다.

켈리의 눈은 암흑 속에서도 낙하하던 여자의 몸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공중에서 자세를 잡고 훌륭하게 착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완전히 버릇처럼 되어버린 쓴웃음을 지으면서, 켈리는 특수부대에 몸담았던 당시 재스민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특수부대라는 것은 비밀행동이 기본이다. 하지만 저 여자가 하는 짓은 너무나 눈에 띄었다.

"저런 인간한테 싸움을 걸다니, 군대의 누구 씨도 중역 누구 씨도, 대체 본전은 어떻게 뽑으시려는 걸까."

중얼거린 다음 켈리도 공중을 향해 몸을 던졌다.

심야에 지상 11층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다이빙을 한 셈이다.

저 여자가 말한 것처럼 오른쪽 눈만이 기댈 구석이었다.

생각할 여유 따위는 전혀 없다. 어쨌거나 눈앞에 닥쳐오는 지상을 향해 맹렬하게 총을 연사했다.

'우왓!'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감각이 켈리의 온몸을 덮쳤다. 자유낙하 도중 이런 식으로 방향을 바꿔본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팔이 저리고, 양 어깨에 심하게 부담이 걸린다. 잠시 동안 숨도 쉴 수 없었다.

왼쪽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처음부터 그쪽 시야에 의지할 생각은 없었다. 오른쪽 눈은 정확하게 지표 방향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자세를 바로잡는 것은 켈리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머리부터 떨어지는 사태만은 겨우 피했지만, 그대로 지면에 충돌해버렸다. 떨어진 후에도 켈리의 몸은 5미터 정도 굴러간 뒤에야 간신히 멈췄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내쉬었다. 심한 충격에 온몸이 아직까지 저렸지만 심하게 다친 곳은 없는 듯하다.

재스민이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잘했어."

"당신 말야."

거의 버릇이 될 것 가은 말을 내뱉으면서 켈리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런 수고를 할 작정이었으면 왜 처음부터 제트분사기는 안 가져온 건데?"

"서류가방에 안 들어가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서 먼저 내던진 짐 속에서 통신단말을 꺼내 조작하기 시작했다.

켈리는 오른쪽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상에는 별동대가 대기하고 있었을 터. 좀 전의 총소리를 듣고 달려올지도 모른다.

재스민이 통신화면을 보라고 재촉했다.

그곳에 비친 것은 자기들이 있는 시티 호텔 주변의 실시간 영상이었다. 게다가 현재 적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다.

"별동대는 이미 호텔 안으로 돌입했어. 내가 아직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지상에도 몇 명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쪽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아까 총소리는 무시하기로 한 거겠지. 설마 그걸로 탈출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단말을 조작해, 더 넓은 광역 지도를 비추기 시작했다.

"알겠어? 기갑병단의 이동사령부가 여기. 기갑병의 배치는 이게 전부야. 잘 기억해둬. 마침 이 근처에 한 대 대기하고 있군. 이걸 빼앗자."

"재스민."

켈리는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험악하기 그지없는 어조였다.

안색을 바꾸고, 거의 상대의 어깨를 잡아챌 듯이 몸을 내밀면서 화면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

"이건 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