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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좋은 걸까, 아니면 그냥 찍어본 걸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우주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특히 단독행동일 경우에는 뭐든지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이번에는 쓴웃음이 나왔다. 지극히 맞는 말이었다.

"본업은 아니지만 움직이는 정도라면."

"충분해. 같이 와줘."

"젬! 두 사람만으로는 위험합니다."

중위가 새파랗게 질려서 말했지만, 재스민은 고개를 저었다.

"말했을 텐데. 이건 내 싸움이야. 너는 10층을 지켜. 헬렌 일행을 부탁한다."

"하지만 동행하는 것이 남편분 혼자뿐이라는 건......"

걱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스민이라는 말이다.

그런 중위를 향해 켈리는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던졌다.

"내가 그렇게 도움이 안 돼 보여?"

"아니오. 그런 게 아니라, 우주에서의 생활이 길었다면 당신은 시가전에 대해서는 초보자겠지요? 젬, 부탁합니다. 최소한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 주십시오."

하지만 재스민은 아무 말 없이 남편을 볼 뿐이었다.

켈리는 유쾌하다는 듯이 웃고서, 어린애를 달래듯이 중위에게 말했다.

"린다. 확실히 난 시가전에는 초보자지만, 더 중요한 건 알고 있어. '살아남는 방법'을."

다시 한번 재스민이 말했다.

"그걸로 충분해."

9장

센트럴 시티 호텔 상공에 두 대의 헬리콥터가 소리도 없이 나타난 것은 오전 두 시를 지난 시점이었다.

야간에 시티 상공에서 이런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제우스'의 승인이 필욯아다. 그렇지 않으면 '케르베로스'에게 격추당하게 된다.

옥상 근처에서 정지한 헬리콥터 안에서 차례로 병사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도 엄중한 장비도, 철저하게 훈련된 병사 특유의 것이다.

비상구의 전자식 자물쇠를 손쉽게 해제하고, 20명 이상의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펜트하우스를 향해 달려갔다.

총의 안전장치는 이미 풀려 있다. 깨어 있는 자들은 물론 침대에서 자고 있는 자들까지 모조리 사살할 생각이었지만 정작 숙소는 텅 비어 있었다.

열 개 이상의 개인 방, 실내 수영장, 부엌, 그리고 커다란 왜건만이 남아 있는 거실. 어디에도 사람은 없었다. 물론 폭발물 반응도 없다.

병사들은 이 상황에 당황하며 대장을 돌아보았다.

목표는 발견할 수 없고, 위험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대장도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물론 이런 상황도 상정되어 있었다.

목표 지점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순서에 따라 지휘관에게 보고하고 아래층으로 돌입하려고 했다.

그 순간 발 아래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아니, 바닥이 움직인 것이다.

처음에는 깨닫지 못할 정도로 미약했다.

병사들도 상관없이 아래층을 제압하기 위해 계단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발 밑이 굉장히 불안하다.

분명히 바닥을 밟고 있는데도, 마치 그 바닥이 점점 가라앉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전원이 발을 멈추었다.

"어?"

"뭐야?"

그런 중얼거림에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순간, 바닥이 크게 이동했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닥만이 아니다. 방 자체가 맹렬하게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비스듬하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처럼. 그리고 온 천지가 뒤집혔다.

"으아악!"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가구가 날아온다. 바닥이 벽이 된다. 마치 누군가가 방구석을 붙잡고서 힘껏 던져버린 것 같았다.

"전원, 대 쇼크 방어ㅡㅡㅡㅡ!"

대장이 절규한다.

안에 있던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채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을 거기까지 태우고 온 헬리콥터의 조종사만은 볼 수 있었다. 호텔의 펜트하우스가 그 아래층에서 분리되어 비스듬하게 미끄러지는 것을.

병사들이 있는 12층이 통째로, 11층 이하의 부분과 영원한 작별을 고하며 천천히 허공을 가르고 먼 지상을 향해 격돌하는 것을.

심야에 울리는 굉음 속, 그대로 드러난 11층 중앙에서 재스민은 에너지가 다 떨어진 고출력 레이저포를 내던졌다.

빔의 길이를 일정하게 고정하고 출력을 최대로 조정하면 거대한 레이저의 검이 된다.

켈리의 눈을 통해서 돌격부대가 돌입한 것을 확인한 재스민이 요란한 검으로 안쪽에서 호텔을 '베어버린' 것이다.

인공두뇌를 사용해서 각도와 절단면을 정밀하게 계산한 게 아니다. 거대한 레이저 검을 쥐고, 완력과 감에 의존해 몸을 한바퀴 회전시키면서 벤다.

이 무지막지하고 난폭한 방법으로, 베기 시작한 부분과 끝을 완벽하게 일치시키며 거의 정확하게 원을 그렸다.

평균 이상으로 튼튼한 재료로 세워진 것이 화근이었다. 베어진 상층부는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헬리콥터의 조종사는 경악했다. 지금 자신이 본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암시장치가 고장 난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 암시장치는 지금은 옥상이 된 11층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포착했다.

엄청난 거구였지만 아마도 여자. 헬멧형 암시장치를 쓰고 있다. 게다가 이쪽을 향해 총구까지 겨누고 있었다.

"으악!"

반사적으로 상승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재스민의 일격은 정확히 헬리콥터의 엔진을 꿰뚫었다. 계속해서 다음 기체를 노렸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한 대의 헬리콥터도 검은 연기를 뿜으며 낙하하고 있었다.

재스민과 마찬가지로 일격에 헬리콥터를 격추시킨 켈리는 애용하는 레이저 건을 다시 권총집에 꽂았다.

좀 전까지 천장이었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기가 막힌 듯이 고개를 젓는다.

한편 재스민은 돌진을 개시했다.

주위에 남아 있는 벽이나 객실 문을 비골라스로 쏴 부수면서 건물 북쪽 끝으로 이동한다.

최후로 남은 것은 간신히 객실의 형태를 유지하던 방의 창문이었다. 이것 역시 일격으로 날려버리자 바깥의 경치가 더욱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건데?"

"뛰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