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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김에 일석이조로 같이 해치워버리겠다는 거겠죠. 그걸 알면서도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정해진 거라면, 저 분 곁에 있는 편이 안전하니까요."

대단한 신뢰였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저 여자들은 처음부터 켈리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저쪽에서 보면 재스민이 군대를 그만둔 이유는 켈리와 결혼하기 위해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저 기자회견에서 켈리의 태도는 건방지기 이를 데 없었다고 한다.

기가 막힌 켈리가 말했다.

"저기 말야, 난 가능한 한 새색시처럼 조신하게 앉아 있었거든?"

"아니오. 건방져 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연코."

두 사람 모두 딱 잘라 단언했다.

요약하자면 '저 사람은 우리들을 버리고 당신을 선택했는데, 당신 대체 얼마나 잘난 인간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얘기다.

여자라는 족속은 정말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켈리는 머리를 싸쥐었다.

마침 그때 재스민이 들어왔으므로 켈리는 지쳤다는 듯이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보더 건방진 인간이 어디 있는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죠?"

중위와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재스민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내가 그렇게 잘난 척하는 것 같아?"

"조금은 자각하는 게 어때?"

켈리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펜트하우스는 착착 작전사령부로 변해가고 있었다.

페퍼 일행이 푼 짐 안에서는 산더미 같은 병기와 장비가 나왔다. VIP의 특권인지, 켈리처럼 지문감별식 케이스로 검사를 피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각각 방어구를 몸에 걸치고 권총을 찼다.

재스민은 더욱 중장비였다.

중위들과 마찬가지로 방탄복을 입고 허리에 비골라스를 찬 채, 어깨에는 고출력 레이저를 메고 그밖에도 이것저것 장비를 갖추고 있다.

중위의 부하들이 달려와 보고했다.

"11층과 10층을 조사했습니다만,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숙박기록에는 묵고 있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만 이름뿐인 것 같습니다. 같은 편끼리 살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거 다행인 걸. 호텔 종업원들은 아래층 쪽에 있으니,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안 가겠어."

준비가 모두 끝나자 재스민은 전원을 앞에 두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외부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 특수부대가 노리고 있다는 말을 해봤자 비웃을 뿐이겠지. 설령 믿어준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나' 고 물어보면 곤란해.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뭔가 착오에 의해 생명의 위협에 봉착한 가련한 피해자니까. 그런 입장에서 방어에 집중하도록. 단, 저쪽이 공격을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정당방위다. 신경 쓰지 말고 철저하게 응전해."

"예스, 서."

그리고 자신이 데려온 여성들에게 지시한다.

"작전이 종료할 때까지 그레이엄 중위의 지시에 따르도록. 그녀는 시가전의 전문가야. 이런 상황에서라면 어느 누구보다 의지할 수 있다."

"예."

프리스 일행은 예상보다 침착했다.

전혀 실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면 한숨이 나올 노릇이지만, 그 표정으로 봐서는 그녀들도 다소의 수라장은 경험해본 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위는 젊은 여자들뿐, 게다가 대부분이 미녀이다. 자신은 그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청일점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분위기는 이렇게나 삭막한 걸까.

팔에 차고 있던 통신기가 작게 울렸다. 다이애나로부터 들어온 통신이었다.

"당신 부인 거기 있어?"

"있어. 바꿔줄까?"

수많은 시선이 주목하는 가운데 재스민은 그 통신을 넘겨받았다.

"뭐 좀 알아냈어?"

"적어도 명목은. 재스민, 당신이 연방타도를 획책하는 테러리스트라는데요?"

"대충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건 재스민 쿠어 본인이 계획한 거라고 되어 있어?"

"그게 걸작이에요. 당신은 이미 진짜 재스민 쿠어가 아니라, 테러리스트 중 누군가가 당신 몸에 자신의 뇌를 이식한 거라고요. 그러니까 겉모습은 재스민 쿠어이지만 알맹이는 흉악한 테러리스트라네요. 여성 수행원들도 모두 일당이고, 호위하던 중위 일행은 인격파괴조작을 받아서 이미 당신 뜻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 웃지 말아요. 어쨌거나 명령서에는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이번 작전은 어디까지나 비밀임무이므로 참가자한테는 전원 비밀엄수를 명령했다고 하지만, 기갑병까지 끌고 와서 대체 뭘 비밀로 하려는 걸까요?"

"주모자는 누구지?"

"그게 좀 복잡해요. 명령서에는 이름이 쓰여 있지만, 그게 진짜 주모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좀더 뒤져보죠."

"부탁해."

통신을 끊고서, 재스민은 다시 한번 일동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제군, 지금 들은 대로다.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적은 날 흉악범으로 만들었다. 날 직접 공격할 수는 없었던 거겠지. 그 점이 우리들이 유리한 점이다. 적은 어떻게든 비밀리에 일을 끝내야만 해. 날 죽여야 멋대로 지껄일 수 있을 테니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거로군."

켈리의 말에 재스민도 고개를 끄덕이고, 중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처음 들어오는 부대는 내가 처치하겠다. 그럼 그 다음은 지상에 있는 별동대가 돌입하겠지. 그쪽은 맡기겠어."

"예스, 서."

하지만 켈리로서는 '예스, 서'로 끝낼 수 없었다.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응?"

"당신이 처치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아, 최소한 돌입부대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 그 뒤는 놈들이 타고 온 무음 헬리콥터를 격추하고 기갑병도 처리하는 거지. 그러고 나면 당당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어. 그걸로 끝."

"어이."

"하지만 문제는 기갑병이야. 여기 있는 여자들은 기갑병을 조종해본 적이 없어. 나 혼자서 일개 중대를 전부 상대할 수도 없으니까."

완전히 초점이 다른 소리를 하면서 재스민은 켈리에게 물었다.

"당신은? 경험 있어?"

켈리는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