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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틀렸어. 기록영상 따위가 아냐. 그건 말이지, 내가 이 눈으로 본 광경이야. 난 그때 그 장소에 있었다. 위노아의 붉은 대지 위에."

길리어스는 잠시 침묵했다.

표시된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5초가 경과한 뒤에 엄청난 고함이 울렸다.

"헛소리 까지 마! 위노아의 대학살은 20년 전 일이라고?! 네놈 같은 애송이가ㅡ."

"그래. 넌 정말 어린애였지."

아무도 구할 수 없는 어린애였다.

해제까지 앞으로 40초, 조종석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진동이 달렸다.

조종석만이 아니다. '팔라스 아테나'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최후의, 가장 위험한 빗장을 벗기는 충격에 신음을 지르고 있었다.

켈리의 왼쪽 눈에 감도는 빛은 주위의 우주 공간처럼 차갑고, 바로 눈앞에서 작열하는 항성처럼 격렬했다.

"정부의 개? 그것도 틀렸어. 유감이지만 난 그 정부인가 하는 놈들에게 살해당하는 쪽이었어. 자칫하면 문장을 단 시체들 사이에 들어갈 뻔했지."

이번에는 3초 간의 침묵.

"그런,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네놈, 나이가 몇이야?! 위노아 특수군이라는 건 그런 애새끼까지 싸움터에 내보냈다는 거냐?!"

"글쎄, 몇 살이었더라. 까먹었는데."

"하, 하지만 특수군은 전원 몰살당했다고!"

"맞아. 살아남은 건 나 하나뿐이었지."

길리어스가 또다시 뭔가 고함을 질렀지만 켈리는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아무렇게나 통신을 끊었다.

모두 이미 흘러가버린 옛날이다. 이제 와서 다시 떠올려도, 아무리 분노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미 다 결말이 난 일이기도 했다.

자기 한 사람의 가슴속에 담아두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것을 억지로 끄집어낸 것이다, 저 바보가.

죽여야 한다고 냉정하게 결심한 것은 오히려 켈리 쪽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만은 놓칠 수 없다.

귀찮게 얼굴 주위를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는 데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도 느끼지 않았다.

다이애나가 말했다.

"아까의 공격으로 제어가 조금 둔해져 있어. 조심해."

카운트다운이 계속된다.

미니욘a와 미니욘b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단 별개의 항성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된 길쭉한 타원형의 별이라고 봐도 된다. 그 사이로 날아간다는 것은 태양을 뚫고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행위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다이애나는 리미터 해제를 멈추지 않았다.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자력항행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이 남아 있기를 기도하겠어. 이 배, 꽤 마음에 들었는데."

"넌 뭐라도 잘 어울려."

재스민이 들으면 '여자 마음도 모르는 녀석'이라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다이애나가 걱정하는 건 다이애나 자신이 아니라 켈리였다.

실제로는 제대로 말을 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몸에 걸리는 중압이 급속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 배의 진짜 한계는 이 정도가 아니다.

어떤 배보다도 빠르고 멋지게 우주를 날아간다. 한때 공화우주 제일의 천재라고 불렸던 두뇌를 가진 다이애나가 그 하나의 목적으로 온 힘을 기울여 만들어낸 배였다.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켈리 한 사람뿐이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목이 뜯겨 나갈 듯한 가속에 저항하기 위해 전신에 힘을 준다.

뼈가 삐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 남은 안구가 압박을 받아 시야가 붉게 물들어갔다. 얼굴의 근육이 격하게 경련해 표정 따위를 지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켈리는 웃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째서인지 그저 웃고 싶어졌다.

이번에야말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리미터 해제 5초 전.

아마도 무사할 수는 없을 충격에 대비하면서 켈리가 낮게 말했다.

"다이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