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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다. 쫓아올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애송이의 기억에 따르면 이 게이트에는 여섯 개의 출구가 있다. 트리키 IV도 '다분지형 게이트는, 이론적으로는, 존재가, 증명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여섯 군데 중 어디로 나가게 되어도 상관은 없었다.

편도형 게이트의 두려운 점은 문명과 떨어진 미지의 유역으로 튕겨 나갈 가능성이다.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면 그걸로 끝,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영원히 표류하게 되고 마는 셈이지만 이 게이트의 경우 그럴 염려는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해적질을 해서 돈을 벌면 된다. 다시 한 번 부하들을 모아 해적단을 다시 세운다. 그리고 반드시 저 애송이 놈을 죽여버린다.

그렇기에 굳이 '팔라스 아테나'에 연락까지 해서 '승부는 다음 기회로군' 하며 뻐겼던 것이다.

쓸데없는 허영이지만 본인은 지극히 진지했다.

자신은 진 게 아니라는 증명을 해둬야만 한다. 부하들이 보는 앞이니만치 더더욱.

켈리는 통신에 응했지만 영상은 보내지 않았다.

이유는 클라이스트와 마찬가지로 이 남자의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민 길리어스는 그것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며 조소했다.

"너무 빨리 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야. 네놈 낯짝도 조종석에 달라붙어 찌부러진 개구리 같겠지."

말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켈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 거창한 의자에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것 아냐?"

"시끄러!"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외쳤지만 여기서 흥분하면 상대의 지적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의 상황판단은 할 수 있었기에 길리어스는 다시금 허세를 부렸다. 아니, 완전히 허세만도 아니었다.

지금의 길리어스는 온몸이 분노로 충만해 있지만 굳이 여유를 보이기 위해 웃음을 지었다. 추악하게 일그러진 미소였다.

"두고 봐. 다음에도 이번처럼 풀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빚은 갚아주지. 반드시 동료들의 원수를 갚아주겠어.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경도 했고 말이야."

'팔라스 아테나'의 조종석에서 켈리가 무섭게 눈을 빛냈다는 사실 따위, 길리어스가 눈치챌 수 있을 리 없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길리어스는 득의만만하게 얘기를 계속했다.

"특히 위노아 말이야. 놀랐다고. 연방군에 그렇게 상세한 기록영상은 남아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네놈, 위노아 정부 녀석들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었던 것 아냐? 아니면 연방정보국의 개냐?"

길리어스로서는 현 시점에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비아냥이었지만 이것이 최악이었다.

'팔라스 아테나'에서는 다이애나가 '바보 나라에서 바보를 수련하러 찾아온 최강의 바보네' 하고 중얼거렸고, 켈리는 길리어스와는 다른 의미로 위험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가."

"뭐?"

말이 잘 들리지 않았던 듯하다.

길리어스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반문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딴청 피워도 소용없어. 시체에 달린 표식은 분명히 위노아 특수군의 문장이었다. 동쪽인지 서쪽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뉴스에서 본 적이 있어."

"......"

"하지만 실제로 학살 현장을 담은 기록영상 따위, 어느 프로에서도 틀지 않았지. 나도 그런 장면은 처음 봤을 정도야. 무리도 아니지. 너 같은 애송이는 기억 못하겠지만 당시 공식 발표로는 학살 사건 따위 없다고 되어 있었으니까. 연방도, 위노아 정부도 상당히 더러운 짓을 했잖아."

"......"

"불어봐, 응? 너 대체 누구 밑에 있는 놈이냐? 대학살 자체는 이미 먼 옛날에 종결된 사건이야. 저런 기록영상이 보관되어 있을 정도면 어지간한 기관은 아니겠지. 상당히 내부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인간이 아니면 볼 수 있을 리가 없어. 어느 쪽이든 네가 정부 쪽 놈들에 가담한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은성 래너트나 그 쉔블랙까지도, 설마 자기들이 킹이라고 부르며 치켜세우던 놈이 실은 정부의 개였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거야."

켈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듯 길리어스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계속하려 했지만 갑자기 켈리가 말을 가로막았다.

"굳이 말하자면 패잔병이겠지."

"뭐?"

길리어스와 얘기하면서 켈리는 머릿속으로 '60초 후 리미터 3 해제'라고 명령했다.

다이애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스크린의 한쪽 구석에 60이라는 숫자를 표시하고 카운트다운을 개시했다.

"기록영상이라고 했지. 넌 내가 어딘가의 자료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기록을 봤다고 생각했나?"

"그럴 게 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