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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의 문은 인증식으로 되어 있다.

안내 없이 무단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멋대로 들어올 수 없게 하는 장치이지만, 물론 안에서 문을 열어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손님이 뛰어 들어온 것은 켈리가 잠긴 문을 연 것과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게다가 엄청나게 험악한 기세였다.

"젬!"

소리를 지르는 여자를 보고서 켈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상반신은 알몸이었다. 보석이 빽빽하게 박힌 금제 장식으로 간신히 가슴을 덮고 있을 뿐이다.

목과 손목에도 똑같은 세공의 장식품을 몇 겹이나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허리에 두른 선명한 색깔의 풍성한 바짓자락을 발목에서 묶고, 검은머리를 묶어 늘어뜨려서 진주 장식 끈으로 친친 감아 고정시키고 있다. 실로 충격적인 차림이었다.

복식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켈리라도 이것이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의상이 아닐까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사람의 집을 찾아오기에 어울리는 차림은 절대 아니다.

기묘한 차림의 여자는 똑바로 방을 가로질러 와 재스민이 앉아 있는 책상을 두 손으로 내리치며 소리질렀다.

"어째서 나한테는 한마디 말도 없이 결혼한 거야!"

재스민은 의자에 앉은 채로 재미있다는 듯이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그 차림은?"

"그냥 의상이야! 지금 막 마지막 촬영이 끝났으니까!"

"그 머리는?"

"염색한 것뿐이야! 색 빼고 있을 틈이 어디 있겠어! 그보다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도 없는 사이에 몰래 결혼하다니! 너무해!"

"몰래 한 적 없는데.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발표도 했어. 너도 당연히 봤을 줄 알았지."

"당신 말야!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촌구석에 있었는지 알기나 해?!"

돌풍처럼 뛰어 들어온 여자는 짜증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바보 같은 감독, 저주할 테다. 배경 따위 합성으로 해도 충분한 걸 가지고, 박진감이 떨어지니 어쩌니 하면서 통신도 안 되는 모래 투성이 행성에 몇 달이나 사람을 처박아놨다고. 돌아와봤더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인간, 어떻게 해줄까."

정말로 저주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정도로 박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재스민은 여전히 웃으면서 전혀 딴 소리를 했다.

"그럼 이번에는 계속 그 차림인 거야? 꽤 기대되는데."

"유감이네요~. 이건 댄서가 1막에서만 입는 옷이야. 그런 것보다도......"

앞으로 바짝 몸을 내밀면서 무서운 기세로 재스민을 몰아세운다.

"어디 있어, 그 남자?"

"네 등 뒤에서 굳어 있는 사람이 그 장본인이야."

여자는 이제야 알아차린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켈리는 켈리대로 신기한 듯이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여자 역시 켈리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흥, 허수아비인가 했네."

정면에서 여자의 얼굴을 보게 된 켈리는 우선 그 용모에 놀랐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가진 미인이었다.

입가에는 아직 앳된 기가 남아 있으면서도 자수정 같은 눈은 날카로운 빛을 뿜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야성미와 세련된 우아함이 전혀 위화감 없이 융화되어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요염하고, 생생한 생명력을 뿜어내면서도 차마 범접하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분위기, 형용하기 힘든 미모였다.

키가 크면서도 얼굴은 작고, 가느다란 목에 피부도 고왔다. 배꼽까지 노출된 상체는 완벽한 비율이었으며, 아랍 풍의 바지에 감싸인 다리도 굉장히 길다. 사람의 육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조형미를 갖춘 완벽한 예술품이었다.

게다가 켈리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직접 만나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리 색깔도 기억하는 것과는 달랐다.그럼에도 이 얼굴을 몰라볼 수는 없었다.

공화우주의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각 지방의 독특한 연애인도 늘게 되지만 중앙의 권위는 그에 비례해 더욱 높아진다. 그 중앙영화계의 젊은 배우들 중에서, 인기로 보나 연기력으로 보나 최고라고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공화우주를 대표하는 미녀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여배우인 진저 브레드.

아직 28세의 젊은 나이로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며, 언제나 격렬하게 변하는 은막의 세계에서 단 한번도 인기를 잃은 적이 없는 보기 드문 배우이다.

연예계 방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켈리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진저가 왜 여기에 찾아와서 자신을 보고 허수아비라고 부르느냐 하는 점이었다.

재스민은 재스민대로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너, 허수아비 같은 걸 잘도 알고 있네?"

"얕보지 말아줘. 이래봬도 난 농업국 출신이라고. 젬! 당신, 이런 남자 어디가 좋은 거야!"

"그걸 판단하는 건 나야. 네가 아니라고. 난리 치지 말고 빨리 옷부터 갈아입고 머리도 감고 와. 그 머리 때문에 꼭 모르는 사람하고 얘기하는 것 같잖아."

검은머리 미녀는 또다시 짜증스럽다는 양 혀를 찼다.

"또 거짓말. 내가 아무리 다르게 꾸며도 금방 알아보는 주제에."

"당연하지. 너 같은 미인이 또 어디 있겠어. 여자들 천 명 사이에 숨어 있어도 알아볼 걸. 제일 예쁜 건 당연히 너니까."

남자라고 해도 이렇게 혀가 썩을 것처럼 느끼한 대사를 내뱉을 수 있는 인간은 얼마 없을 것이다.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진저는 환성을 지르며 책상 너머로 힘껏 재스민을 끌어안았다.

재스민도 웃으면서 탄탄한 팔로 가느다란 허리를 안아주었다. 남성 팬들이 보면 분해서 이를 갈 만한 광경이다.

"일 끝나고 나면 오늘은 오랜만에 같이 식사나 하지."

"좋아. 하지만 제발 부탁이니까 당신말고 다른 사람이 요리한 걸로 해줘. 새빨간 점무늬 파충류니 다리 백 개짜리 이상한 곤충 같은 거, 그런 건 절대로안 먹을 테니까."

"한번만 먹어보면 너도 알 거야. 로터스의 금사(金蛇)도, 루오의 백족충(百足蟲)도 맛있다고. 키시에크의 오렌지색 산초어(山椒漁)는 보기도 예쁘고 맛도 좋아. 진짜 최고인데."

"아무리 맛있다 해도 죽어도 싫어!"

절규였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켈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키시에크의 산초어라는 거, 오렌지오일 피시를 말하는 거야?"

재스민의 눈이 빛났다.

"알고 있어?"

"응. 이름은 물고기지만 실은 짧은 다리가 있는 양서류. 그거 맞지? 그거라면 확실히 맛있지."

"그지? 맛있지?"

"하지만 그런 걸 두고 보통 예쁘다고 하던가?"

"예쁜 오렌지색이잖아?"

"아무리 예뻐도 양서류라고. 도롱뇽 사촌이잖아. 다리는 여섯 개고 수염에다가, 내장까지 들여다보이는 반투명한 오렌지색에...... 뭐랄까, 보기에는 좀 수상하지만 맛은 최고야. 무엇보다도 값이 싸서 실컷 먹을 수 있는 게 좋지."

"토막을 쳐서 기름에 튀기는 게 제일 맛있어."

"그걸 튀겨? 농담하지 마. 누가 뭐래도 통째로 구워먹는 게 제일이야."

재스민은 진심으로 낙담한 표정을 하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너 말야, 그 예쁜 오렌지색을 튀기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야?"

"당신이야말로 무슨 소리냐고. 원래부터 기름기가 많으니까 오일 피시라고 부르는 거야. 그런 걸 기름에 튀겨서 어쩌는데. 맛만 버린다고."

"그런 불평은 한번이라도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