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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설프게 하워드를 쳤다간 다른 놈들이 경계할 거 아냐? 그건 피하고 싶어. 쓰레기는 단번에 치워버려야지."
"그럼 다른 여섯 명의 약점을 붙잡을 때까지는 내버려두겠다는 거로군."
"여섯 명까지는 필요 없어. 놈들도 결국 자기 목이 제일 소중할 테니까. 하워드를 포함해서 서너 명이 실각하고 모든 것을 남김없이 잃어버리는 꼴을 보고 나면 똑같이 되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러려면 앞으로 최소한 두 명 정도는 꼬리를 잡아놔야 해. 그러니까, 그때까지 이 일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켜줘."
켈리는 기가 막혀서 재스민의 말을 듣고 있었다. 동시에 조금 감탄도 했다.
평범한 여자라면 적의 약점을 잡는 순간 완전히 의기양양해져 날뛰면서 상대를 공격하려 드는 법이다.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숨통을 끊어버리지 못하고 적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꼭 여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자라도 순간의 감정으로 움직이다 실패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조커는 최후의 최후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쪽이 조커를 쥐고 있다는 사실조차 적이 깨닫지 못하도록, 포커페이스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은 매우 드물다.
"당신처럼 남자 같은 여자도 드물어."
비아냥 반에 감탄 반인 말이었지만, 여자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별과는 상관없잖아? 자신의 전력, 상대의 전력, 자신과 상대의 관계를 생각해서 이게 제일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뿐이야. 상대는 일단 내 부하인 셈이니까 죽일 필요는 없어.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두들겨 패놓거나 처분해버리는 걸로 충분해."
태연하게 무서운 말을 내뱉는다.
동시에 그것은 경영자의 싸움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군대에 몸을 담고 있던 이 여자가 그런 정치적인 전법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차라리 정공법으로 그놈들을 추방해버리는 건 어때? 당신이 가진 주식에 나에게 양도된 주식을 합치면 51퍼센트야. 그놈들 목도 충분히 날릴 수 있을 텐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주주총회를 열고 중역 전원을 해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적으로 인정된 권리이기도 하지만 재스민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정당한 이유도 없는데? 어설프게 그런 짓을 했다간 그 녀석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걸. 얌전히 해고당할 리가 없어."
재스민이 걱정하는 것은 그런 행동의 결과 쿠어 재벌이 기업으로서 활동할 수 없게 되는 사태였다.
"지금 내 목적은 아버지가 세운 쿠어 재벌을 지키는 거야. 거기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 회사의 이익, 무엇보다도 사원들의 일과 생활을 저 중역들에게서 지키는 것이지. 그놈들의 사유물로 만들지 않는 게 승리의 조건이니까 이이 다소 복잡해져도 어쩔 수 없어."
"불만인가보네?"
그렇게 지적하자, 중후한 책상에 앉아 있던 여자는 그 말에 긍정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감질나는 싸움은 나한테 안 맞아. 적이라는 것만 확실히 판명되면 앞뒤 볼 것 없이 쳐부수는 게 내 방식인데...... 아버지도 남에게 귀찮은 뒤처리나 떠맡기고, 참."
공화우주 제일의 재벌 그룹에서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다투는 전쟁을 놓고 감.질.난.다.고 단언하고 있다.
켈리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방의 난로 위에 걸려 있는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드문드문한 머리는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다. 호화로운 옷에 푹 감싸인 왜소한 노인의 초상이었다.
너무나도 쇠약해 보이지만, 새하얀 눈썹 아래에서 빛나는 눈만은 제왕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 곁에는 같은 크기의, 아직 마흔도 안 되어 보이는 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매끄러운 검은 머리에 온화한 표정, 투명한 피붑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처럼 아련하고 연약한 사람 같았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재스민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외동딸의 네 살 생일마저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워드가 말이지, 당신은 여자니까 병기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더군. 군에 입대하는 것보다도 아버지 곁에서 제왕학이나 배우고 있는 편이 나았을 거래."
어머니를 전혀 닮지 않은 쿠어 재벌의 현 여왕은 잿빛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여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 남자가 항공모함을 만들고 싶어하는 거야말로 조금 잘 사는 집 아이가 비싼 장난감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거나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난 이런 것도 갖고 이다. 엄청나지? 그런 어린애 같은 경쟁심이나 허영심에서 회사를 희생시킬 수는 없어."
지극히 엄격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반론하기 힘들다는 느낌도 든다.
라이벌 회사를 앞질러야만 한다며 묘하게 기합을 넣고 있던 하워드를 떠올리면 더욱 납득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남자가 신병기 개발에 집착하는 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건가."
"남자들은 대부분 다 그렇지 않아?"
재스민은 딱 잘라 말했다.
"병기를 만드는 게 나쁘다는 건 아냐. 내 퀸 비도 훌륭한 병기지. 하지만 쿠어 재벌이 만든다면 그 기술력을 살린 우수한 제품이어야지. 싸구려 대량생산품을 만들어대는 것도, 회사가 기울어질 정도로 개발비를 퍼부어서 쓸데없이 비싼 장난감을 만드는 것도 흥미 없어."
"그렇게는 말해도, 기업인 이상 전혀 모험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냐?"
"물론, 승산만 있다면 대환영이야."
씨익, 웃음을 짓는다.
"사실 널 붙잡은 것도 상당한 도박이었지만 결국 대성공이었잖아?"
"그거 고맙구만. 나도 쓸모가 있다니 꽤 기쁘잖아."
가볍게 흘려 넘기기는 했지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매우 의심스러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비아냥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으니까.
"어이, 해적."
"뭐야."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그러니까 뭐냐고."
"어째서 나랑 결혼한 거지?"
켈리는 막 마시려던 술잔을 내려놓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재스민을 쳐다보았다.
"당신, 기억력은 멀쩡해? 어디다 빼놓고 다니는 것 아냐? 지겹게 지겹게 죽어라 쫓아와서 자기하고 결혼하라던 건 누구야?"
이 비난을 들은 켈리의 부인은 곤란한 듯이 빨간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그거야 기억하고 있지만, 네가 이렇게나 모범적인 남편이 될 줄은 몰랐거든. 조금 미안해져서 말야."
켈리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이 빛났다.
"모범적이야, 내가?"
"내가 보기에는."
대체 어디까지가 진심인 걸까.
재스민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켈리는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을 이었다.
"결혼한 이유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냐. 당신하고 같이 있으면 여러모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말야. 조금 어울려볼까 싶었던 것뿐이니까."
공화우주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내부분쟁이다. 확실히 흥미로운 구경거리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책상 위의 단말기에서 작은 소리가 울렸다. 프리스틴의 낯익은 목소리가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재스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예정은 없었는데?"
프리스틴은 유능한 비서였다. 손님의 방문 일정을 잊어버리고 알리지 않을 만큼 어수룩한 짓은 할 리가 없다.
프리스틴의 목소리는 조금 곤란해하면서도 왠지 쓴웃음을 담고 있었다.
"아니오. 그게..., 그 사람입니다. 안내하겠으니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만, 엄청난 기세로 달려가버렸습니다. 곧 그쪽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얘기만으로 누구인지 알아들은 모양이다.
재스민은 활짝 웃으면서 켈리를 쳐다보았다.
"문 좀 열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