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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단언했다.

"흉내냈다간, 죽습니다."

"맞는 말이야. 우리들은 안전 제일로 가자고. 확실하게 도약해줘."

"예."

두 사람 모두 간신히 대답했지만 반쯤 울먹거리는 목소리였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고, 길리어스는 필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부하를 버리고 도망치는 인간은 두목으로서 실격이다.

물론 잘 알고 있다. 두목이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몸으로 부하들을 지켜줘야 하는 존재이다.

상사와 부하가 아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 세계에서라면 윗사람은 언제라도 아랫사람을 버릴 수 있다. 아무리 험하게 다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랫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보스를 선택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부하들을 저버리고 혼자 도망쳐버리는 한심한 두목을 다른 부하들이 믿고 따라줄 리가 없다. 얼마 가지 않아 버림받게 된다.

하지만 그 부하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세이람 유역에서 최강을 자랑하던 길리어스 해적단은 애송이 한 명의 손에 거의 괴멸되었다.

남은 것은 이 '마벨러스' 뿐.

도망치는 게 아니다. 우선 후퇴해서 태세를 정비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쓰러지면 대체 누가 그 애송이를 죽이겠는가.

길리어스는 억지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게이트를 통과했다.

제4행성 부근으로 나왔다.

항해사와 조타수는 자신들이 도약해놓고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렇게 짧은 거리를ㅡ그것도 같은 태양계 내부를 연결하는 게이트가 존재한다니, 실제로 도액해보고서는 더욱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17분 후, '마벨러스'는 다시 다른 게이트를 통과했다. 이것 역시 도약거리가 지극히 짧은 게이트였다.

이번에는 미니욘a, 미니욘b, 두 개의 태양이 눈앞에 나타났다.

돌출 장소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스크린의 설정을 광선 차단 강화로 바꾸어 대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전원이 눈을 다칠 상황이었다.

태양계 내를 차례로 이동하는, 마치 마술 같은 이동에 함교의 승무원들은 눈을 부릅떴다.

한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믿을 수 없어......"

한편 길리어스는 증오스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샛길을 수없이 알고 있었으니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쉬웠겠지."

그 애송이가 게이트를 수없이 많이 알고 있다는 얘기는 정말이었다. 브레인 셰이커가 읽어낸 기억영상을 크리티VI에게 분석시킨 결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게이트가 최소한 15개 이상 튀어나왔던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랄 일이지만 개중에서도 자신들이 지금 위치한 미니욘 태양계는 게이트의 보고였다. 그것도 상당히 특이한 게이트들로 그득했다.

저 애송이가 트리디움 광맥의 입구라고 지껄인 제7행성 내부의 공전궤도형 게이트, 지금 막 날아온 같은 태야계 내부를 연결하는 초단거리형 게이트, 그리고 결정타가 이제부터 '마벨러스'가 통과하려는 다분지형 게이트였다.

항해사가 비명을 질렀다.

"두목! 왔습니다!"

길리어스는 의자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두 번의 도약 동안 저 애송이는 착실하게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그것도 어지간한 속도가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배를 몰면 저런 조종이 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그 추격도 이걸로 끝이다. 트리키 IV의 계산으로는 '마벨러스'는 저 애송이보다 5분 먼저 문제의 게이트에 도착하게 된다.

일단 도약해버리면 아무리 저 애송이의 배가 빨라도 쫓아올 수 없다. 그 이유는 본인 쪽이 더 잘 알고 있을 터.

도망칠 수 있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순간 길리어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엇다. 계속 억누르고 있던 것이 그대로 표면에 드러나버린 것이다.

소주안 전함이 격침당했다는 분노도 있었지만, 잘도 나에게 이런 치욕을 입혔다는 원한 쪽이 더욱 강렬했다.

따져보면 스스로가 뿌린 씨앗이니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질 리가 없다고 믿고 있던 승부에서 패한 사람ㅡ특히 교만한 사람의 심경은 대충 이렇다.

마치 용암과도 같았다.

길리어스의 마음이라는 화구에서 추악하게 뿜어 나온, 주위를 모두 불태워버리는 용암 같은 감정이 끊일 줄 모르고 흘러넘쳤다.

"두고 봐라, 애송이......"

진부한 대사지만 이 경우에는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 해야겠지.

무엇보다도 살아남은 부하들ㅡ'마벨러스'의 승무원들 앞에서 두목답지 않은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는 사실만은 지울 길이 없었다.

다른 배들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