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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오른손이 번뜩였다. 나무줄기를 향해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신속의 찌르기를 다섯 차례. 검을 콱 되돌리더니 이번에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다섯 차례. 찌르기 기술이 한 번 명중할 때마다 무시무시한 작렬성이 울려 퍼지고, 하늘을 궤뚫는 거목 전체가 쩌렁쩌렁 흔들렸다. 나무가 파괴 불능 오브젝트가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밑동부터 부러져나갔을 것이다.
십자로 열 발의 찌르기를 날린 유우키는 다시 한 번 온몸을 한껏 젖히더니, 교차점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꽂았다. 자청색의 눈부신 광채가 사방으로 넘쳐나고, 발밑의 풀이 방사형으로 화악 쓰러졌다.
몰아치던 돌풍이 가라앉자，유우키는 검올 나무줄기에 꽂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칼끝을 중심으로 조그만 문장이 회전하며 펼쳐졌다. 동시에 네모난 양피지가 나무 표면에서 솟아나듯이 생성되더니, 푸르게 빛나는 문장을 새기곤 한쪽 끝부터 돌돌 말려나갔다.
유우키가 검을 되돌리자，완성된 스크롤은 그대로 허공에 떠있었다. 천천히 왼손을 뻗어 유우키가 그것을 잡았다.
철컹 소리를 내며 오른손의 검이 풀숲에 떨어졌다. 그 직후 유우키의 몸이 휘청 기율더니 무너지려 했다. 아스나는 재빨리 뛰어가 그 몸을 받쳤다. 그대로 허리를 낮추고, 조그만 몸을 두 팔로 감싸듯이 끌어안았다.
유우키가 눈을 감고 있어서 한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곧 가늘게 눈을 떴다. 유우키는 조용히 웃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이상하네…….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은데, 어째 힘이 안들어가……."
아스나도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분명 피곤해서 그럴 거야. 쉬면 금방 나아질 거야"
“응……, 아스나……, 이거, 받아줘……. 내…… OSS…….."
그 목소리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띄엄띄엄 끊어지며 떨리고 있었다. 유우키에게 남은 마지막 기관, 의식이 깃든 뇌까지도 이미 힘이 다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스나의 마음에 미칠 듯한 격정이 휘몰아쳤지만, 그것을 억누르듯이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내게, 주는 거야……?"
“아스나가…… 받아줬으면…… 해……, 자…… 원도우를……."
“……응.”
아스나는 왼손을 휘둘러 원도우를 열고 OSS 설정화면을 열었다. 유우키는 부들부들 떨리는 왼손을 들더니, 꽉 쥔 조그만 스크롤을 원도우 표면에 놓았다. 스크롤은 빛과 함께 금세 소멸하고, 그것을 본 유우키는 만족스러운 한숨과 함께 왼손을 떨어뜨렸다. 부드럽게 웃으며, 꺼질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기술의…… 이름은…… <마더즈 로자리오(Mother`s Rosario)>……. 분명…… 아스나를…… 지켜줄，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마침내 억제하지 못한 눈물 몇 방울이 유우키의 가슴에 떨어졌다. 그러나 미소는 지우지 않은 채, 아스나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유우키. ㅡㅡ약속할게. 만약 내가 언젠가 이 세계에서 떠날 때가 와도，그 전에 반드시 이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겠다고. 네 검은……，영원히 이어질 거야.”
"응…… 고마워…."
유우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수정색 두 눈에도 빛나는 것이 배어나왔다.
그때였다. 몇 가닥의 진동음ㅡㅡ비행음이 겹쳐져서 들렸다. 그것은 금세 커지며，아스나와 유우키의 주위에서 잇달아 부츠가 풀을 밟았다. 고개를 드니 쥰, 텟치, 타루켄, 노리, 시우네, 다섯이 앞을 다투어 달려오고 있었다.
다섯 사람은 유우키를 반원형으로 에워싸고 무릎을 끓었다. 모두의 얼굴을 한 차례 둘러보고, 유우키는 난처하다는 듯이 웃었다.
"뭐야…… 다들, 송별회는…… 저번에…… 했잖아. 마지막 배웅은…… 안 하기로 약속…… 했으면서……."
"배웅은 개뿔. 기운 넣어주러 온 거다. 다음 세계에서 리더가 우리 없다고 축 늘어지면 안 되잖아.”
씨익 웃으며 쥰이 말했다. 적동색 건틀렛을 낀 손으로 유우 키의 오른손을 꽉 쥐고 말을 이었다.
"다음 세계에 가도 너무 어정거리지 말고 기다려. 우리도 금방 따라갈 테니까.”
“무슨…… 소리야……. 너무 빨리…… 오면, 화낼…… 거야."
쯔쯔 하고 혀를 차며, 이번엔 노리가 기세 좋은 목소리로 말 했다.
"안 돼, 안 돼. 리더는 우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가 서 얌전히 기다……기다리…….”
갑자기 노리의 얼굴이 콱 일그러지더니,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목 안쪽에서 참을 수 없었던 오열을 두세 차례 흘렸다.
"못써요, 노리……, 울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웃는 얼굴로 끼어들었던 시우네의 뺨에도 두 줄기 눈물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제는 넘쳐나는 눈물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은 채, 타루켄과 텟치도 유우키의 손을 꽉 잡았다.
유우키는 다섯 명의 얼굴을 차례대로 돌아보더니, 울음과 웃음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
"못 말리겠다니까…… 다들……，얌전히, 기다릴…… 테니까, 가급적 천천히…… 와야, 해……."
슬리핑 나이츠 여섯은 손을 맞잡더니, 재회를 맹세하듯이 힘주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네와 나머지 사람들이 일어나는 것과 때를 같이 하듯, 새로운 비행음이 이어졌다.
나타난 것은 키리토와 유이, 리즈벳, 리파，시리카, 다섯 명이었다. 모두 착지와 동시에 달려와, 함께 유우키를 에워싸고는 각자 한 번씩 손을 잡아주었다.
유우키를 팔 안에 눕힌 채 눈물에 흔들리는 시야로 그 정경 을 바라보면서, 아스나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키리토 네가 도착한 다음에도 어디선가 가느다란 비행음이 들려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다양한 종족의 날개 소리가 수도 없이， 수도 없이 겹쳐져 장엄한 파이프오르간과도 같은 반향을 자아 내고 있었다.
아스나도, 유우키도, 시우네나 리즈벳이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보인 것은 파나레제 방향에서 이쪽을 향해 뻗어오는 한줄기의 굵은 리본이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플레이어가 열을 지어 날아왔다. 그 선두 에 선 것은 장옷 자락을 펄럭이며 나는 실프 영주 사쿠야의 모습이었다. 뒤로 이어지는 것은 다종다양한 녹색 옷을 걸친 실 프들이었다. 인원은 지금 로그인한 실프의 거의 전원이 모인 것이 틀림없다.
아니ㅡㅡ주거구역에서만이 아니었다. 바깥쪽 가장자리의 수 많은 방향에서, 수많은 띠가 섬을 향해 뻗어오고 있었다. 붉은 리본은 살라만더, 노란 것은 캐트 시일까. 임프，노움, 운디 네…….각자의 리더가 이끄는 가운데,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일직선으로 거목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 수는 5백……，아니, 천을 넘을 것 같았다.
아스나의 품안에서 눈을 활짝 든 유우키가 감탄했다.
"우와아……, 굉장해……. 요정들이…… 저렇게, 많이……."
아스나는 유우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유우키는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리즈랑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불렀어.”
"싫어하긴……, 그렇지, 않아……. 하지만, 왜…… 왜 이렇 게, 많이……꿈이라도……꾸는걸까……. "
잦은 호흡과 함께 유우키가 속삭이는 동안에도, 섬 상공까지 이른 검사들은 잇달아 폭포처럼 소리를 내며 강하했다. 사쿠야나 알리샤 같은 영주들을 선두로 한 대집단은 조금 거리를 두고 일행을 에워싸더니, 잇달아 풀밭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 크지도 않은 섬은 금세 무수한 플레이어들로 가득찼다.
아스나는 유우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가슴에 가득 차 오르는 것을 간신히 말로 담고자 입술을 움직였다.
"그야……, 당연하지……."
다시 눈물이 뚝둑 떨어졌다.
"유우키……，넌 과거 이 세계에 나타난 사람들 중 최강의 검사니까……, 너만한 검사는 이제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거야. 그런 사람을，쓸쓸하게 보내다니……，그럴 순 없어. 다들, 다들 기도하는걸……. 유우키의 새로운 여행이, 이곳과 마찬 가지로 멋진 것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뻐……, 나，기뻐……“
유우키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에워싼 검사들을 둘러보더니, 다시 아스나의 팔에 털썩 머리를 기댔다. 눈을 감고 조그만 가슴으로 몇 번인가 심호흡을 한 후, 유우키는 다시 보라색 눈동자로 아스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크 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마지막 힘을 모조리 쥐어짜내듯, 토막토막 끊어지기는 했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계속…… 계속, 생각했어. 죽기 위해 태어난 내가…… 이 세계에 존재할 의미는，뭘까…… 하고. 무엇을 낳을 수도, 줄 수 도 없는데…… 수많은 약과，기계를 낭비하고…… 주위 사람 들에게 피해를 주고…… 나 자신도 고민하고，괴로워하고…… 그 결과 그저 사라지기만 할 뿐이라면…… 지금 당장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어……， 왜…… 나는…… 있는 걸까… 하고……，줄곧……."
유우키의 남은 목숨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지금 막 타오르려 하고 있었다. 품안의 조그만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며 투명해 지는 것 같았다. 유우키의 목소리는 가늘고 끊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과거에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도 순수하게, 아스나의 영혼 깊은 곳까지 닿았다.
"하지만……，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