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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는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폭발이 아니다. 스크린의 고장도 아니었다. 완전한 반응 소실.

이것이 의미하는 사실은 하나밖에 없다.

선교의 사람들 전원이 자신의 눈과 의식을 의심하며 이게 정말로 현실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가운데 재스민만이 감탄의 한숨을 흘리고 있었다.

"역시 저럴 거라고 생각했지......"

"재스민!!"

선장 이하 전원이 입을 모아 절규했다.

부탁이니까 그렇게 넘어가지 말아달라는 의미가 진하게 담긴 비명이었다.

그 남자의 정체나 경력에 대해서 묻지 말라고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건 이미 자신들의 여주인이 변덕으로 고른 우주생활자 겸 떠돌이라는 것만으로 아우를 수 있는 영역을 까마득하게 초월했다.

개중에서도 정보관리장은 주근깨 투성이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배의 조종은 그의 전문 밖이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받은 충격이 적었던 듯했다.

정보관리장은 재스민을 향해 거세게 외쳤다.

"저런 배는 연방군에도 없습니다! 저런 배를 자유롭게 조종하는 인간이라니, 생각도 할 수 없어요! 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뭡니까?! 어디서 발견한 겁니까! 당신이 대답하지 않는다면 본인에게 직접 묻겠습니다!"

지극히 옳은 주장이다.

정보관리장의 항의는 선교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햇지만 재스민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멜빈, 내가 너라면 그런 짓은 안 하겠어. 나도 내 목숨은 아까우니까. 내 남편은 자기에 대해 탐색당하는 걸 안 좋아해."

절대로 강압적인 어조는 아니었다.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투였지만 정보관리장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입을 다물게 만드는 데에는 그걸로 충분했다.

재스민은 말을 이었다.

"저 남자는 공화우주 제일의 뱃사람이야.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것뿐이고, 그걸로 충분해."

'팔라스 아테나'가 도약한 지 5분 뒤, '쿠어 킹덤'도 게이트에 접근했다.

펠릭스가 도약 전의 준비과정을 확인한다.

"게이트, 확인했습니다. 안정도수 92, 도약 가능. 속도 0.007VL. 중력파 엔진, 작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항해사와 조타수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자신들에게는 이 정도가 한계이다. 이 이상의 속도로 도약은 할 수 없다. 죽.어.도. 못한다.

한계까지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아까의 '팔라스 아테나'가 물결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듯이 헤엄치는 은어라면 이쪽은 허둥지둥 갈퀴를 젓고 있는 거북이었다.

성능에서는 연방군의 전함도 뛰어넘는 '쿠어 킹덤'이다. 자신들 역시 실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배에게 이렇게 느려터진 도약밖에 시켜줄 수 없는 것인가.

두 사람 모두 눈앞에서 직면해버린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간신히 작업은 하고 있지만 불쌍하게도 완전히 좀비나 다름없는 얼굴이었다.

재스민 쪽이 초조해지고 말았다.

역시 설치되지 않은 게이트에서의 도약은 평소의 수순에 없는 작업이라는 의미에서 일종의 비상사태이기도 했다. 그런 비상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해야 하는 담당자가 얼굴은 핼쑥하고 눈에는 눈물이 고인데다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초조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칫하면 전원의 목숨까지 좌우된다.

재스민은 당황하며 두 사람을 달랬다.

"둘 다 아까 일은 신경 쓰지 마. 저런 변태를 흉내낼 필요 없으니까."

재빨리 펠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