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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 어차피 기두어방, 아니 놀고 먹는 인간이니까. 그 남자만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 어떻게든 될 거야."

샌더스와 브라이언이 각각 말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호숫가에 세워진 오두막 풍의 별장이었다.

호수 건너편으로 정상에 눈이 쌓인 푸르른 산맥이 보인다. 수면 위를 새가 날아다니며, 산들바람에 나뭇가지가 서걱대고 있었다.

이곳은 행성 샌드로트. 정치와 경제의 중심인 센트럴까지는 겨우 2광년 거리. 물론 이동을 위한 스테이션도 잘 갖춰져 있다. 교통편도 환경도 최고였지만 자연보호를 명목으로 이주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은 채 개발도 제한하고 있다.

생전의 맥스는 이 별장의 풍경을 사랑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적도 많았다.

더울 때에는 호수에 배를 띄워 수영이나 낚시를 즐겼고, 겨울에는 눈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측근이었던 중역들이 맥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듯한 기분으로 같은 여흥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네 사람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상쾌하고 감미로운 바람에, 적당히 따뜻한 날씨.

사치스러운 시간이다. 기계화된 근대적인 도시는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물과 녹음이 풍부한 아름다운 사계는 그렇지 않다.

어지간한 일이 없는 이상은 방해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려뒀음에도, 와일리의 비서가 찾아와 뭔가 귓속말을 했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눈이 더욱 바쁘게 움직인다.

와일리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 놀고 먹는 인간 쪽이 브레인에 나타났다는데."

"브레인에?"

"그 여자도 같이?"

"아니, 혼자서. 혼자서 하워드에게 견학을 신청했대."

2장

애러웨이 하워드는 쿠어 재벌의 경비보안 분야 및 무기개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중역이었다.

고 맥스의 한쪽 팔이었던 사람이니 만치, 그저 평범한 회사 중역일 턱이 없다. 몇 천, 몇 만이나 되는 계열회사를 거느린 그룹의 회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다른 중역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다양한 직함이 있지만, 굳이 가장 유명한 직함을 고르자면 쿠어 시큐리티 코퍼레이션의 사장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행성 브레인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공화우주 제일의 안전을 보장하며, 최고의 신뢰와 실적을 자랑하는 경비회사였다.

"보안설비라고는 해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가정이 도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범장치에서 군사기밀에 속하는 것까지. 저희 회사에서는 여성이 가지고 다니는 호신용 무기에서부터 연방군이 시티의 방어를 위해 설치하는 정밀기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지요."

유창하게 설명하는 하워드의 목소리에는 힘과 열기가 실려 있었다.

다른 중역들과 같은 연배이면서도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 활발한 움직임이었다. 발걸음도 경쾌하고, 머리는 많이 세었지만 피부는 건강한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눈빛에서는 깊은 지성이 느껴졌다.

풍부한 교양과 적당한 운동 덕에 이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도 훨씬 더 젊게 보였다.

하워드는 상당한 스포츠맨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글 쓰기가 취미인 중역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지성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저작 내용과 본인의 사상은 조금 과격한 편으로, 쿠어 같은 거대재벌은 좀더 우주경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연방정부나 군대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이었다.

"공격병기 분야는 다른 회사가 맡고 있습니다만, 소총이나 중화기 등의 휴대형 무기는 물론이고 전투기나 기갑병에 이르기까지 자신 있게 보고할 수 있을 만큼 시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단지 유감스럽게도 공격위성이나 대형전함에 관해서는 라이벌 회사에 뒤처져 있지요. 우리 회사도 적극적으로 그 분야에 도전해야겠지만, 총수도 여성이라서인지 무기 개발은 그다지 내켜하지 않으시는 듯합니다."

하워드의 안내로 공장 설비를 구경하고 있던 재벌의 부총수는 재미있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니까 무기를 싫어한다구요? 거 처음 듣는 얘기로군요."

브라이언이나 시먼스가 입에서 침이 튀도록 욕하고 있는 재벌의 부총수는, 적어도 외모만은 흠잡을 구석이 없는 남자였다.

살짝 비웃음을 짓는 듯한 눈빛에 애교 있는 용모, 강철처럼 잘 단련된 탄탄한 육체에 키는 196센티미터.

이 남자는 그 정도의 체구이면서도 절대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평균 이상의 체격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걸음걸이까지 조심조심 얌전한 편이었다. 사원들에 대한 대응도 스스럼없고 싹싹하다.

그럼에도 격렬한 무언가를 내부에 지니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연구원들도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하워드는 냉정했다.

남자의 가치는 얼마나 힘이 있는가로 결정되는 것이며, 지금의 하워드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나 권력은 한 국가의 지도자에 필적할 정도였다.

전 총수의 딸과 결혼한 덕분에 무조건적으로 부총수직에 앉게 된 풋내기 따위와는 그릇 자체가 달랐다.

간판만 따지자면 확실히 이 남자는 자신의 상사일지도 모른다. 현재 쿠어 재벌의 총수는 재스민 쿠어이며, 그 남편이 이 켈리 쿠어이므로 대놓고 불만을 표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워드는 오늘까지 재벌을 발전시켜 온 실력자로서의 긍지를 걸고서라도, 이런 명분뿐인 부총수에게 고개를 숙일 생각은 물론 상사로 인정할 생각도 없었다.

"물론 총수께서 연방군에 적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 곁에서 제왕학이라도 배우는 편이 훨씬 더 유익했을 텐데요. 어쩌면 연방군은 우리 회사와 거래가 많으니 그쪽 사정을 익혀두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쿠어 재벌의 후계자가 일개 사병으로 일했다는 게 대체 무슨 의의가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입대해보면 뭔가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초보자의 얄팍한 꾀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과연. 당신은 그쪽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말이로군요."

"당연합니다. 그 정도의 연줄이 없으면 이런 사업은 못합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우리 회사의 거래처는 연방군만이 아니지요. 마스, 에스토리아, 팔로, 어티시아 등등 쟁쟁한 열강과도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부총수도 이제부터 경영에 참가하실 생각이라면 그 정도는 기억해두셔야 할 겁니다."

자랑이라기보다도 경멸의 울림이 강한 어조였다.

대부분의 경우 한 업계의 전문가쯤 되면 초보자를 바보 취급하게 되는 법이지만, 이 사람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켈리가 찾아와 사내를 견학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에도, 자신의 영역에 고개를 들이밀었다는 사실에 화를 내기보다도 어차피 뭐가 뭔지 알 리가 없다고 처음부터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켈리가 뭔가를 물어보면 일단 대답은 해주고 있지만, 표정에는 '그런 것도 모르냐'는 경멸이 드러나 있었다.

결국에는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조롱까지 던져왔다.

"부총수의 진지한 태도에는 탄복합니다만, 우리 회사의 제품을 이해하려면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굳이 견학까지 할 필요는 없으실 텐데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켈리는 전혀 화내지 않고 지극히 명랑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아니,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여기는 재벌 내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니까 한번쯤은 봐두라고 마누라가 그러더군요."

"과연. 총수는 재벌의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한테도 상사가 되니까요.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마을 안 들었다가는 나중이 무섭죠."

"금슬이 두터운 거야 좋은 일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부총수가 혼자서 오신다기에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총수 뒤만 따라다닌다는 소문을 들어서 말입니다."

"그야 한창 신혼이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놔주질 않거든요. 하지만 결혼하고서 슬슬 석 달이나 되어가니까요. 언제까지고 신혼 기분만 내고 있을 수는 없으니 슬슬 일도 배워오라더군요.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오호, 거 참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

하워드의 얼굴에는 점점 더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아니, 경멸이라기보다도 완전히 기분이 잡쳐버린 듯했다.

아무리 비꼬아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으면 이쪽이 바보 같아진다.

하워드는 현장을 보고 싶다는 켈리의 희망에 따라 군용 보안 시스템을 구성하는 시설 내부를 안내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후회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서가 연락을 해와 자리를 비우면서도 이런 말을 던졌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바빠서 말이죠."

'당신과는 달리 난 바쁘니까' 라는 의미를 듬뿍 담은 비아냥이었지만, 켈리는 정말로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워드에게 사과했다.

"저야말로 시간을 빼앗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알아서 대충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워드는 기가 멱혀 혀를 찼다. 말귀가 막힌 것도 이쯤 되면 수준급이 아닌가.

"미스터 쿠어, 당신이 갑자기 손에 넣은 지위에 어울릴 만큼의 지식을 쌓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겠습니다. 당신 입장에서야 부인의 뜻을 거스를 수도 없을 테고,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기특한 태도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쪼록 사원들이 일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부탁드리고 싶군요."

면도날이나 다름없이 싸늘하고 날카로운 말투였다.

이미 비아냥의 형식을 취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켈리는 기분 나쁠 정도로 싹싹하게 대답했다.

"물론 조심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