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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중위 일행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재스민은 살짝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이애나에게 물었다.

"누군지 알겠어?"

"그건 아직. 목소리를 조회해봐야 할 것 같은데, 해볼까요?"

"아니, 지금은 됐어. 수고했어."

재스민은 다이애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통신을 끊었다.

켈리는 조금 복잡한 심경이었다.

쿠어 재벌 내부에 확실히 이 여자를 노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 이상으로 그 사실을 실감하고 있을 텐데도, 재스민은 웃으면서 붉은 머리를 흔들었다.

"뭐, 지금은 그런 생각 따위 해봤자 소용없으니까. 해적, 어쨌거나 옷이나 갈아입자."

"이런 때까지 패션쇼야?"

"당연하지. 우리들은 선량한 일반 시민이라구. 다른 사람이 이런 꼴을 보면 안 되잖아. 헬렌, 우리들이 갈아입을 옷은 확보했지?"

"물론입니다."

그렇게 힘차게 고개 끄덕이지 마.

켈리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밤이 밝고 시티의 시민들은 경악에 빠졌다.

시민들만이 아니었다. 연방위원회도 연방경찰도, 무엇보다 연방군이 발칵 뒤집혔다.

이 도시의 상징인 센트럴 시티 호텔이 완벽하게 폐허로 변하고, 그곳에 군대로 위장한 '테러리스트'의 시체가 줄줄이 누워있는 것이다. 연방을 뒤흔들 만한 대사건이었다.

진짜 군인이 아닐까 하는 매스컴의 지적도 있었지만 군대는 물론 이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결단코 안전해야 할 시티에서 이렇게 대담한 습격을 받은 쿠어 부부는 매스컴의 인터뷰에 응해, 전혀 짐작 가는 곳이 없다고 답하며 그레이엄 중위 일행의 활약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중위 일행의 용감한 대응 덕분에 저희들도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중위를 보내준 연방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쿠어 부부는 감격하며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칼렛 위저드 2권

카야타 스나코

1장

쿠어 재벌 산하에는 정보회선을 담당하는 분야가 있다.

통신위성의 개발을 포함한 통신기술 및 단말기기를 총괄해서 다룬다. 동일 성계 내를 연결하는 통신사업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력을 자랑하고 잇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재벌 내에는 게이트를 다루는 분야가 있다.

주된 업무는 새로운 게이트 개척으로, 발견된 게이트에 스테이션을 건설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쪽 분야에 관해서 다른 기업은 끼어들 여지조차 없다. 최초로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설치한 것이 바로 재벌의 창립자인 맥스 쿠어였기 때문이다.

맥스는 이 분야에서 독점 지배권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고, 공화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메트로의 스테이션은 모두 쿠어 재벌이 건설, 관리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맥스 쿠어가 남긴 유산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

현재 그 정보회선 분야의 최고책임자는 존 브라이언, 스테이션 분야의 최고책임자는 스타니슬라스 와일리.

둘 모두 한 기업의 중역에 지나지 않는 신분이지만, 이 두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일국의 지배자들이 직접 만나 회담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KS로 대표되는 에너지기관 및 우주선 조선 분야를 지휘하는 잭 시먼스와 공화우주 전역에 지점을 갖는 거대은행을 관할하는 금융 분야의 대표 패트릭 샌더스까지 더해진다면, 거의 마스와 에스토리아의 수뇌회담이나 다름없는 큰 사건이다.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매스컴이 주목할 정도로.

최근 20년 사이에 그런 일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최근에는 그 회담조차도 상당히 잦아졌기에 매스컴의 주목도도 낮아져 있었다.

원인은 물론 맥스가 죽은 뒤에 일어난 일련의 소동이다.

행성 센트럴 사건이 있은 지 약 3개월이 흘렀다.

네 사람은 휴가를 겸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며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다.

"우리 여왕님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조금은 자기 입장을 자각했으면 좋겠는데."

곤란한 듯이 말을 꺼내는 와일리는 굉장히 왜소한 인상의 남자였다.

극단적으로 키가 작은데다 심하게 말랐으며 작고 동그란 눈은 언제나 침착하지 못하게 흔들리고 있다.

"제퍼슨한테 시티 호텔 재건 명령을 내리고 센트럴에서 떠난 뒤로는 몰라. 어차피 그놈하고 들러붙어 있겠지."

씁쓸하게 말을 내뱉은 브라이언은 와일리와는 대조적으로 활기가 넘치는 인간이었다.

예순 살이 넘었어도 세지 않은 까만 머리에 기름을 발라 고정시키고, 건장한 몸을 화려하고 세련된 옷으로 감싸고 있다. 혈색 좋은 얼굴은 남성적인 매력으로 가득 차 있고 검은 옷은 둔중한 광택을 내며 반짝인다.

너무나도 정력적인 용모이지만, 그 정력은 권력뿐만이 아니라ㅡ혹은 그 이상으로 젊은 아가씨들을 탐닉하는 데에 아낌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리고 일곱 명의 중역회의를 구성하는 한 명, 행성개발과 도시계획 분야를 담당하는 리처드 제퍼슨.

센트럴 시티 호텔 재건 사업은 규모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그것을 담당한다는 사업적인 의의는 비할 바 없이 컸다.

이 회의에 제퍼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것이 원인 중 하나였고, 남은 두 사람은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표정의 샌더스가 묘하게 뜸을 들이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그 동결주가 풀린 셈이잖아. 안 그래, 시먼스? 당신은 재스민이 멋대로 결혼했다고 화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의미로는 잘된 거잖아. 주식이 묶여 있는 상태로는 우리들도 어떻게 손써볼 길이 없었으니까."

"당신, 사태를 전혀 모르는군. 그 여자한테 완전히 권력이 넘어가버렸다고. 그 여자만이 아냐. 그 말 뼈다귀한테도 같이. 기껏해야 기둥서방 주제에."

와일리가 이를 갈고 있는 시먼스를 달랬다.

"뭐, 어쩔 수 없어. 그 녀석 입장에서 보자면 천조 분의 일 확률로 복권에 당첨된 셈이니 우쭐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 여자의 남편이라는 지위에는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으니까. 그래서 말이지만, 우리들 입장에서도 묘하게 계산이 빠른 애인이 생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정식으로 결혼새서 그 주식을 표면에 꺼내준 셈이니 고맙다고 해야지. 이번 사건으로 얌전히 죽어주기만 했으면 훨씬 더 고마웠겠지만."

브라이언이 날카롭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 특수부대가 센트럴 시티 호텔을 산산조각 낸 사건 말인데, 당신이 시킨 짓이야?"

"바보 같은 소리 마.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알고 싶은 건 오히려 나라고."

와일리는 짜증나는 듯 주위를 돌아보며 신경질적으로 깍지를 끼고 있었다.

불안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와일리의 버릇에 불과하며, 어떤 경우에나 항상 그렇기 때문에 보는 사람 쪽에서는 그가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누군가가 한 짓이라면 샌더스 당신밖에 없잖아. 당신은 그때 센트럴에 있었으니까."

"관둬. 거기는 '제우스' 직할지라고. 그런 짓 했다가 들통나면 본전도 못 찾아. 나도 시티 호텔이 붕괴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쾌재를 불렀지만, 설마 내가 한 짓이라고 오해받을 줄은 몰랐다고."

그들에게 있어서 총수의 존재는 떨떠름할 뿐이었고 죽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들의 손을 직접 더럽힐 생각은 없었다. 증거가 남을 만한 어설픈 방식은 말할 것도 없다. 높은 지위와 명성을 손에 넣은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였다.

단순한 성격의 시먼스가 얼굴을 붉히며 가증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이상 그놈들이 멋대로 굴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부친이 위독해질 때까지 얼굴도 안 비치던 딸년에, 우주에서 어슬렁거리는 것말고는 아무 재주도 없는 부랑배라고."

"두 사람을 똑같이 취급할 필요는 없어. 남자야. 남자 쪽을 설득해야지. 표면적으로는 연애결혼이라고 하지만, 그 남자가 쿠어의 간판에 매력을 느끼고 재스민과 결혼한 것만은 분명해. 재벌 총수 자리를 놓고 꼬드기면 의외로 간단히 넘어올지도 몰라."

"맞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