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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쓸 길이 없었다.

"아직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건가!"

마침내 소령도 짜증스럽게 외쳤다.

오퍼레이터는 한눈에 보기에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필사적으로 '케르베로스'가 보내온 영상을 분석해서 문제의 두 기체의 위치를 확인하려다가, 갑자기 크게 숨을 삼키며 신음하듯이 말했다.

"소령님......"

"왜 그래?"

이동사령부 내에는 소령을 포함해 다섯 명이 있었다. 그 다섯 명 전원이 마찬가지로 숨을 삼켰다.

창백하게 질린 오퍼레이터가 보고 있는 화면에는 소름끼치는 광경이비치고 있었다.

기갑병이 화면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게다가 그 위치는 이동사령부 바로 바깥이었다.

"이, 이런."

"어째서 여기까지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해봤자 이미 늦은 뒤.

8호기는 이동사령부의 숨통을 조인 채, 당당하게 통신을 보내왔다.

소령은 오퍼레이터를 밀어젖히고 그 통신에 응했다.

"불 맥스다. 마녀 맞지?"

기갑병이 거대한 총구를 내렸다.

그것을 긍정으로 판단한 소령이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통신화면에 나타난 것은 남자였다.

그 남자는 재미있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군, 소령. 난 그 여자 남편이야."

소령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확실히 뉴스에서 봤던 얼굴이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소령은 우주생활자라는 부류를 단순한 건달에 불과하고, 그다지 근성도 없으며 부랑자나 다름없는 저속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멸에 가까운 감정도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보았던 이 남자의 태도는 바로 자신이 생각하던 그대로의 절도 없고 태만한 모습이었다. 유능한 여자치고는 쓰레기 같은 남자를 골랐다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화면에 비치는 남자의 얼굴은 조금의 빈틈도 없이, 대담하게 웃고 있었다. 남에게 아첨하는 웃음도, 남을 지배하는 웃음도 아니었다. 자신의 신념에 따르며 살아가는 인간의 얼굴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말했다.

"군인으로 위장해서 우리를 습격한 테러리스트는 전부 처리했어. 당신 임무는 끝났다. 방해전파를 해제하고 퇴각하도록 해."

말도 안 되는 퇴각 권고에 소령의 부하들은 경악했다.

그때 다른 오퍼레이터가 날카롭게 외쳤다.

"소령님! 본부에서 긴급지령입니다."

소령에게 이 작전을 명령한 준장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특수부대가 임무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듣고 새로 명령을 내리기 위해 연락을 취한 것이다.

그 인물은 진지하게 지시를 내렸다.

"기갑병을 시티 호텔로 돌입시켜. 무슨 일이 있어도 문제의 테러리스트를 죽여라. 필요하다면 호텔을 파괴해도 상관없어."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그 대가리에 정말 뇌가 들어 있는 것 맞아?!'

그렇게 소리쳐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소령은 지극히 예의바르게ㅡ차갑게 대답했다.

"각하.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그 명령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현재 행동 가능한 기갑병은 한 대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 기체가 갑자기 '고장'을 일으켰스빈다. 이대로는 현장에 행동불능이 된 기갑병이 몇 대나 남게 됩니다만, 회수부대를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대답을 들은 8호기의 조종사는 화면 속에서 더욱 유쾌하게 웃었다.

"대가리가 멍청하면 현장이 고생하는군, 소령."

동감이다. 그렇게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속 쓰리지만.

소령은 가볍게 혓기침을 하고 말했다.

"미스터 쿠어, 하나만 물어보겠는데, 당신이 타고 있는 물건은 군수품이고 탑승자는 분명히 내 부하였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 미안. 내 마누라는 상당히 난폭한 인간이라서. 걱정할 것 없어. 둘 모두 무사하니까. 이 장난감은 호텔 근처에 가져다놓지."

8호기는 가볍게 손을 들어서 인사하고 정말로 호텔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쯤에는 소령이 말했던 '전 기체 고장'도 참말이 된 상태였다. 8호기와 17호기를 제외한 모든 기체는 이미 행동불능 상태였기 때문이다.

준위가 창백한 얼굴로 소령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묻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소령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준위. 아무 말도."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나은 일도 있는 것이다.

소령은 부하에게 작전종료 및 퇴각을 지시했다.

재스민이 호텔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호텔 내부의 전투도 종결된 뒤였다.

그레이엄 중위와 그 부하들은 확실히 시가전의 전문가였다.

옥상에서 오는 적은 재스민이 반드시 격퇴할 거라는 신뢰 역시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쪽이 공격받은 이상 전파방해만 사라지면 얼마든지 당당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건물을 베어서 떨어뜨릴 정도로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남김없이 파괴하고 창문 근처에는 폭약을 설치하여 철저하게 방어전으로 나갔다. 그래도 끈질기게 위로 올라오는 적에게는 아낌없이 총알과 폭약을 퍼부으면서 철저하게 응전했다.

그래도 현장에는 돌입부대의 시체가 구르고 있었고, 중위의 부하들도 몇 명쯤 부상을 입었다.

밀러 소위는 총알이 스친 뺨을 분한 듯이 닦으면서 소리쳤다.

"같은 연방군인끼리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젬! 주모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해치워버려요!"

"맡겨둬."

재스민이 듬직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 절묘한 타이밍에 다이애나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지금 말이죠, 그 근처 기지에서 꽤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재생할 수 있어?"

"물론."

함께 있던 여자들의 '저 여자 누구?' 하는 시선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켈리는 통신기를 열었다.

흘러나온 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심하게 동요하며 어딘가에 연락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이젠 안 해. 난 손 떼겠어. 상대는 여자들뿐이라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다고 당신이 말하니까ㅡ아니, 거절이야. 쿠어 내부하고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럼 당신이 직접 하면 될 것 아냐. 알겠어? 특수부대가 거의 전멸했다구! 만에 하나라도 이 책임을 내가 지게 되면 어쩔 거야?! 저 여자를 실각시키려는 쿠어 쪽 인간한테도 말해둬! 하고 싶으면 자기가 하라고!"

통화는 거기에서 끝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