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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였다.

그렇게 무모한 짓까지 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납득하고 '팔라스 아테나'와 함께 맹렬하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다른 전함들의 눈에는 이 행동이 '마벨러스'를 향해 육탄공격을 감행하려는 것으로 비쳤는지도 모른다.

적들이 이 둘을 저지하기 위해 빗발처럼 미사일을 퍼부었다.

다이애나는 이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 경이로운 가속력으로 스스로의 선체를 미사일에 부딪쳤다. 신관이 터지기 전에 미사일을 자기 몸으로 쳐내는 것이다.

이 동체공격을 자동으로 회피하고 끈질기게 뒤를 따라오는 미사일은 재스민이 떨어뜨렸다.

다이애나는 마치 길리어스의 배에 박치기라도 하려는 듯한 기세로 급속히 접근하다가 그 이상으로 빠르게 감속했다. 사람이 타고 있지 않기에 가능한 급제동이었다.

VL급의 속도에서 단숨에 시속 1,000킬로미터까지 떨어뜨렸다. 거기서 더욱 제동을 강화해 초저속 항행에 들어갔다.

다이애나의 바로 코앞에 길리어스의 우주선이 있었다.

둘 사이의 간격은 겨우 4킬로미터. 우주선의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였다. 감응두뇌가 빈사 상태이니 다행이었지만 저쪽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절호의 표적이 될 상황이었다.

길리어스의 배에 탄 승무원들도 경악했겠지.

거의 정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팔라스 아테나'를 보고 다른 배들도 일제히 접근해왔다.

재스민은 '팔라스 아테나'를 추월하는 형태로 크게 선회했다. 다이애나가 뭘 할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다른 배를 견제해야 한다.

퀸 비는 대포만 쏠 줄 아는 게 아니라 전투기 본연의 활동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재스민은 퀸 비의 속도를 이용해 적의 대 에너지 방어막 내부로 파고들어 총격을 퍼붓고 도망치는 히트 앤 런 전법을 되풀이했다.

아무리 재스민이라고 해도 적의 대 에너지 방어막 안에서 20센티미터 포를 충진할 정도의 여유는 없으므로 치명상은 입힐 수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다이애나의 원호는 된다.

동시에 '팔라스 아테나'의 주위에 뭐가 있는지를 탐색해 보았다.

그러자 퀸 비의 탐지기에 묘한 것이 걸렸다.

그것은 시속 2,500킬로미터로 우주를 이동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주 먼지인가 싶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크기가 너무 크고, 소행성치고는 너무 작았다.

다이애나는 엄청난 저속을 유지하면서 길리어스의 시야에서 그 무언가를 가로막는 위치에 자신의 선체를 놓고, 서서히 그것을 향해접근했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정체를 알아챈 순간 재스민은 숨을 삼켰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과연, 이러니 다이애나가 감속할 수밖에 없지.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서로의 속도가 같을 경우, 양자는 서로에 대해 정지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이애나가 속도를 완전히 동조시키고 접근하면 저 남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배가 눈앞에 멈춰 있는 셈이 된다.

뒤는 간단하다. 손을 뻗어서 붙잡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장 한가운데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몰상식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데리러 가는 우주선도 우주선이지만 명령하는 조종사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애초에 어떻게 저렇게까지 가속할 수 있었던 걸까. 우주복에 달린 이동장치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할 텐데.

재스민은 접근해오는 다른 해적선을 공격하면서 남자 쪽을 향해 기수를 돌려보았다. 어떤 상태인지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너무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었다. 원거리 모니터로 켈리의 전신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까지 다가가보았다.

조종석의 조그마한 표시화면에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배율을 최대로 올리자 헬멧 안쪽의 얼굴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재스민 쪽에서 보기에 위쪽을 향해 누운 자세로 우주를 날아가던 남자가 아주 잠깐 동안 이쪽을 바라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이 거리에서 소형 기체인 퀸 비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 재스민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덤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웃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만 마침내 재스민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남자의 배는 크레이지 다이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건 아마도 저 조종사 때문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때 '마벨러스'에서는 길리어스가 또다시 이성을 잃고 있었다.

길리어스만이 아니라 함교에 있던 승무원 전원이 충격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문이 활짝 열린 격납고, 전투기도 없는데 작동한 캐터펄트, 갑자기 접근해온 저 남자의 배.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안다. 알기는 알지만 도저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하필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현재 길리어스의 뇌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켈리에 대한 분노와 증오였다.

이렇게 되면 보물보다도 이쪽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문제였다. 이대로 저 애송이를 놔주는 것만은 세이람 유역의 제패자인 대해적 길리어스의 이름을 걸고 절.대.로. 허용할 수 없었다.

"가동대기 중인 두뇌는?"

"트리키 IV입니다."

"통신탐지기능을 전부 끄고 전투지휘계통에 동조시켜! 완료되는 대로, 저 배를 공격한다!"

일단 목표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