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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은 10시였잖아? 장갑자료관에서 데이트라니, 무드는 없지만 기다릴 테니까."

통신은 거기에서 끝났다.

중위의 얼굴이 더욱 파랗게 질렸다.

멍하니 멈춰 서 있다가 재스민을 돌아보면서 신음하듯이 말했다.

"은십자 경비대가..., 4군의 기갑병단이 옵니다."

"기갑병이라고요?"

힘없이 말한 것은 그레이스였다.

"기갑병이라니, 설마 그 기갑병?"

"그 기갑병입니다. 그 중에서도 4군의 기갑병은 12군 중 최강을 자랑합니다. 그 기갑병단이 시티를 목표로 출동했습니다."

헬렌을 비롯한 여자들은 경악했다. 모두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기갑병은 인간이 타고 조종하는 기계 갑옷이다. 전차와는 달리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도시 제압이나 대 테러병기로 이용된다. 지상 최강의 기계화 보병이라고 할 수 있다.

"잠깐만요. 여기를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걸 시티에서 움직이다니, 농담이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바로 지금 출동이 확인됐습니다."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군의 움직임도,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는 중위도.

켈리는 솔직하게 그 의문을 털어놓았다.

"12군의 특수부대도, 4군의 기갑병도 대체 뭘 목표로 하는 거지? 이 시티에서 도시형 테러라도 발생한 거야? 그런 일은 있을 리가 없는데."

이 공화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의 어디에 그런 위협이 숨어들 수 있겠는가.

"목표는 여기입니다."

굳은 얼굴로 말하고서 그레이엄 중위는 통신기를 개방했다.

이 자리에 없는 부하들에게도 이쪽의 말이 들리도록 한 것이다.

통신기를 향해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전 대원에게 고한다. 나는 지휘권을 포기하겠다."

갑작스러운 폭탄 선언.

켈리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프리스, 페퍼, 헬렌, 그레이스 네 명까지 얼어붙었지만, 중위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위는 재스민을 바라보면서 무섭도록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미즈 쿠어,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이 저희들의 대장입니다. 지휘를 부탁합니다."

재스민도 마찬가지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마. 이런 일이 상부에 알려지면 대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건 당신입니다. 알고 계시겠지요? 저희들은 처분되기 위해 당신에게 파견된 겁니다. 특수부대도 기갑병단도 우리를 죽이러 오고 있습니다."

프리스 일행이 숨을 삼켰다. 켈리 역시.

중위는 뚫어져라 재스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는 열의에 가득 차 있다. 거의 광기에 가깝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습격해오는 것은 저희들과 마찬가지로 전투의 전문가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수한 지휘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부탁합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아니, 틀려. 적어도 어두워질 때까지는 저쪽도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젬!"

중위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적이 노리는 건 내 목숨이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대처하겠어. 린다."

"아, 옛."

계급명으로 불린 것도 아닌데, 중위는 당황하며 자세를 바로했다. 상사 앞에 선 군인의 자세 그 자체였다.

"교대로 식사를 해둬. 바깥쪽에 있는 킴도 불러들여. 비상구의 제니하고 엘리베이터 앞의 앨리스도. 흩어져 있으면 위험하니까."

켈리는 그레이엄 중위의 얼굴이 이토록 밝아지는 것을 처음 보았다.

"예스, 서!"

"헬렌, 룸 서비스를 불러. 20인분이다. 페퍼, 그레이스, 그리고 프리스. 알고 있지.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

분홍색 솜사탕 머리와 박하색 삐죽머리는 나란히 한숨을 쉬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기갑병인가요? 정말 그것들하고 싸우는 거예요?"

"거짓말 같아."

통신단말을 바쁘게 조작하면서 프리스가 말했다.

"모두 서둘러서 짐 풀어. 가지고 온 것 전부 꺼내고."

"알았어."

이제 와서 짐을 푼다는 것도 이상한 얘기지만, 두 사람은 재빨리 자신들의 방으로 달려갔다.

재스민은 12군에 애인이 있다는 중위의 부하를 바라보았다.

"출동한 은십자 기갑병단의 지휘관을 조사해줘."

"예, 대위."

"조디, 난 이미 대위가 아냐."

"저희들의 지휘관은 지금도 당신입니다, 쿠어 대위. 다시 함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디의 얼굴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경례를 하고서, 그레이엄 중위를 따라 서둘러 거실을 나섰다.

계속 소파에 앉은 채로 차례차례 지시를 내리던 재스민은 마지막으로 켈리를 바라보았다.

"무기는 가지고 왔지?"

켈리는 어깻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기 같은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