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몰 그 정도로 그 속에는 무궁한 진리가 담겨 있다.
따라서 천지의 향배와 그에 따른 법도, 그리고 숨어 있는 변수를 찾아내는 일이란 결국 역(易)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인(先人)들은 우주의 현상을 가리켜 태극(太極)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낳으며, 다시 성인몰사상이 팔괘를 낳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저 유명한 제갈무후(諸葛武侯)의 팔진도(八陣圖), 그것 또한 팔괘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가히 모르는 이가 없다.
진일문은 계속하여 중얼거렸다.
'아마도 이 곳은 팔괘도와 같은 진도(陣圖)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몰아무리 빠져나가려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오히려 진의 변화에 말려들어 기력을 다하고 종내에는 죽음마저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어느 새 냉정을 회복하고 있었다. 잇단 수난과 그에 대한 인고(忍苦)가 난경에서도 그를 침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팔진도 같은 진세를 펼쳐 놓은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이 곳은 성인몰들어오면 아니될 곳이었나 보구나. 쯧! 겨우 허기를 참지 못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니.......'
그는 자책을 금치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떼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이 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경물이 자꾸 바뀌었던 것이다.
도화목은 어디로 가고 이제 암석들이 난립한 기암군(奇岩群)이 성인몰그를 가로막았다. 그것은 헤쳐 나가기가 더욱 용이치 않았다. 덕분에 그는 점점 체력이 딸려 헉헉거려야 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본능적인 감각이 감지해낸 살기(殺氣)였다.
고난을 통해 이미 죽음까지도 수없이 넘나들어본 그였다. 역으로 생존본능도 결국은 여기에서 파생되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그가 현재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것을 피해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었다.
'차다!'
등골이 오싹해져 버린 진일문은 자신도 모르게 걸성인몰음을 멈추었다. 이처럼 공포를 느껴보기는 그로서도 처음이었다.
'이 살기는 대체 어디에서부터 밀려오는 것인가?'
뼈를 에일 듯 하던 살기가 일순 환상처럼 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장난인가?'
진일문은 내심 의아해하는 한편, 다시금 걸음을 떼어놓았다. 그성인몰러자 살기가 이번에는 그의 목덜미를 집중적으로 압박해왔다. 그도 이쯤 되니 언뜻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나 내가 앞으로 성인몰 나아가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구나!'
하지만 이면에 진일문은 기이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