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기구 자위도구 그는 뒷짐을 진 채 연신 초조한 기색으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지금 이중고(二重苦)을 겪고 있는 처지였다.
오늘이 약속일인 정월 십오일이다. 벌써 미시(未詩)가 지나 곧 해가 기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는 가야 한다. 십오야의 달이 떠오르기 전에 낙일애에 당도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발 화미가 그 전에 아이를 낳아 주었으면.......'
소망은 어디까지나 그저 소망에 그치는 법인지, 그의 기대와는 달리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흐으윽! 아아......."
진통으로 인한 신음소리만이 여전히 계속될 따름이었다. 그나마 지쳤는지 그 신음은 아까보다 현저하게 낮아져 있었다.
영호천문은 불안한 눈으로 다가오는 야색을 살폈다.
'조금 후면 달이 뜬다.'
그는 갑자기 주먹을 와락 움켜 쥐었다.
'회합에는 결코 빠질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필히 은퇴의 뜻을 밝혀야 한다.'
영호천문은 여인의 입술처럼 붉은 입술을 질겅 씹었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자위기구 자위도구 어둠 속에서도 번쩍하고 빛을 발했다.
'미안하오, 화미. 나는 지금 떠나야겠소.'
생각과 행동은 거의 일치했다.
스슷!
그의 신형은 야음을 타고 그대로 희미한 연기로 화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직후, 한 가닥 처절한 비명이 야공을 갈랐다.
"아아악--!"
그것은 물론 옥화미의 것이었다.
한 줄기의 백선(白線)이 달을 이등분하고 있다.
스슷--!
아니, 꼭 그렇게 보였다. 영호천문은 바로 그런 모습으로 낙일애를 향해 쏘아져 가고 있었다.
그곳은 흡사 도끼로 내리찍어 세운 듯 자위기구 자위도구 매끈하게 잘려져 나간 벼랑이다. 깊이는 도시 헤아릴 수조차 없다. 마치 구천유부(九泉幽府)까지 통해져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고오오오오--
마음(魔音)이 연신 근역을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것은 알 수 없는 돌풍과 더불어 묵운(墨雲)이 낙일애 아래로 휘몰아치면서 빚어낸 괴현상이다.
그 위로는 약 반 마장쯤 되는 반듯한 공간이 있었다.
"왔군."
나직한 읊조림이 일었다. 그것은 낙일애 위에 대좌(對座)하고 있는 구 인(九人) 중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이었다. 아울러 그들은 일제히 눈을 들어 천공을 응시했다.
십오야 만월의 정중앙에서 기이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의 점(點)이 생기더니 점점 크게 확산되었으며, 종내 그 점은 사람의 그림자로 화해가고 있었다.
그림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영호천문이었다. 그는 흡사 대붕(大鵬)처럼 두 팔을 벌리며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쏴아--
허공을 가르는 그의 옷깃에서 바람소리가 일었다.
이를 보고, 또 느끼는 구 인의 얼굴에 동류(同類)로 보이는 감정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분명 호의는 아니었다. 감탄을 내비치고 있으되 강한 질투의 빛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구 인은 모두 영호천문과 또래의 인물들이었다. 세인들이 만약 그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면 대개는 까무러치고 말았으리라.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연소한 나이로 당금 자위기구 자위도구 천하를 주물러 소위 십정천하를 이루고 있는 우내십정이었기 때문이다.
천하를 십분하고 있는 무서운 소년기인들은 약속일에 모두 만났고, 영호천문은 그들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비어 있는 자신의 자리에 사뿐히 내려서고 있었다.
그는 내려서자마자 긍지에 찬 눈길로 먼저 와 있는 아홉 명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포권의 예를 취했다.
"늦어서 미안하네. 정말 반갑군."
그 말에 소년들은 대답 대신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핫......!"
쿠르르르.......
구 인이 합창하듯 토해낸 호기만장한 웃음 소리에 낙일애가 무너질 듯 진동하며 만년설(萬年雪)이 자위기구 자위도구 금이 가 흘러내렸다.
일반인들이 근처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피거품을 물고 쓰러졌으리라. 틀림없이 고막이 터지고 심맥이 파열되었을 테니까. 그들의 웃음에는 가공할 내공(內功)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자위기구 자위도구 웃음을 그친 아홉 인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