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의 실상
하얀 거짓말의 실상
창세기 27:11-23(개역개정)
11 야곱이 그 어머니 리브가에게 이르되 내 형 에서는 털이 많은 사람이요 나는 매끈매끈한 사람인즉
12 아버지께서 나를 만지실진대 내가 아버지의 눈에 속이는 자로 보일지라 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받을까 하나이다
13 어머니가 그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내 말만 따르고 가서 가져오라
14 그가 가서 끌어다가 어머니에게로 가져왔더니 그의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가 즐기는 별미를 만들었더라
15 리브가가 집 안 자기에게 있는 그의 맏아들 에서의 좋은 의복을 가져다가 그의 작은 아들 야곱에게 입히고
16 또 염소 새끼의 가죽을 그의 손과 목의 매끈매끈한 곳에 입히고
17 자기가 만든 별미와 떡을 자기 아들 야곱의 손에 주니
18 야곱이 아버지에게 나아가서 내 아버지여 하고 부르니 이르되 내가 여기 있노라 내 아들아 네가 누구냐
19 야곱이 아버지에게 대답하되 나는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 아버지께서 내게 명하신 대로 내가 하였사오니 원하건대 일어나 앉아서 내가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아버지 마음껏 내게 축복하소서
20 이삭이 그의 아들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네가 어떻게 이같이 속히 잡았느냐 그가 이르되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로 순조롭게 만나게 하셨음이니이다
21 이삭이 야곱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져보려 하노라
22 야곱이 그 아버지 이삭에게 가까이 가니 이삭이 만지며 이르되 음성은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하며
23 그의 손이 형 에서의 손과 같이 털이 있으므로 분별하지 못하고 축복하였더라
나는 원 가정의 역기능적 패턴이 자신에게도 반복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그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그들은 이미 문제를 보고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성령의 능력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내가 아는 최고의 결혼생활을 하는 커플들 중에는 부모의 이혼을 겪은 사람들도 있다. 내가 아는 최고의 부모 중에는 어린 시절 자신들의 부모가 부재했거나, 또는 부모가 그들을 학대했거나 방임했던 사람들도 있다. 어린이를 사랑하며 보호하는 사람들 중에도 어릴 적에 정서적, 신체적, 성적으로 학대했거나 방임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살아남은 후에 다른 사람이 같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애쓰며 산다. 나는 당신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당신이 어떤 가정을 만들든 통제할 수 없는 폭풍 속에서 요동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을 분명히 보되 그 이상을 보아야 한다. 폭풍에 시달리는 가정에게 유일하고 안전한 항구는 십자가의 상처를 가진 가정이다.
『폭풍 속의 가정 The Storm-Tossed Family』, 러셀 무어
지난 주에 이어서 러셀 무어 Russell Moore 가 『폭풍 속의 가정』에서 언급한 가정에서 우리의 민낯과 해결책을 찾고 싶다. ‘우리는 가족을 분명히 보되 그 이상을 보아야 한다. 안전한 항구는 십자가의 상처를 지닌 가정이다.’
리브가는 아들 야곱이 아버지를 속이는 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자식을 향한 편애로 인해서 부부 관계에는 거짓이 가득하다. 야곱과 리브가는 정말 환상의 커플이 아니라 환장의 커플이 되고 말았다. 야곱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하나님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아버지를 속였다.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성대모사를 연습했을까? 그 엄마에 그 아들, 모전자전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네가 누구냐?
“야곱이 아버지에게 나아가서 내 아버지여 하고 부르니 이르되 내가 여기 있노라 내 아들아 네가 누구냐” 창세기 27:18
야곱을 향해 이삭은 “네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야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양심의 가책은 들었겠지만, 그는 준비한 대로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라고 답변했다. 그 순간 야곱은 잠시 이삭을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평생 동안 그를 따라다녔다. 얍복 나루에서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하고 다시 “네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기까지 야곱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밝히지 않았다. 20년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에서이고 싶은 야곱의 가면을 쓴 채로 살았기 때문이다.
네가 어떻게 이같이 속히 잡았느냐?
“이삭이 그의 아들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네가 어떻게 이같이 속히 잡았느냐 그가 이르되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로 순조롭게 만나게 하셨음이니이다” 창세기 27:20
가슴 떨리는 드라마가 이어진다. 야곱의 성대모사가 살짝 부족했나 보다. 그런데 야곱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로 순조롭게 하셨나이다’ 임기응변을 넘어 치밀함이 엿보였다. 아버지의 마지막 고민을 해결해 주는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이삭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잘 알았기에, 이 답변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까이 오라
“이삭이 야곱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져보려 하노라” 창세기 27:21
이삭의 마지막 검증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심장박동이 한계치를 찍었을 것이다. 남아 있는 관문은 스킨십이었다. 야곱은 염소 새끼의 가죽으로 손과 목에 둘러서 털이 많은 에서처럼 꾸몄다. 눈이 어두운 이삭은 야곱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성대모사는 실패했으나, 코스프레는 확실히 성공했다. 그의 손이 형 에서의 손처럼 털이 있었으므로 아버지 이삭은 그를 축복하고 말았다.
속고 속이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 못해 슬프다. 이삭과 그의 가정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더 슬픈 것은 우리 가정도 이삭의 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망스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망을 품게 만드는 글이 있다.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를 쓴 폴 스티븐스 R. Paul Stevens 의 이야기를 읽어 보자.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두 가지 선물은 뿌리와 날개다. 뿌리가 없이는 날개도 없다. 결속이 없으면 자립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야곱의 그리고 야곱의 어머니의 지나친 유대, 또 한편으로 아버지에 대한 에서의 애착은 이 역기능 가정의 또 다른 미스터리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듬뿍 배어 있다. 때때로 밀착과 중독은 유대 관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뿌리가 없기 때문에 날개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유전 형질보다 더한 것이 있는데, 바로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다.
이삭의 ‘가까이 오라’라는 음성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다시 들어본다. 깨어진 가능, 역기능적인 가정이라 해도 하나님의 은혜가 듬뿍 배어 있다.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은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다. 시험하기 위하여 가까이 오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아닌, 쉬게 하고 가볍게 하기 위하여 ‘가까이 오라’고 말씀하시는 음성에 순종하는 것이다.
우리도 어서 아버지께로 가까이 가자.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포도원 가이드
1. 속고 속이는 이삭과 리브가의 가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듭니까? 내가 자란 원가족은 어떤 문제를 지닌 가족이었나요? 공개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나누어 봅시다.
2. “네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야곱은 거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사람은 일정한 기간이나 관계에서 진짜 자기를 드러내지 못한 채, 가면을 쓸 때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왔는지, 내가 자주 사용하는 ‘가면’에 대해서 말해 봅시다.
3. 이삭과 리브가의 그늘진 모습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간섭,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의 원가족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 가정의 역기능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글 이정훈 목사
레거시 사역 대표, 다음 세대와 가정을 세우는 목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