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학교육과 뉴스레터 : 고영우 교수님 인터뷰
(본 인터뷰는 메일로 주고받은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Q.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말씀 먼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제 우리 학과에 온 지 5년이 넘었네요. 해석학 수업에서 어떻게 하면 여러분들을 효과적으로 괴롭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가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래도 교수님들은 딱 필요한 만큼만 괴롭힌다는 걸 여러분들이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소식지가 나갈 때쯤에는 연구년이라 여러분들과 수업에서 만나고 있진 못하겠지만, 마음은 항상 우리 수학교육과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동안 수학교육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소감 한 번 여쭤봐도 될까요?
A. 우리 학생들은 참 착하고 성실합니다. 이런 인성바른 학생들이 교사가 되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바래본다면 여러분들 개개인의 삶에서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Q.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학과에 계시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A. 2018년도에 라오스로 졸업여행을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타이트한 스케줄에 다들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떠올려보면 정말 즐거운 추억이고, 코로나 시국에 이제 졸업여행은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Q. 졸업여행이라니, 듣기만 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 올해는 꼭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혹시 우리 과에 못다 한 이야기, 이젠 말할 수 있다! 아쉬웠던 일이나 부끄러웠던 일 등 말씀해 주실 만한 건 없으실까요?
A. 항상 다 이야기하고 있어서 못다 한 이야기는 없네요:) 2021년 봄 복소수 수업시간, 여자친구, 지금의 와이프가 보낸 카톡이 화면 공유중인 태블릿에 실시간 공개되어서 수습 못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그때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떠들썩하게 돌았었어요. 이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셔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면 이제 교수님의 올 한 해, 연구년을 떠나신다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연구 이야기>
Q.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간단히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A. 제 전공은 "조화해석학"이라는 순수 해석학 분야입니다. 어려운 해석학적 난제들을 주로 "조각내기"와 "국소적 푸리에 변환"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분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무지막지한 계산 능력과 끈기가 필요하고, 그래서 종종 인근 분야 전공자들에게 "원천 기술"을 가진 기술자로 표현됩니다.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종종 납득하기 어려운 기괴한 테크닉을 조합하여 수학적으로 옳은, 그러나 아마도 모범답안은 아닐 것 같은 증명을 만들어 냅니다. 조화해석학자들은 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와 함께 "어떻게든 풀어내기"가 수학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문제를 잘 만들기" 또는 "이론을 잘 정리하기"가 더 중요할 때도 많습니다.
대학생에게 이 느낌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비유해보자면,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전동 드릴을 가지고 큰 바위를 가루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분야입니다. 물론 전동 드릴은 매우 강력한 도구지만, 이 시도가 항상 최선의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타 분야 전공자들과의 협력에 따라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전공입니다.
Q. 와.. 듣기만 해도 정말 어려운 분야로 느껴지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1년간 어떤 목표로 지내실 계획이신가요?
A. 제가 공주대 수학교육과에 오기 전에 근무했었던 고등과학원에서 방문교수로 1년간 지내게 됩니다. 그동안 여러 공동연구자들과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며 지내겠지만, 무엇보다도 연구자로서 인생 숙제 하나를 끝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10년 전 썼던 카케야 가설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의 마무리가 부족했어서 항상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동안 경험도 많이 쌓고 발전했으니 이번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교수자가 아닌 연구자로서의 새로운 도전, 저희 수학교육과 학생들도 응원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의 연구 분야 외에 가르쳐보고 싶은 과목을 하나 꼽아보면 어떤 것일까요?
A. 개인적으로 제 전공이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도전이 많아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연구년 다녀와서 기회가 된다면 확률통계를 배워보면서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Q. 고 교수님의 확률과 통계라니 정말 신선한데요? 교수님께서는 원래부터 목표가 교수님이셨나요? 교수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진다면 어떨까요?
A. 수학자 외의 목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제가 공부한 것들을 나누고 싶어서 교수가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에 완벽하게 만족합니다.
교수님의 수학에 대한 애정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희도 본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고영우 교수님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할게요.
<교수님 이야기>
Q.교수님께도 대학 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으실 텐데, 교수님의 학부 시절 이야기를 조금만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아, 이건 시시콜콜 얘기하자면 너무 긴 얘기가 됩니다. 여러분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여러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학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절 미숙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기에는 너무 흑역사고 제가 너무 부끄럽네요. 20대 초반은 다양한 것들을, 설령 그게 그다지 발전적이지는 않더라도 하고 싶어하고, 그게 당연하고, 또 그걸 억지로 억누르는 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고 싶었던 학과에 가서 전공 공부는 참 재미있었고, 또 종종 재미가 없더라도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도 흑역사가 있으시다니, 이렇게만 들으니 교수님의 옛날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데요? 그렇다면 교수님만의 공부법이나 스트레스 해소법, 취미 같은 것도 있으실까요?
A. 먼저 저만의 공부법으로는, 그날그날 수업 시간의 교수님의 강의 노트를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정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복소 함수론 과목으로 예를 들면, 처칠-브라운 교수가 최적이라고 생각하여 구성한 복소수 교재를 기본으로 해서, 제가 재해석하여 변화를 준 관점으로 여러분은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이 흐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방식대로 교수님의 강의 노트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다른 교재, 또는 다른 강의를 접할 때, 그 과목에 대한 시야가 크게 열리게 됩니다.
완벽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지만, 기분 전환이 되는 추천할 만한 것은 꽤 있습니다. 먼저, 정기적인 운동은 피폐한 생활을 체력적으로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있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는 너무 외롭고 슬럼프가 왔을 때 극복하기가 어렵지만, 이런 대화가 도움이 됩니다. 또 저는 전자제품을 만져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 나온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은 꼭 사진 않더라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입니다. 종종 지름신이 와서 구매도 하는데, 정작 구매하고 나선 후회하는 편입니다.
Q. 와... 공부법과 스트레스 해소법 모두 중요한 내용들이네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종종 저희들에게 태블릿에 관해서 물어보시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다시 태어나도 수학을 전공하실 건가요?
A. 이건 쉬운 질문이네요. 물론입니다. 다만 다음 생에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 하면서, 그 걱정할 시간에 더 부지런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명예와 사랑을 모두 쟁취하신 비법은 무엇인가요?
A. 이미 쟁취했다고 가정하고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쟁취하려고 계속 노력 중입니다. 물론 현재 매우 행복한 신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좋은 교육도, 좋은 연구도, 행복한 가정도 항상 부단히 노력해야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네, 교수님의 말씀처럼 저희도 항상 부단히 노력하는 수학교육과 학생들이 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순서로 넘어 가볼게요. 밸런스 게임인데요, 저희가 말씀드리는 두 가지 보기 중 더 나은 것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이유도 간략히 말씀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밸런스 게임>
-매일 어려운 질문을 하는 학생 vs 매일 같은 질문을 하는 학생
: 어떤 질문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하세요. 안 잡아먹습니다.
-학생 30명과 비대면 수업 vs 학생 100명과 대면 수업
: 비교 불가! 어떠한 경우건 대면 수업이 훨씬 낫습니다.
-실시간 화상 수업에서, 불러도 대답 없는 학생 vs 카메라를 안 켜는 학생
: 둘 다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켰다면 적어도 모니터는 보고 있다는 뜻이겠죠. 수업 중 카메라는 꼭 켜세요.
-임용 출제 들어가기 vs 내 수업에서 임용 적중하기
: 시험 출제는 다른 학교 교수님들도 얼마든지 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맡은 학생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학으로 임용 5년 적중하기 vs 수학으로 비트코인 5억 벌기
: 비유하자면 임용 고사도 사실 수능 수학과 같습니다. "적중률 99%!"라고 다들 광고를 하지만 사실 정확한 개념이해가 중요하고 유형의 적중률은 크게 무의미합니다. 아, 질문에 답변하자면, 5억은 꽤 큰돈입니다. 더 낮춰야 밸런스 게임이 성립하겠네요.
Q. 와~ 열심히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저희가 준비한 질문이 모두 끝났는데요, 마지막으로 수학교육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A. 어려운 시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안타깝습니다. 여러 제약에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없게 됐지만, 그래도 학과 교수님들은 정말 노력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이 현명하게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항상 응원합니다.
202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