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과 학생을 위한 교재 선택 가이드
이 가이드는, (1) 한글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며, (2) 시간을 들이더라도 기초를 단단하게 다지고 싶은, (3) 수학 중등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수학교육과 학생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강의해 본 책 중에서만 목록을 정리해보았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흥미로웠던 교재는 따로 주석을 달고 소개합니다.
사실 언어적 장벽이 없다면 훌륭한 원서 책이 정말 많지만,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글로 수학을 가르칠 예비교사들이 꼭 영어로 수학을 배워야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임고 범위를 넘어서 수학 자체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언젠가 원서 책을 만나야만 한다는 것은 미리 알려 두겠습니다. 또한 아래에 소개된 책들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진다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이니, 더 이상 남들의 추천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서 본인의 공부 방향을 정해보기를 조언합니다.
해석학
질문하며 배우는 해석학, 이동원, 경문사, 2016
책이 매우 두꺼워서 첫 인상부터 독자를 압박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고급 이론을 더 소개하는 책은 아니고, 모든 기본적인 내용이 생략없이 자세히 풀이되어 있어서 두껍습니다. 특히 해석학은 혼자 공부할 때 오개념이 많이 생기는 과목이라, 생략이 없다는 것은 수업용이 아니라 자습용으로 적절하다는 뜻입니다. (수업 진도를 나가는 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며 막히는 부분들에 대해 참고도서로 활용하면 아주 좋습니다. 또한 연습문제의 질과 양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문제풀이 스터디 용으로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연습문제가 임용고사 기출문제 수준과는 차이가 있지만, 먼저 이 책의 문제로 기본을 충분히 다지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책에 오타가 꽤 많이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맛있는 해석학, 김백진, 지오북스, 2018
오타가 거의 없고 구성이 매우 깔끔합니다. 가급적 직관적이고 쉬운 이해 방식과 증명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눈에 보입니다. 해석학 진도를 나가는 책으로는 가장 적절해보입니다. 내용은 딱 임용고사 범위까지만 커버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역 교사로, 공주대학교 수학교육과 재학 중 이 책의 초판본을 집필하였다고 합니다. 연습문제의 질은 괜찮은 편이나 양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른 책들의 문제도 따로 풀어봐야 합니다. 저자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PDF 배포하고 있습니다.
Tao 해석학 I, II, 테렌스 타오, 한빛 아카데미, 2023
천재 수학자 Tao의 UCLA 강의 교재로 매우 독특한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권으로 분할되어 번역/출판되었는데, 페아노 공리와 기초 집합론 등, 수학 기초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모든 단원에서 Tao의 관점과 새로운 시도가 들어 있어서 매우 흥미롭지만, 해석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학부 2학년에게 강의를 하는건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수업의 특강 교재로 사용해보았고, 이 경우는 괜찮았습니다.) 번역은 매끄럽게 잘 되어있지만, 기술적인 연습문제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해석학을 이미 수강한 학생이 (임용고사 준비와는 상관없이) 해석학 자체를 더 깊게 이해해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해석학 첫걸음, 스티븐 애벗, 한빛 아카데미, 2021
기존의 해석학 책과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구성 방식의 파격 정도가 기존의 해석학 책과 Tao의 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느껴지고, 그래서 학부 2학년 수업으로 진행할 수는 있을 것 같은 구성입니다. (학생들을 두고 모험을 하기는 어려워서) 아직 강의해본 적은 없으나 항상 관심있는 책이라 목록에 적어둡니다. 강의해보지 않아서 오탈자가 많은지의 여부는 잘 모릅니다.
복소해석학
복소함수론과 그 응용, 처칠-브라운 (허민-오혜영 역), 경문사, 2012
원서 번역본이고 아래의 실버만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초 복소함수론 교재 중 하나입니다. 주로 수학 전공 학과보다는 공대에서 배우는 느낌이 강하며, 독자가 미적분학만 학습하였다고 가정하고 가급적 적은 수학 지식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갑니다. 따라서 이론 전개는 엄밀하지 않지만, 공대 등에서 필요한 복소수의 실제적인 계산과 문제 유형 등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용에 대한 서술도 간결하고 번역도 오타없이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읽기 편합니다. 다만 이는 대략적으로 납득이 가는 정도의 설명이고, 정작 전공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 설명의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소수를 처음 한 번 정리하는 용도로는 적절한 책입니다.
실버만 복소해석학, 실버만-폰누사미 (최경식-이예찬-김백진-최경식 역), 신한출판미디어, 2018
원서 번역본이며, 실버만 책은 매우 오래전부터 수학 전공학과의 대학 교재로 주로 채택되는 고전입니다. 처칠-브라운의 책에 비해 해석학적으로 조금 더 엄밀한 이론 전개를 하며, 다른 과목(해석학, 위상수학 등)의 내용과 이론적으로 많은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저도 학부 때 실버만 원서로 공부하며 흐름이 깔끔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후 인도인 수학자 폰누사미가 가필을 하면서 많은 걸 망쳤습니다. 불필요한 Remark가 전개의 흐름을 자꾸 잘라먹고 심지어 단원의 순서를 조정하며 (아직) 정의되지 않는 개념을 앞에서 사용합니다. 더구나 이 책은 현 시점에서 번역의 오타가 매우 많은 편인데, 학습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장벽입니다. 연습문제의 방향은 임용고사와는 꽤 거리가 있으며, 임용고사 연습을 위해서는 또 다른 적절한 책을 선택해서 풀어봐야 합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책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실버만 책은 잘 쓰여져 있어서, 확실하게 이 책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다른 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Stein 복소해석학, 스타인-사카르치, 한빛 아카데미, 2022
원서로도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상당히 최신의 복소해석학 교재입니다. (한글 번역도 최근에 되었습니다.) 원서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많은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첫 1-3장에서 임용고사의 모든 범위를 커버할 정도로 설명이 압축적입니다. 따라서 처음 배우는 교재로는 학생들에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며, 그렇다고 복소수를 배운 학생이 두 번째로 읽어보는 책으로 선택하기에는 "임용고사 수험생의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아직 강의를 해보지 않아서 번역 수준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학원 특강 등으로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습니다.
그 외
임용수학 완전정복 미분기하학, 김영록-정기룡-한종민, 2018
한글 미분기하학 교재는 사실 적당한 것이 잘 없습니다. 원서 번역본이지만 가독성이 나쁘거나, 임용고사 스타일 문제풀이에만 집중되어 있는 책이 대부분입니다. 이 책은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하는 기초 이론들에 충실하면서도 임용고사에 도움되는 문제풀이 유형들이 균형있게 소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펴본 한글 책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 2021년까지의 기준입니다.) 다만 자습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컴팩트하고 하고 연습문제도 부족해서 혼자 감을 잡기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책에 오타가 꽤 존재하는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현재 공주대학교 미분기하학 수업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분기하 수업은 이제 맡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 참고자료로써 이용하기 좋은 책입니다.
2018.10.8.
(2024.7.19.에 수정/추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