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이이…"
겔란도는 구경꾼 네 사람의 심정을 대변한 말을 토해냈다. 허나 루디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 더 콱콱 내리 밟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가르쳐주지. '무릇 검을 가진 자는 존중해야 할 것이 셋
있도다. 자신의 생명과, 자신의 검과, 자신의 적이 그것이니'."
이 중에서 제일 덜 넋이 나간 나는 그 출처를 생각해낼 심적 여유까지 있었다.
"벨로나의 교전이로군."
루디아는 곧 발을 떼고서 돌아섰다. 검집에 싸인 검을 허리에 매달고, 조금
흐트러진 매무새를 바로 한 다음, 랜버트에게 예의바르게도 말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정신적으로)석화되어있던 랜버트는 그 한마디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그는
바보같이 루디아에게 황황히 목례하고는 우리에게 고함쳤다.
"의사 좀 불러 줘!"
"장의사가 더 급하지 않을까."
"좀 기다려!"
겔란도는 황급히 건물 안으로 통하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문을 열어
젖히자 녀석은 뭘 봤는지 딱 멈춰 섰다. 반가운 목소리가 터졌다.
"필 양! 마침 잘 왔어요. 부상자가 있는데 봐줄 수 있겠어요."
"물론이에요."
…또 저 계집애냐…
필로멜라는 겔란도를 따라 총총히 달려왔다. 그 시선이 나를 스쳐갔지만, 일단은
별다른 내색을 않고 걸레짝마냥 늘어진 트리스탄의 상태를 살폈다. 전문가인
그녀의 의견을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