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지켜보도록

Post date: May 28, 2015 2:16:31 AM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지만 '명량'이라는 작품은 분명 제게 뜻깊은 영화였습니다.

턱도 없는 미천한 몸뚱아리하고 생각으로 너무 부족함을 느끼고 좌절감을 맛봤던 계기가 됐었죠.

'정말 많이 공부해야겠구나', '끝이 없구나', '이 놈의 일은 정말 끝이 없구나' 그런 엄청난 중암감에 다시 한 번 시달리게 된 계기가 됐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촬영장 여기 저기를 이동하면서 ​듣는 음악이 있는데.. 예전의 로랑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의 OST입니다.

제가 작업하고 있는 영화와 정서적으로 맞닿는 구석이 있다고 느껴서 그런지 그 음악을 들으면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군대 첫 휴가 나왔을 때 지금 서울극장에서 봤던 영화 거든요.

갑자기 그 시절의 제가 떠오르고,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여하면서, 또 부산에서, 어제 새벽에 올라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 20대 때,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등학교 때, '영화를 하고 싶다', '연극을 하고싶다' 그렇게 꿈을 키웠던 그 시절의 최민식과 지금의 최민식이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지를 생각했다.

정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너무 많이 변했고, 너무 많이 물들었다.

좋은 작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이 영화가 '흥행이 될 것이냐', '안될 것이냐'부터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그 여백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져서 지켜보겠습니다.

세상 살면서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항상 느끼고 자위해보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 여백을 지켜보도록 노력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는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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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최민식님의 수상소감..멋있다.